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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한꼬집]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은 정말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을 그리고 있는가? 요즘 시대의 사랑법

‘잘 봤다’라는 말 뒤에는 항상 ‘그런데’라며 사족을 붙이고 싶다. 타고난 반골 기질 때문일까. 아무리 재밌게 본 영화, 드라마라도, 꼭 말하고 싶은 한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마음에 걸리는 한 부분을 꼬집어, ‘김지연의 한꼬집’을 쓴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한지민은 차라리 로테이션 소개팅에 나갔어야 했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이 제목처럼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을 그릴 거였다면 말이다.

JTBC 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이하 〈미혼남녀〉)는 급진적인 제목 뒤에서 다시금 안전한 클리셰로 귀환한다. 으레 K-드라마가 그려온 미혼남녀들이란, 계획엔 없었지만 마치 교통사고처럼 우연히 다가온 사랑으로 인해 흔들리고 또 부정하고, 그러다 못내 사랑을 받아들이는 식이다. 그러나, 〈미혼남녀〉는 겉보기에는 클리셰를 탈피한 듯 보인다. 〈미혼남녀〉는 ‘사고’처럼 다가온 사랑을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오히려 사고와 같은 사랑이 필요해, ‘효율적 만남’으로 사랑을 만들어 나가는 미혼남녀의 이야기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전제에 딴지를 걸고 싶다. 주인공은 ‘왜’ 갑자기 사랑과 결혼이 필요하게 됐는가?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사랑과 결혼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 사랑을 하고 싶어도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을 수 있으며, 결혼은 하고 싶어도 불타는 사랑 대신 안정감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런데 〈미혼남녀〉 속 의영(한지민)은 어떤가. 의영은 사랑을 하고 싶은 것인가, 결혼을 하고 싶은 것인가? 물론 그 둘 다를 하고 싶을 수 있지만, 우선 그것조차 모호하다.

의영은 대학 시절, 자신에게 고백했던 후배 도현(신재하)을 직장에서 다시 만나 ‘썸’을 타며(탄다고 착각하며) 그의 고백을 기다린다. 대학 시절, 의영이 도현을 거절한 이유는 다름 아닌 “사는 것만으로 벅차서”. 그러다 도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썸붕’(썸이 깨졌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이 나자, 소개팅 시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의영의 엄마 정임(김정영)은 고객에게 이렇게 말한다. “축의금은요? 결혼 생각 없으면 품앗이도 그만해야죠. 저도 요새 결혼식 안 가요. (딸이 결혼하지 못해) 회수 못 할 것 같으니까요. 그거야말로 과분한 보장이고, 못 탈 보험이잖아요”. 의영은 이 말을 듣고 분노하며 엄마에게 말한다. “아니, 자식 농사짓고 수확할 날만 기다리는 거, 그것도 엄마들 낙 아니야?”라며.

정말 그녀는 수금을 위해 결혼하는가. 앞서 언급한 이 대목은 정확히, 〈미혼남녀〉가 젊은 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타자화된 시선을 보여주고 있음을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1화, 출장지에서의 장면은 또 어떤가. 의영은 도현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자, 차 명인(길해연)의 “차든 뭐든, 오래된 것은 상품가치가 떨어진다고 보면 돼요”라는 말에 울음을 터뜨린다. 그러면서 의영은 “나는 사랑하기 좋은 시절을 그냥 보내버렸다”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자신을 ‘그윽해진 줄 알았던, 그러나 오래돼서 버려야만 하는 찻잎’에 비유한다.

의영의 이러한 태도는 단순히 그게 당연한 수순이기에, 본인이 사회에서 말하는 ‘결혼적령기’를 넘었기에, 사랑을 찾고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읽힌다. 그 속엔 의영 본인이 왜 사랑을, 왜 결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알맹이가 빠져 있다. 왜 의영은 20대엔 연애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다, 30대 중반이 되니 갑자기 결혼이 하고 싶어졌나. 의영의 말마따나 “비연애주의자도 아니고, 비혼주의자도 아닌” 사람 역시 저마다 결혼과 사랑을 하고 싶은 이유가 존재할 것인데, 드라마는 의영의 전환을 ‘당연한 것’이라고 전제하고 넘어간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결혼보다 결혼식이 중요하지 않다. 사랑보다 결혼이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니 당연히, 사랑보다 수금이 중요하지 않다. 당연한 명제지만, 그 당연한 명제조차 ‘사회생활’이라는 이유로 묵인됐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개인의 ‘선택’이 존중받는 시대다. 결혼적령기라고 해서, 꼭 결혼 생각이 있으리란 법은 없다. 지금 세대는 결혼을 할 사람은 하고, 안 하는 사람은 안 하고, 소위 ‘정상성’에서 벗어났다고 여겨지던, 낡은 사고방식이 점차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당연한 수순’에 질문하는 세대다. 기성세대가 말하는 ‘정상성’의 범주에 속하는 루트를 걷더라도, 나에게 이 길이 왜 필요한지 스스로 납득해야 움직이는 세대다.

‘효율적 만남’도 요즘의 미혼남녀들의 선택의 일환이다. 결혼을 할지, 사랑을 할지, 지인이 주선해 준 소개팅에 나갈지, 어플로 아예 낯선 사람을 만날지, 아니면 로테이션 소개팅(n:n명의 솔로가 모여, 상대와 일대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소개팅)에 나갈지,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지, ‘솔로파티’(일종의 대형 미팅) 혹은 ‘솔로런’(솔로남녀가 함께하는 마라톤 행사), ‘나는 절로’식의 솔로 캠프 행사에 나갈지. 요즘의 미혼남녀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랑과 관계의 종류에 따라, 적극적으로 기회를 만든다. 물론, 가장 비효율적인 행위인 사랑을 하기 위해, 스펙 등의 정량적인 기준으로 정말 사랑을 찾을 수 있냐는, 근본적인 전제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

드라마가 그리는 ‘미혼남녀’는 철저히 타자화되어 있다. 연애와 성에 개방적인 정현민(정혜성), 첫 만남에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에 동의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송태섭(박성훈), 정규직 전환을 위해 애쓰는 인턴 새벽(김소혜), 그리고 연극배우로 활동을 하며 카페와 바에서 일하는 낭만파 신지수(이기택) 등, 다양한 캐릭터들은 '요즘 젊은 세대'를 유형화하거나 낭만화한 스테레오타입에 가깝다. 마치 ‘MZ세대’라는 단어를 만들어 그 안에 세대 전체를 가둔 것처럼, 젊은 세대 혹은 ‘미혼남녀’를 명명하고 규정한 것은 언제나 그들 자신이 아니었다. 드라마는 결국 '비싼 차를 타는 남자'와 '오토바이를 타는 남자' 사이를 번갈아 오가는,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싸우는 전형적인 로맨스 판타지로 회귀한다. 즉 ‘MZ세대’(라는 타자화된 단어)의 껍데기를 쓴 〈꽃보다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미혼남녀〉는 주 시청자층을 겨냥해 '요즘 애들의 사랑법'을 흉내 낸 기성세대의 판타지에 가깝다.

한편, 이 드라마가 내세운 ‘효율’이라는 키워드는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졌을지언정 틀리지 않았다. 요즘 미혼남녀의 연애는 구직시장과 닮아 있다. 서로가 서로의 면접관이자 지원자가 되어, 스펙을 평가한다. 학력, 직장, 연봉, 자가 여부는 물론이고, 이제는 MBTI까지 필터링의 기준이 된다. 헤드헌터가 된 소개팅 주선자는 암묵적으로 서울 4년제 대학 출신에게 서울 4년제 대학 출신을 소개한다. ‘이름을 들어본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람에 대한 가중치가 되며, 주선자는 결혼정보회사 매니저마냥 대략적인 직업의 ‘급’을 따져, 적당히 ‘수평적’으로 보이는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매치해 준다. 그렇지 않으면 ‘상향혼’ 혹은 ‘하향혼’(이라는 괴랄한 신조어)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건과 스펙을 타진하고 난 뒤,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할지 말지, ‘삼프터’를 갈지 말지는 일종의 합격 통보다.

그래서 〈미혼남녀〉는 비효율적인 행위인 사랑을, 가장 효율적인 루트로 찾고자 하는 역설을 보여주며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탐구하는 드라마였어야 했다. 기획 의도에 걸맞은 전개는 이렇게 되지 않을까. 의영은 ‘효율적 만남’을 통해 만난 여러 명을 ‘효율적’으로 재보기 위해 ‘저울질’한다. 이 사람은 뭐가 좋고, 이 사람은 어떤 게 좋고. 스펙, 조건, 감정적 안정감. 머릿속으로 수없이 엑셀 표를 그리다가, 결국 사랑이란 그 어떤 잣대로도 계량할 수 없는 ‘가장 비효율적인 행위’임을 깨닫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사랑’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가장 비효율적인 행위를 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찾는 미혼남녀들의 역설’이라는 훌륭한 화두를 던져놓고도, K-드라마의 클리셰와 타자화된 시선이 범벅된 채로 안전한 판타지 안으로 물러나는 〈미혼남녀〉의 방식이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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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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