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귀환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1932~2006)의 예술적 유산이 서울에서 부활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APMA 캐비닛에서 개막한 '백남준: 리와인드 / 리피트'는 가고시안 갤러리와 에스테이트가 25년 만에 공동 기획한 기념비적 전시다. 조카이자 상속자인 '하쿠다 켄' 대표는 "TV를 사달라 조르던 조카에게 좋은 삼촌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TV를 틀면 잠들곤 했다"며 거장의 이면을 회고했다. 초기작부터 말년의 명작까지 11점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전자기기와 인간의 파격적 결합,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
전시장 내 이목을 집중시키는 핵심작은 1969년 샬럿 무어만을 위해 제작된 '살아있는 조각을 위한 TV 브라'다. 첼로 연주음이 소형 흑백 TV 화면을 변화시키는 이 작품은 기술과 인간의 융합을 선구적으로 제시했다. '하쿠다 켄' 대표는 "18세 당시 무어만의 착용을 돕게 되자 삼촌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일화를 전하며 생생한 비화를 더했다. 시대를 앞서간 '백남준'의 파격적 예술 철학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 '런던과 해외를 위하여'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1982년 작 '런던과 해외를 위하여(우편함)'는 평범한 우편함 투입구에 소형 화면을 설치해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다. 과거의 오브제와 당대의 최신 미디어를 교차시킨 독창적 시도다. '백남준'은 늘 가장 진보한 기술을 추구했다. 외관의 원형은 철저히 보존하되 내부 기술은 최신식으로 교체하며 작품에 영구적 생명력을 부여하는 것이 에스테이트의 확고한 보존 철학이다.

동서양 사상의 완벽한 융합, '골드 TV 부처'
2005년 작 '골드 TV 부처'는 고대의 영성과 현대 미디어의 절묘한 조화를 증명한다. 금박을 입힌 청동 불상이 CCTV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모니터를 응시하며, 관람객의 개입으로 화면 속 주체가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외에도 빈티지 라디오를 조립한 '베이클라이트 로봇', 목재 회화 조각 '오케스트라' 등 '백남준'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명작들이 전시의 깊이를 더한다.

저작권의 미래와 '백남준' 탄생 100주년의 비전
'하쿠다 켄' 대표는 가품 및 저작권 논란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열린 입장을 표명했다. 모든 사업은 에스테이트와의 사전 협의가 필수적이나, 한국 미술계와 언제든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궁극적 목표는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저작권을 온전히 인수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032년 '백남준'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의 대규모 회고전 개최에 대한 강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예견한 선지자, '백남준'
가고시안 갤러리의 닉 시무노비치 디렉터는 "'백남준'은 수많은 TV 채널의 탄생을 예언한 선지자"라며, 유튜브와 틱톡으로 대변되는 현대 1인 미디어 시대를 꿰뚫어 본 그의 통찰력을 높이 평가했다. 시대를 초월한 혜안과 독보적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이번 '백남준: 리와인드 / 리피트' 전시는 5월 16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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