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3 내란의 흐름 속에서 가장 결정적 순간은 남태령이다.” '남태령' 김현지 감독 ①

친위쿠데타에 맞서기 위해 전진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트랙터 17대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다.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믿기지 않던 그날 이후, 모든 게 불확실하고 불안했던 밤이 지속되던 또 하나의 하루. 현직 대통령의 친위쿠데타에 맞서기 위해 전진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소속 트랙터 17대가 서울 서초구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혔고, 법원은 트랙터의 서울 출입을 불허했다. 들어가려는 자와 저지하려는 자, 수많은 탄압의 역사 속에서 익히 우리가 무수히 보아 온, 이상하지 않은 광경이었다.

12월 21일 그날, 이 저항의 이미지를 바꿀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농민들이 영하 20도 추위 속에서 고립됐던 순간, 기존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고 지나갔을 시간. 소셜 플랫폼 X의 이용자들은 각성했고 소식을 전파했고 분연히 일어나 움직였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아르바이트를 끝낸, 시험준비를 하던 2030 젊은 청년들은 언론이 주목하지 않던 소식을 회피하지 않고 농민들이 외롭게 싸우던 현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윤석열 하야’ 구호에 담긴 대한민국의 ‘정상성’을 향해 모두가 ‘동지’가 된 1박 2일의 기록. 다큐멘터리 〈남태령〉은 몸이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날씨에 같은 마음으로 하나가 된 사람들의 기록이다.

〈남태령〉
〈남태령〉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연출한 김현지 감독이 그날, 28시간 남태령에서 있었던 ‘마법 같은 순간’, 변화의 역사를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갈무리 했다. “지역 PD(경남 MBC 소속 PD)로, 농민들의 서울 진입” 소식을 팔로우 하던 김현지 감독에게도 그날 남태령 소식을 전하던 X가 소식의 창구가 되어 주었다. “집에서 X를 새로고침 하는데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졌다”는 그는 “내란의 시간” 중 모두가 함께했고 성취했고 화합했던 “남태령의 시간”을 기록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남태령에서 힘들지만 즐겁게 하나가 된 경험, 바이브, 에너지를 고스란히 담은 〈남태령〉은 신기하게도 그날 광장에 함께 하는 것 같은, 아니 또 다른 남태령이 열린다면 같이 참여하고 싶은 뜨겁고 뭉클한 열기를 전달해 준다.

전작 〈어른 김장하〉(2022)가 한국사회를 바꾸는 한 사람의 ‘초인’의 가치가 무엇인지 되새기고, 우리사회 ‘어른’의 정의를 쓰는 기록적인 다큐멘터리였다. 김현지 감독은 그날 자발적으로 남태령에 모인 다수의 사람들의 기록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전달해 준다. 세대론과 양극화, 혐오와 차별로 몸살을 앓으며 더이상은 소통할 수 없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면대 면 하여, 자신의 다름을 이야기하고, 그에 ‘그렇구나, 알아두겠다’라고 화답하는 대화가 이루어졌던 공간.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한 장면으로 그 짜릿함을 증언하는 순간은, 영화적 모먼트를 넘어 곧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오프라인의 만남을 통해 진일보 할 수 있음을 알려주는 가장 미래적인 방향성이기도 하다. ‘이 새로 쓰는’ 역사에서 ‘남태령’의 사전적 정의는 더이상 나들목, 교차로를 넘어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가 된다.

〈남태령〉
〈남태령〉

〈남태령〉은 광화문, 여의도 라는 물성 공간을 넘어서, 이제는 제대로 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가 만들기 위한 ‘뜻’으로 모인다면 어떤 곳이라도 ‘광장’으로 변환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민주주의를 기록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흐름을 담은 첫 번째 다큐멘터리로 정의해야 할 것이다. 〈남태령〉의 시간을 통해 김현지 감독이 전달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묻기 위해 만남을 청했다. 김현지 감독은 “오히려 그들을 통해 배웠고 계속 배워야 한다”는 말로 이 다큐멘터리의 필요가 무엇인지 강조해 주었다.



김현지 감독 (사진제공=시네마달)
김현지 감독 (사진제공=시네마달)

얼마전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먼저 관객들과 만나셨는데요. 작품을 만들고 보람을 느낀 반응도 얻으셨을 것 같아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의 폐막작 선정 이유 중 하나가 ‘무엇보다 재밌었다’였는데, 그 말이 가장 큰 힘이 됐어요. 이 영화가 너무 비장하고 가르치려 드는 느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만, 앉아서 이야기를 해도 질리지 않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들으니 제 뜻이 통했다 싶었어요. 또 ‘이게 내 이야기다’ 라고 느꼈다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좋았어요.

출연자인 이슬기 기자도 언급하신 부분인데 자칫 “남태령이라는 장소가 너무 미화되지 않는” 톤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있으셨을것 같아요.

처음 작품 기획서를 쓸 때 그 벅차는 마음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걸 말씀하신 대로 너무 미화해버리면 그다음이 힘들 것 같다는 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었어요. 우리의 역사가 굴곡이 있다는 걸 체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잖아요. 승리의 기억이 있으면 그 승리의 기억을 뜯어먹고 사는 우리끼리의 싸움이 더 지난하다는 걸요. 그런데 만나는 인터뷰이들마다 같은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주셨어요. “남태령이 계속 반복됐으면 좋겠다. 하나의 신화로 박물관 벽에 걸려 있는 존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다시 우리 현실에서 반복되지 않으면 너무 괴로울 것 같다.”는 말이었어요. 그렇게 같은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남태령〉

지역 PD로서 농민들의 투쟁을 지속적으로 팔로우한 게 시작이었나요.

네, 저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진주에서 공권력에 막힌 트랙터가 올라가는 것부터 우리 지역에서는 큰 이슈였어요. 지역 언론에서 계속 취재했고, 저희도 올라가는 농민분들과 중간중간 전화 연결을 계속했거든요. 우리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이슈였죠. 우리 지역 사람들이 서울 입구까지 트랙터를 몰고 갔다가 막히고 두들겨 맞았다는 게 기본적으로 너무 속상했어요. “농민은 서울을 못 가?” 이런 마음이 들었죠. 그렇게 밤새 농성을 하시다가 ‘안 되려나’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많은 시민들이 오고 밤새 투쟁이 이어졌고, 다음 날 더 많이 오셨어요. 그 모든 순간이 감동적이었어요. 제가 “우리는 왜 우리끼리 싸우지?” 하고 답답해하던 것이 그날 터지는 것 같았고,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한 것 같았어요. 내란의 모든 과정 중에서 한 지점을 골라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면 이거여야 한다 싶었죠.

▶ 〈남태령〉 김현지 감독과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영화인

엔믹스·알렌 워커 출격…10만명 압도적 스케일, 국내 최대 실내 축제 '놀 페스티벌' 개최
NEWS
2026. 5. 19.

엔믹스·알렌 워커 출격…10만명 압도적 스케일, 국내 최대 실내 축제 '놀 페스티벌' 개최

10만 명 규모 압도적 스케일, 국내 최대 실내 축제 '놀 페스티벌' 개최올해 10월,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10만 명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뮤직 페스티벌 '놀 페스티벌'이 막을 올린다. '놀유니버스'는 19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고, 페스티벌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오는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양일간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실내 페스티벌 기준 국내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무대 구성은 세대와 장르의 경계를 허문 3개의 핵심 스테이지로 기획되었다.

NEWS
2026. 5. 19.

"칸 영화제 최대 충격" 나홍진 신작 '호프', 외신 극찬 쏟아진 이유

나홍진 감독의 귀환, 칸을 뒤흔든 '호프'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베일을 벗으며 전 세계 평단의 찬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추격자', '황해', '곡성'에 이어 자신의 모든 장편 연출작을 칸 무대에 올린 나홍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장르적 변주를 과시한다. 액션, 스릴러, 코미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극대화된 긴장감을 선사, 글로벌 영화계의 높은 기대치를 완벽히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외신의 극찬 릴레이 "역대 최고의 액션 영화"해외 유력 매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평점 5점 만점에 4점을 부여하며 "광란의 외계인 전투는 최고 수준의 오락성을 제공해 'K-열풍'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 것"이라 극찬했다.

이 배너는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