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TV 드라마의 황금기를 이끌며 장르물을 사랑하는 전 세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영국의 베테랑 배우 마이클 키팅(Michael Keating)이 세상을 떠났다.
■ ‘블레이크의 7’ 전설이 잠들다… 향년 79세로 영면
21일(현지시간) USA 투데이와 더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클 키팅의 도서 퍼블리셔인 ‘컬트 엣지(Cult Edge)’와 오디오 드라마 제작사 ‘빅 피니시(Big Finish)’는 그가 7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컬트 엣지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마이클 키팅의 비보를 전하게 되어 대단히 슬프다”며 “그는 독보적인 재능을 가진 배우이자 언제나 주변을 밝혀주던 따뜻하고 멋진 사람이었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 52부작 전편 출연 대기록… 영국 SF의 아이콘 ‘비라 레스탈’
1947년 런던 북부 에드먼턴에서 태어난 마이클 키팅은 1966년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를 대중적인 스타덤에 올려놓은 최고의 대표작은 1978년부터 1981년까지 4개 시즌 동안 방영된 BBC의 전설적인 클래식 SF 시리즈 ‘블레이크의 7(Blake's 7)’이다.
그는 극 중 뛰어난 도둑이자 자칭 겁쟁이인 우주선 요원 ‘비라 레스탈(Vila Restal)’ 역을 맡아 극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마이클 키팅은 이 시리즈의 총 52개 에피소드 전체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출연한 ‘유일한 배우’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영국 SF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종영 이후인 2012년부터 2022년까지도 오디오 드라마를 통해 비라 레스탈의 목소리 연기를 이어가며 팬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왔다.
오디오 드라마 제작사 빅 피니시는 “그의 손에서 비라는 단순한 코믹 감초 그 이상으로 탄생했다”며 “자신의 한계를 인정할 줄 아는 솔직함, 재치, 그리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온기를 가진 인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고인의 연기 철학을 높이 평가했다.

■ 국민 드라마 ‘이스트엔더스’의 따뜻한 이웃, 스티븐스 목사
국내 미드·영드 팬들에게는 영국의 대표적인 장수 국민 비누방울 드라마(Soap Opera) ‘이스트엔더스(EastEnders)’ 속 모습으로도 친숙하다. 그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총 54개 에피소드에 걸쳐 왈포드 마을의 지역 교회를 지키는 ‘조지 스티븐스 목사(Reverend George Stevens)’ 역으로 정기적으로 출연했다.
스티븐스 목사는 극 중 마을 주민들의 결혼식과 세례식, 그리고 가슴 아픈 장례식의 순간마다 등장해 영혼을 위로해 주는 따뜻한 정신적 지주였다. 특히 2017년 극 중 캐릭터인 닷 코튼(Dot Cotton)에게 “딸과 함께 살기 위해 호주로 이주하며 은퇴하겠다”는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하차할 때까지, 12년 동안 안방극장의 포근한 이웃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마이클 키팅은 영국의 전설적인 SF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의 1977년 에피소드 ‘더 선 메이커스(The Sun Makers)’에 출연했으며, 유명 시트콤 ‘예스 미니스터(Yes Minister)’, 메디컬 드라마 ‘캐주얼티(Casualty)’, 추리극 ‘미드소머 머더스(Midsomer Murders)’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명작에 출연하며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영국 방송계를 풍성하게 채웠다.
전설적인 배우의 퇴장 소식에 영국 현지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 어린 시절의 영웅이 떠났다”, “은하계 최고의 도둑이자 진정한 스타, 편히 잠드소서”라며 뜨거운 추모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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