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0년 만의 흥행 신화, 다시 오리라 믿었다.”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야스다 준이치 감독 ②

작년 말, 일본 아카데미에서 〈정체〉 〈라스트 마일〉 〈킹덤 4〉같은 화제작들을 제치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촬영상, 조명상, 편집상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야스다 준이치 감독 (사진=이화정)
야스다 준이치 감독 (사진=이화정)

에도 시대 말과 현대 시대극 촬영 현장이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전자는 메이지 유신을 앞두고 막부가 쇠퇴하던 시대이자, 후자는 70-80년대 시대극 전성기를 지나 제작이 어려워진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 두 시기를 겹쳐놓았다는 게 흥미로왔는데요.

이 영화의 ‘현재’는 2007년 설정인데요. 지금은 시대극이 거의 사라졌고 당시 이미 TV 시대극이 사극이 도태되고 한 두편 제작되고 있었던 때죠. TV에서도 ‘이제 시대극은 사라질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했고요. 농부로서 볼때 농사도 정부 정책 등의 변화로 어려운 시기였어요. 사람들이 우리 ‘이러다 우리 모두 빵만 먹게될거야’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영화도 마찬가지죠. 디지털 전환이 되고 OTT 시대가 오면서 사라질 것들이 눈에 보이잖아요. 그런데 사라질 거니 지금 여기서 그만둘 것인가. 전통산업들이 다들 언젠가는 사라질 위기지만 사라질 때 사라지더라도 우리는 지금 여기서 이것을 지키고 끝까지 한번 해보겠다라고 하는 응원을 이 영화 속에 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영화의 하이라이트일 수 있는 마지막 결투신인데요. 주인공 코사카가 소품이 아닌 진짜 칼을 고집하고 촬영이 진행되는데요. 초반의 코믹한 무드와 달리, CG없이, 칼의 실제 중량감이 전해지는 장면 연출로 정통 사무라이 영화에서의 진지한 결투씬으로 장면 연출을 하셨는데요.

관객이 진짜 진검으로 싸우는 게 아닐까라는 착각을 하는 걸 목표로 만든 장면이었어요. 모범 샘플이 〈매트릭스〉였어요. 〈매트릭스〉는 홍콩 영화가 그때까지 계속하지 못했던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쿵푸라는 액션의 리얼리티를 넣은 점입니다. 가상 현실 속에서는 그걸 현실로 생각한다는 게 기믹이라고 할 수 있죠. 영화 속의 영화에서 일어나는 것은 관객들이 현실적으로 받아들인다라는 점을 저도 활용했어요. 그리고 마지막 전투 장면에 보면 긴 침묵이 있는데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츠바키 산주로〉(1962)를 모티브로 했습니다. 이 영화를 아는 관객은 둘 중에 한 명은 피를 흘리고 죽겠구나라는 걸 알게 되니까 흥분되고 긴장이 되겠죠. 또 그걸 모르고 보시는 분들도 40초간의 침묵 속에서 굉장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셨을 겁니다. 보통 내가 응원하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위험해지는 순간에 긴장감을 느끼곤 하는데요. 이 영화 같은 경우에는 코사카 그리고 카자마 양쪽에 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놨기 때문에 어느 쪽이 위험하더라도 계속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볼 수 있는 그런 효과를 낸 거죠. 그리고 이런 결투 신에서 최근에 많이 쓰는 가까이 들어가는 연출이 아니라 삼각대로 세워놓고 고정을 해서 결투 장면을 찍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명예와 대의를 앞세우는 사무라이의 근엄한 모습과 달리, 코사카가 딸기 케이크를 먹고 감탄하는 장면에서 시대의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내는데요.

케이크 먹는 신은 굉장히 복잡한 마음으로 설계했어요. 처음에는 타임슬립을 한 사람이 깜짝 놀라는 코미디 외에도 그 이상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번 째로 과거에는 우리가 이런 케이크를 맛볼 수 없는 시대였었는데 지금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이런 케이크를 맛볼 수 있는 평등한 시대, 계급이 없는 시대로 바뀌었구나에서 오는 눈물을 보여준거고요. 마지막 세 번째는 그렇게 좋은 세상이 됐다고 생각을 했지만, 과연 우리가 꿈꿨던 세상이 지금 일본인가 라는 걸 관객들이 질문을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메시지도 들어가 있었어요.

연륜을 갖춘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 하셨는데요. 특히 코사카 역을 맡은 배우 야마구치 마키아베는 시대극에서 조연, 단역 연기를 하다 이번 작품으로 주목 받게 됐어요. 캐스팅 과정이 궁금합니다.

촬영지를 물색하려고 NHK 드라마들을 보고 있는데 야마구치 배우님이 나오는 작품을 보게 됐어요. 데뷔한 지 25년이 됐는데 무대 활동을 하시고 TV나 영화에서는 작은 역을 하는 배우였어요. 역할을 제안했을 때 배우님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나요. “25년간 열심히 배우로서 살았는데 이 타이밍에 이 역할을 할 수 있다라는 게 굉장히 행운이고 감사하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 하셨거든요. 적은 예산의 자주영화임에도 정말 진심으로 이 이야기를 대해주는 게 느껴졌어요. 지금은 캐스팅 제안이 끊이지 않는 스타분이 되셔서 제가 다시 제안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졌어요. (웃음) 워낙 연기가 좋아, 촬영 내내 에도 시대에서 정말 타임슬립해서 온 사무라이와 함께 하는 것 같은 착각을 했습니다.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교토에서 시대극이 많이 만들어지던 당시 키레라야쿠로 활동하신 분들을 비롯해 시대극 장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하셨는데요.

촬영소 대여료가 비싸거든요. 예산 대로라면 2~3주 안에는 찍어야 하는데, 코로나로 수요가 없다보니 저희는 운좋게도 1/10도 안되는 비용으로 할 수 있었고 그 덕에 6개월 간 촬영을 했어요. 그분들이 ‘너희들은 참 사치스럽게 영화 찍는다’ 하시더라고요. 보통 일본 촬영소에 오면 한 30~40명의 프로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우리 현장은 스탭 전체가 10명이었어요. 다 아마추어고, 저와 동시녹음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 학생이나 주부들이 참여한 거죠. 보통 적은 인원이 일하면 ‘소수정예’라는 말을 쓰는데 우리는 ‘정예’는 아니고 그냥 소수였어요. 촬영소 규칙도 잘 몰라 저 빼고는 그분들께 많이 혼났어요. (웃음) 어설픈 모습을 보시고는 그분들이 그래도 영화를 찍겠다는 정성과 열정이 보이니 ‘그래 좋은 영화를 찍게 도와주마.’ 하신거죠. 시대극 촬영 현장이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오늘은 아니다’ 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 작품을 통해 의상, 헤어 메이크업, 카메라 등 각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의 노고를 전하고 싶었어요.

영화가 극적으로 성공을 거두어 참여한 분들 모두가 굉장히 뿌듯해 하셨을 것 같아요.

가발 씌우는 분장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있는데 이후에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내가 참여한 거야”하고 자랑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어요. 미술팀은 소품 대여한 대여증을 TV에서 자랑으로 보여주기도 하고요. 이 작품이 그분들의 자부심이 된거죠. 증거 사진이 있는데요. 지금 촬영 중인 스핀오프 시리즈 〈걱정 없는 방랑자〉 키 비주얼 촬영을 했는데요. 평소에는 저와 배우들만 가는데, 이번엔 미술, 의상, 스턴트맨 모두가 따라와서 도와줬어요. (웃음) 제작사에서 ‘다 감독님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하더라고요. 이전 방식의 자주영화와 달리 간섭이 많으면 힘들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빠듯한 예산으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서인데요. 감독님이 꾸준히 자주영화를 만들면서 시행착오 끝에 놓은 시스템과 노하우가 궁금합니다.

자주영화를 할때부터 제 원칙이 있는데요. 물론 큰 작품에 비해서 적은 임금이긴 하지만 일본 법률에서 정한 기본적인 것들은 스텝이든 배우든 꼭 이제 지출하는 것을 원칙을 세웠어요. 특히 밥은 돈 아끼지 않고 돈까스, 야키니쿠 이런 것도 먹고요. 인원이 적어서 그렇지, 스탭들이랑 관계가 그래서 좋았어요.

영화 속 조감독 유코는 산업이 쇠퇴하는 가운데도 자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인물로 그려지는데요. 감독님이 그간 자주영화를 만들면서 걸어온 의지와 길도 담겨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합니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한데요.

학생 때부터 친구들과 8mm 카메라로 영상을 찍었는데요. 당시에는 영화감독이 되는 길이 거의 하나였어요. 도호, 쇼치쿠, 토에이 같은 3대 메이저 영화사에 입사해 조감독을 거쳐야 했는데요. 대부분 도쿄대 출신 등 좋은 학벌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가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지방 출신인 저는 '영화감독은 될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학 시절부터 영상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는데요. 유치원에서 아이들 뮤지컬을 촬영하거나, 교회 웨딩 비디오를 만들었고 다행히 일이 점점 늘어나면서 큰 홀에서 열리는 이벤트 촬영까지 맡게 되었어요. 처음 1분 짜리 영상을 만들다가 나중에는 40~50분짜리 영상을, CG 효과까지 넣어 만들게 됐어요. 당시 관객 가운데 단편영화를 만드는 이와 친해졌는데,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들이 그 친구 작품을 비평하는 걸 보고 인상이 컸어요. 그때까지 저는 영상제작자로서 타깃이 만족할 영상을 만들어 왔는데, 영화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표현의 세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영화를 진지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제가 영화를 만들 때 1인 다역을 하는 이유는 그 시절의 경험 때문입니다. 이벤트를 만들면서 연출은 물론 세트 디자인, 진행 연출, 조명 설계, 포스터 디자인, 음향 수록, 영상 편집,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거의 모든 일을 직접 해왔어요. 제가 만들면 인건비가 절약되어 다른 곳보다 비용이 3분의 1 정도밖에 들지 않았는데요. 오랫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을 자연스럽게 영화 제작에 활용하게 된 거였죠.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긴 시간, 감독님 만의 길을 걸어오셨는데요. 계속 지치지 않고 영화를 할 수 있었던 자신 만의 노하우가 있다면요.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로 자극을 받고,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평가를 받은 것 같은데요. 사실 기본적으로 성향이 굉장히 낙관적이에요. 좀 해볼 만한 가치가 있으면 바로 그냥 하고, 잘못하면 반성하고 다음 걸 바로 생각하는 성격이라, 그런 점에서는 크게 고통 받으면서 버틴다 이런 느낌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비 털어 제작한 게 화제가 됐는데 좀 재밌게 과장되어서 그렇지 아주 돈이 없지는 않아요. 워낙 이 일 저 일 많이해서 그때그때 풍족하지는 않아도 먹고 살 걱정 없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이번엔 그래도 좀 수익을 거두어, 딸 둘을 키우는 데 문제는 없다는 게 안심인 것 같아요.

전작 〈권총과 달걀 프라이〉(2014)는 B급 영화의 히어로에게 〈밥〉(2017)은 농부의 삶에 주목하는데요. 작품 안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결은 비슷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제 영화를 보신 분들이 영화를 보고 나올 때 이 힘든 현실에서 그래도 살 만하다, 살아갈 수 있다라는 힘을 얻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또 정치적으로 자꾸 우리 시민들의 눈을 가리고 막 하려고 하는 부분에서 항상 문제의식을 갖고 영화를 만들때 주지하고 싶고요.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감독님께서 우에노 신이치 감독님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지금도 고군부투하는 창작자들도 이제는 감독님께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요.

한국과 일본이 영화 제작환경이 다르긴 하지만 한 가지 통할 수 있는 건, 전국적으로 크게 개봉을 해서 꼭 성공한다는 걸 목표로 하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불행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저도 〈밥〉을 만들었을 때 멀티플렉스로 배급하는 대신 지방에 작은 상영관들을 다니면서 제 영화를 좋아하실 만한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보여드렸어요. 결과적으로 〈사무라이 타임슬리퍼〉가 잘 되면서 지금은 넷플릭스에 팔려서 7위를 했어요. 포기하는 대신 작게라도 시작하는 게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대형 제작사에서 제안이 많이 오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앞으로 자주영화와 멀어지는 건 아닐까요. 앞으로 계획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아니요. 저는 다 병행하려고 해요. (웃음) 영화감독들이 다 원하는 상을 제가 싹쓸이 하기도 했고요. 어느 정도는 달성했다 하는 기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는 내가 좀 즐길 수 있고 재미있는 그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라고, 좀 마음 편하게 있는 상태입니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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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2026.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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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 말과 현대 시대극 촬영 현장이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전자는 메이지 유신을 앞두고 막부가 쇠퇴하던 시대이자, 후자는 70-80년대 시대극 전성기를 지나 제작이 어려워진 시대이기도 합니다. 그 두 시기를 겹쳐놓았다는 게 흥미로왔는데요. ​이 영화의 ‘현재’는 2007년 설정인데요. 지금은 시대극이 거의 사라졌고 당시 이미 TV 시대극이 사극이 도태되고 한 두편 제작되고 있었던 때죠. TV에서도 ‘이제 시대극은 사라질 것이다. ’ 이런 이야기들을 했고요. 농부로서 볼때 농사도 정부 정책 등의 변화로 어려운 시기였어요. 사람들이 우리 ‘이러다 우리 모두 빵만 먹게될거야’ 이런 이야기를 했거든요. 영화도 마찬가지죠. 디지털 전환이 되고 OTT 시대가 오면서 사라질 것들이 눈에 보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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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1.

[인터뷰] “100년 만의 흥행 신화, 다시 오리라 믿었다.” '사무라이 타임슬리퍼' 야스다 준이치 감독 ①

다시 봐도 놀랍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2017) 흥행 사례 말이다. 300만엔(2천8백50만원)의 적은 제작비, 워크숍 작품으로 만들어 2개관에서 상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무려 30억엔(284억원)의 흥행 수익을 거두며 일본 영화 역사를 새로 썼다.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 본인도 ‘카멈’의 후속작들로 전작의 기록을 깨진 못했다. 그만큼 넘사벽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기록은 깨지라고 존재하는 지 모른다. 카멈의 신화는 그로부터 8년이 지나, 교토의 시대극 촬영소에서 실현됐다. 야스다 준이치 감독이 연출한 타임슬립물 〈사무라이 타임슬리퍼〉(2025)는 2,600만엔(2억 5천만원) 제작비 10억엔(90억원) 기록적 수익을 올리며 일본 자주영화 의 힘을 또 한번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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