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익숙한 이야기를 가장 낯설게 들려주는 영화. 분명 북유럽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스크린에는 김민하와 서울이 등장하고 탈북민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오는 7월 8일 개봉하는 〈하나 코리아〉는 덴마크 감독인 프레드릭 쇨베르의 손에서 탄생한, 탈북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정적인 미쟝센과 절제된 감정선, 독특한 신시사이저 음악이 지배하는 영화는 전형적인 ‘탈북민 소재’ 콘텐츠의 정반대에 있다.
덴마크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스펙터클로 소비되기 일쑤인 탈북민의 서사를 다루면서도, 탈북 여성을 향한 연민과 동정에서 벗어나 마냥 타자화된 시선에 갇히지 않는다. 영화는 탈북민 여성들의 억척스러움을 부각하지도, 그들의 고된 탈북 과정에 대해 설명하지도, 분단의 비극에 대해 역설하지도, 남한이라는 자유의 땅을 마냥 미화하지도 않는다. 대신 영화는 서울에 정착한 탈북민이 겪는 감정의 변화를 건조하게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인물이 정착 후 처음 느끼는 설렘부터 K-드라마가 낳은 환상 뒤에 놓인 서울의 공허하고 차가운 면까지 담아낸다. 진정으로 서울다워, 오히려 낯선 영화라고나 할까.

민족의 서사를 담담하게 품어낸 김민하의 얼굴은 매번 놀랍다. 〈하나 코리아〉에는 〈파친코〉의 김민하를 비롯해 〈오징어 게임〉의 김주령, 〈옥자〉의 안서현이 가세해 글로벌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이 포진했다. 더불어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 잘 알려진 최성재(샤론 최) 작가가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과 함께 각본을 집필했다. 그들은 5년여의 시간 동안 30여 명의 탈북민을 취재해 영화의 사실성을 높였다.

지난 26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하나 코리아〉의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프레드릭 쉴베르 감독, 공동 각본을 맡은 최성재(샤론 최) 작가, 그리고 배우 김민하, 김주령, 안서현이 참석해 국내 취재진의 질의에 응답했다.


이날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하나 코리아〉를 “지나온 곳보다는 도착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에 집중한” 영화라고 소개하며 기존의 탈북민 소재의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지점에 대해 분명히 짚었다. 더불어 최성재 작가는 “이런 여정을 겪은 젊은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스펙터클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하나 코리아〉를 통해 “정서적인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성재 작가는 “북에서 오신 분들을 만나 리서치하면서, 실제로 그 여정을 겪으신 분들이 하시는 말씀은 오히려 남한으로 온 이후, 생활이 안착된 후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며, “남과 공유하지 못한다는 외로움과 고립, 정서적인 어려움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에 이어 또 한 번 묵직한 서사의 중심에 선 김민하는 낯선 세상에 홀로 선 탈북 여성 ‘혜선’을 연기했다. 혜선은 “한 손에 목숨을 쥐고” 남한으로 온 인물로, 김민하는 혜선의 조용하고 강단 있는 모습, 감내하고 나아가는 모습, 그러나 때로는 새로 맛본 자유에 아이처럼 설레는 모습 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혜선이 어머니에게 전하는 편지를 읊으며 시작하는 영화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기에, 오히려 더 뭉클하다. 김민하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영화였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민하는 혜선이 남한에 도착해서 겪는 감정의 변화를 분기별로 세세히 나눠가며 스스로 이끌어가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영화는 혜선을 비롯해, 아픔이 있지만 오히려 남들을 챙기는 숙희(김주령),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 놓여 마냥 해맑은 보미(안서현) 등을 통해 남한에 정착한 세 탈북민 여성들의 각기 다른 감정적 여정을 담아낸다. 숙희를 연기한 김주령은 “숙희는 상처를 극복한 사람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버티는 법을 먼저 배운 사람”이라며 “겉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속으로 삼키는 것에 더욱 집중했다”고 연기의 주안점에 대해 밝혔다. 남한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는 보미를 연기한 안서현은 “보미는 긴 호흡보다는 그때그때 다른 호흡을 내쉬며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캐릭터”라며 자신이 해석한 인물에 대해 전했다.

〈하나 코리아〉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덴마크 감독의 시선에서 전하는 독특한 영화다. 이에 대해 프레드릭 쉴베르 감독은 “혜선과 제가 공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한국 사회에 속하지 않는 아웃사이더적인 관점이 아닐까 한다”며 외부인의 시선으로 탈북자, 그리고 서울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전했다. 그래서 〈하나 코리아〉에는 한국인이라면 오히려 너무나 익숙해서 낯선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김민하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포착된 서울의 풍경 중 ‘올리브영’ 장면을 인상 깊게 꼽았다. 김민하는 이 장면을 두고 “대본에서 읽을 때부터 흥미로웠다. 잘 생각해 보면 올리브영의 공허한 친절이 서울의 어떠한 부분을 대표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개인적인 느낌, 그런 왠지 모를 벽을 느끼게 되는 모습들이 확연히 서울에서 보여지는구나 느꼈다”며 영화가 포착한 서울의 이면을 짚어냈다.
영화 〈하나 코리아〉는 7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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