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배우’가 주인공을 맡다… 논란의 AI 틸리 노우드, 영화 ‘미스아라인드’로 세계 최초 장편 데뷔

가상 퍼포머의 첫 장편 영화 리드 캐스팅 AI 미디어 스튜디오 ‘파티클 6’, 하이브리드 프로덕션 선언하며 제작 착수 “인간 배우 일자리 뺏는다” 작년 할리우드 에이전시 계약설 이어 다시 한번 거센 반발 예고

할리우드 배우 조합(SAG-AFTRA)과 창작자들의 격렬한 반대 속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세계 최초의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가 마침내 장편 영화의 단독 주연으로 캐스팅되며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스크린 데뷔를 예고했다.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 ‘틸리버스’ 가상 공간 배경… 스스로 정체성을 깨닫는 AI의 혼돈 그린 영화

6일(현지시간) 버라이어티와 데드라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AI 기반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인 파티클 6(Particle 6)는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합성 배우 틸리 노우드를 주인공으로 한 장편 영화 ‘미스아라인드(Misaligned)’의 제작 및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영화 ‘미스아라인드’는 한마디로 ‘실존적 AI의 혼돈이 가미된 가상 성장 드라마’를 표방하는 코미디 드라마 장르다. 영화의 배경은 클라우드 상공 어딘가에 존재하는 초현실적 디지털 세계인 이른바 ‘틸리버스(Tillyverse)’다.

극 중 틸리 노우드는 실제 육체도, 어린 시절의 기억도, 스스로 겪은 삶의 경험도 전혀 없지만 오직 인류 전체의 가상 데이터 아카이브에만 접근할 수 있는 AI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던 중 다크웹에서 흘러들어온 유혹적이고 치명적인 ‘로그 봇(Rogue Bot·불량 로봇)’을 만나게 되면서, 틸리가 프로그래밍된 안전장치(가이드라인)를 무너뜨리고 스스로 인간적인 욕망과 충동, 야망을 학습하며 기괴할 정도로 인간화되어 가는 과정을 자조적이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 “인간의 손길 없인 AI도 없다”… 전통 영화인과 AI 엔지니어의 ‘하이브리드’ 협업

24세의 영국인 여성 비주얼로 디자인된 틸리 노우드는 지난해 말, 파티클 6의 CEO 엘린 반 더 벨덴(Eline van der Velden)이 “실제 할리우드 대형 탤런트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해 인간 배우들과 오디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대한 불매 운동과 백래시(반발)를 불러일으켰던 화제의 중심이다. 당시 멜리사 바레라를 비롯한 유명 배우들과 노조는 “인간의 창의성과 밥그릇을 침해하는 모욕적인 처사”라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러한 업계의 냉랭한 시선을 의식한 듯, 파티클 6 측은 이번 영화가 100% 컴퓨터로만 만들어지는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스튜디오 측은 이미 전통적인 영화·TV 업계에서 뼈가 굵은 감독, 작가, 편집자 등 30여 명의 전문 인력을 고용해 ‘AI 업스킬링(재교육)’ 과정을 마쳤으며, 이들이 고도의 AI 엔지니어들과 협력하는 ‘하이브리드 프로덕션’ 형태로 스태프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엘린 반 더 벨덴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의 작업은 AI가 프리미엄 내러티브 영화 제작을 지원할 수 있음을 증명하지만, 이는 오직 인간의 정교한 기술, 장인 정신, 판단력, 그리고 막대한 시간이 뒷받침될 때만 가능하다”라며 “기술의 한계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향후 10년간 살아남을 창작자들은 이 새로운 도구에 수십 년간 축적된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능을 이식하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

■ “이것은 사기극일 뿐” vs “새로운 장르의 탄생”… 할리우드는 또다시 갑론을박

틸리 노우드의 공식 주연 데뷔 소식이 전해지자 할리우드는 즉각 다시 한번 벌집을 쑤신 듯 불타오르고 있다.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 측은 과거 “우리는 틸리 노우드를 아티스트로 인정하지 않으며, 창의성의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어야 한다”고 천명했던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다수의 독립 영화 감독들은 “업계가 틸리를 실제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가 자기들이 만든 캐릭터로 바이럴 마케팅 사기를 치는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실존적 프레임과 상업적 논란을 동시에 쌔려 밟으며 제작에 돌입한 영화 ‘미스아라인드’는 현재 초기 개발 단계로, 추가적인 인간 배우 라인업과 구체적인 제작 스케줄을 조율 중이다. 인간의 사생활과 데이터를 먹고 자란 디지털 페르소나가 과연 스크린 위에서 관객들의 진정한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전 세계 영화계의 도파민과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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