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극장가를 장악한 배우 젠데이아 콜먼과 로버트 패틴슨이 〈오디세이〉, 〈듄: 파트3〉(12월 개봉 예정)에 이어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더 드라마〉가 9월 9일 개봉한다. 이미 두 배우의 캐스팅으로 관심을 모은 영화 〈더 드라마〉는 김태호 PD의 TEO가 배급에 참여하면서 연이어 화제에 오르고 있다. 영화는 결혼식을 앞두고 상대의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된 한 커플이 예측 불허의 혼돈으로 치닫는 로맨스 블랙코미디다. 〈해시태그 시그네〉, 〈드림 시나리오〉 등 전작에서 현대인의 불안과 신경증적인 면모를 불편한 유머를 통해 드러내며 독보적인 블랙 코미디 세계관을 구축한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신작이다. 보글리는 자신의 영화에서 저마다 나르시시즘과 인정 욕구에 갇힌 인물들의 추악하고 수치스러운 단면을 전시해 현대 사회의 구석진 곳을 발견하게 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현대 사회의 가식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존적 공포를 그린다.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엠마(젠데이아 콜먼)와 찰리(로버트 패틴슨)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일상을 함께하며 서로를 완벽히 안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다. 둘은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친구 부부와 함께한 자리에서 “살면서 자신이 한 최악의 행동”을 털어놓기로 한다. 그렇게 상대의 비밀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단단한 믿음이 흔들린다.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이번 작품의 이름을 ‘더 드라마’로 명명하면서 현대인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탐구한다. 이는 찰리와 엠마의 삐걱거린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카페에서 책을 읽는 엠마에게 첫눈에 반한 찰리는 용기를 내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엠마는 한쪽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음악을 듣고 있고, 한쪽 귀는 들리지 않는 탓에 그의 말을 듣지 못한다. 어렵게 소통하게 된 두 사람은 엠마의 요청에 의해 이전의 상황을 다시 연기하면서 만남을 시작한다. 상황극과 연기로 이루어진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사랑이 진실에 의해서가 아닌 거짓에 의해 시작된다는 역설을 품는다. 이러한 역설적인 설정은 관계의 진실이 상대 본연의 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가 선택하고 수행하는 메소드 연기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고 질문한다. 이는 사회에서 요구되는 사회적 가면의 의무와 연결되면서 현대의 비극적 풍경을 그려낸다.

찰리와 엠마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가식적으로 이루어진다. 찰리는 친구 마이크(마무두 아티)와 함께 결혼식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말을 고른다. 또 엠마는 찰리와 결혼식에서 선보일 춤을 연습하다가, 그들의 준비가 지나치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위 임을 깨닫는다. 두 사람은 관계의 균열이 생긴 이후에도 내색하지 않고 결혼을 강행한다. 이러한 〈더 드라마〉의 결혼 풍경은 삶의 모든 순간이 타자의 시선을 의식한 연극임을 시각화한다.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신성한 예식으로 여기는 결혼을 현대 사회의 가장 의례적인 행위이자 연극으로 재해석한다. 영화 속 미소 짓기를 강요하는 사진가와 결혼식 도중 두 사람을 연신 찍어대는 카메라는 현대 사회 속 타인의 시선을 드러낸다.

※ 여기서부터는 기사 본문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엠마는 찰리와 친구들에게 15살 때 총기 난사를 계획했던 자신의 과거를 밝힌다. 이후 찰리는 자신이 알지 못했던 엠마의 과거, 또 어쩌면 그녀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는 그녀의 본연에 집착하기 시작한다. 그는 엠마에게 과거의 폭력성이 남아 있는지 알기 위해 그녀를 추궁한다. 그런 그에게 엠마는 끔찍한 일을 계획하고 시행하려 했던 이유로 “연기하다 보니 그 인물이 된 것 같았다”고 말한다. 이는 엠마의 연기가 도덕적 결함에 의한 확고한 신념이 아닌 연극적 충동에서 비롯되었음을 암시한다. 이 과정에서 10대 엠마는 총기 사고에 대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과 폭력을 미학으로 소비하는 하위문화의 영향을 받는다. 엠마가 총기 난사를 기획하고 몰입한 과정은 현대 미디어 환경이 부추긴 폭력의 미학을 체화하려는 메소드 연기다. 어린 시절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엠마는 인터넷과 하위문화가 생산해 낸 총기 난사범의 고독하고 분노에 찬 아웃사이더라는 아이콘에 매료된다. 그녀는 실제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미디어가 만든 테러리스트라는 배역을 소화하고 싶었던 것이다. 엠마에게 연기는 주목받지 못하는 자신의 일상을 드라마로 만들려는 시도이자 사회적 정체성을 획득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크리스토퍼 보글리는 이러한 엠마의 모습을 통해 미디어의 폭력적인 이미지가 어떻게 개인의 정체성을 왜곡하고, 나아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지 집요하게 묻는다. 엠마는 테러리스트인 주인공이 되는 것에 실패하고 난 이후에 ‘총기 폭력 반대 활동가'라는 상반되는 이미지의 배역을 맡아 연기한다. 끊임없이 이미지를 탈바꿈하는 엠마의 모습은 인터넷과 SNS 속에서 주목받기 위한 연기를 끊임없이 수행하는 현대인의 기괴한 거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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