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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암살자(들)' 박해일① “이민호, 그의 응원 한 마디면 촬영장 모두가 힘 솟아”

영화 〈암살자(들)〉 캐릭터 포스터
영화 〈암살자(들)〉 캐릭터 포스터

4년 만에 새로운 영화로 돌아온 박해일, 이번에도 그의 존재감은 영화의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준다. 그가 출연한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영부인 피살 사건을 현장을 목격한 형사와 기자를 중심으로 재구성한다. 현장엔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국가는 빠르게 사건을 종결시키려 한다. 도대체 왜? 그 미스터리를 붙잡고 형사 철구(유해진), 사회부 부장 재환(박해일),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은 온갖 증거를 들여다보며 배후의 윤곽이라도 끄집어내려 한다.

9월 23일 추석 연휴를 겨냥한 〈암살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9월 10일, 서울 종로구의 모처에서 배우 박해일을 만났다. 테이블에 A4 용지를 가지런히 두고 펜을 꼭 쥐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모든 부분 열의와 진지함을 보이는 사람이란 말들이 떠올랐다. 겉으론 동요하지 않는 것 같아도 진실을 향한 집념은 늘 불타고 있는 재환처럼, 배우 박해일 역시 굵직한 목소리로 작품에 대한 진심을 한가득 담아냈다. 박해일에게서 들은 〈암살자(들)〉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옮긴다.


박해일 배우(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박해일 배우(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 이후 딱 4년 만에 영화예요. 차기작까지 4년이 걸린 이유가 있을까요?

허(진호) 감독님 영화를 기다렸나봐요.(일동 감탄) 허 감독님이 간간이 막걸리를 좋아하셔서 사는 얘기를 하려고 연락을 하셔요. 그때 편하게 만났다가 작품 제안을 하시면서 시나리오를 주셨어요. 읽어보고 나서 ‘이거 하려고 기다렸던 건가’라고 감독님 앞에서 말했었어요. 일주일 있다가. “감독님, 70년대를 다루시는 건 처음이시죠?” 물으니 처음이라고 하셨어요. 〈덕혜옹주〉는 구한말이고, 조선시대도 하셨고, 80년대, 90년대 소소한 일상은 다뤄보셨지만 70년대는 처음이시니까. 저도 70년대에 태어났지만 제가 태어나기 전 굵직한 일이니까 궁금하다 싶었어요.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 일어난 일이니까, 작품으로 알아가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작품이에요.

허진호 감독님은 대본 단계부터 박해일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재환 역을 썼다고 했는데, 본인은 언제쯤 이 영화에 대한 확신이 들었나요?

촬영 마칠 때까지 확신이란 단어는 저에게 없었어요. 그 시대적 공기로 들어가는 게 첫 느낌이다 보니까, 돌다리도 두드려가는 기분으로 한 발짝씩.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걸까 감독님, 메인 스태프들, 배우들과 얘기하면서 그 시대적 느낌으로 가고 있는가 질문을 많이 했어요. 맡은 역할이 또 기자 역할이다보니 그 공간들, 신문사 공간이나 제가 기자스럽게 관객들에게 보여져야 되는 게 첫 숙제였어요. 뭐가 자연스러운 걸까, 그래야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시대적 자료들이나 다큐멘터리, 공중파에서도 많이 다룬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큰 개요만이라도 파악하고 해야겠다 인지하고 창작의 세계로 빠져보자 했어요.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이 사건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으셨어요?

자연인으로서는 제가 태어나기 전 일이었으니 몰랐어요. 성인이 돼서도 제가 능동적으로 찾아보진 않았던 사건이에요. 이런 사건이 있었다 정도만 알고. 영화일을 20여 년간 하면서 〈서울의 봄〉이나 〈1987〉처럼 80년대 사건들은 영화가 만들졌었는데 이 대본을 받고 나서는 ‘왜 이 사건을 영화화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게 더 궁금해졌었어요. 현대사의 정말 큰 사건을. 이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사건이니 똑같진 않지만 여러 나라에서도 이런 소재를 가지고 만든 영화들도 있잖아요. 제가 〈스포트라이트〉(2015, 토마스 맥카시) 같은 영화들을 좋아했어요. 저라는 캐릭터가 일부분이라도 이런 것을 가져가면서 한국영화가 이런 장르도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식으로 가보면 어떨까요? 했더니 감독님도 좋아하셨어요. 그런 영화적 장르를 한국영화로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 가장 컸었어요.

〈암살자(들)〉
〈암살자(들)〉

재환이란 인물은 세 인물 중 가장 개인적인 배경이 연한 인물이에요. 그래서 재환을 어떻게 준비하셨을지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재환이란 인물이 기자라는 것 외에 과거사가 안 보여서 오히려 한 인물의 역사를 덜 생각해도 되는구나, 이 사건과 직업적인 부분에 더 깊게 들어갈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도 감독님께 ‘재환은 어떻게 살았을까요?’ 이렇게 물어봤죠. 배우들이 감독님과 이런 과정을 밟아가면서 캐릭터를 구현해나가잖아요. 결혼했을까, 갔다 왔을까, 자녀는 있을까. 이런 게 허진호 감독님과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누는 대화톤인데요, 이번엔 한 인물의 과거사나 주변 환경이 많이 배제돼있는데 그래서 캐릭터와 작품 내 사건에 충실하는 게 더 맞는 캐릭터겠다 싶었어요. 유해진 선배님의 철구는 또 개인사나 일적인 부분이 굉장히 풍부하죠. 어쩌면 (감독님이) 그런 대비를 주시려고 했던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어요.

〈덕혜옹주〉에 이어 허진호 감독님과 두 번째 작품입니다. 허진호 감독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감독님이 제가 아는 감독님 중 가장 온화하신 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만 현미경을 들이대보면 내면 안에 어마어마한 격동이 있는데 정말 자세히 봐야 해요. 정말 온화하게 주변 환경을 이끌어가시는 분 중 한 분이에요. 그렇게 배우나 스태프들이 각자의 역할에 더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연기를 해나가다가 ‘지금 해일 씨가 하고 있는 연기가 왜 이렇게 나온 거 같애?’ ‘왜 이렇게 동선을 했을까?’ 궁금해도 하시고 제가 어떤 호흡하는 것조차도 친근하게 관찰을 하시면서 같이 이 컷과 테이크를 함께 공유하자는 태도가 있으세요. 그래서 더 신뢰감이 가고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요. 작은 것 하나라도 이렇게 했다는 것을 공유하니 서로 무장해제되고 솔직해지면서 집중도가 생기지 않나 싶어요.

기자간담회에선 답습하지 않는 것이 숙제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날 답습이란 단어가 문득 생각이 났어요. 보통 같은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을 하게 되면 익숙함이란 것이 좋을 수도 있지만, 배우 입장에선 그나마 가진 것을 새롭게 끄집어내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그 단어를 쓴 건데요. 〈덕혜옹주〉에서도 이야기 안에서의 메인은 아니지만 김장한이란 기자로 나오잖아요. 그런 부분도 이 작품에서의 새로운 지점이 뭘까, 그런 걸 포함해서 허진호 감독님 식의 익숙해진 배우로서 또 낯선 것은 뭘까 동시에 가져가려고 했어요. 감독님도 그걸 아셨던 거 같아요. 조금씩 양치기하듯 그때그때마다 길로 몰이를 해주셨던 것 같아요.

박해일 배우(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박해일 배우(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톤에서 보면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연기할 때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저한테는 특히 중요한 장면이 그 장면과 극중 한 회장(정우성)을 중견기자 부장으로서 증거와 정황을 갖춰놓고 만나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이 꽤 길어요. 덜어낸 거예요. 제가 알기로 첫 테이크가 7~8분 나왔을 거예요. 준비도 많이 했고. 감독님이 대사를 이대로만 찍었으면 좋겠다는 마침표를 정말 마지막에 내주셨어요. 두 번째가 자유언론실천 선언인데, 그런 장면도 사실은 다른 영화에서 관객으로서 맞닥뜨린다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역지사지를 했어요. 신문사 내부에서 그런 정신없이 판이 펼쳐지는데 이렇게 선언문을 읽는다, 이게 될까 했어요. 그런데 저는 뭔가 촬영하다보면 수많은 연기 테이크 중에 가끔 한두 번씩 무중력 상태가 될 때가 있어요. 〈헤어질 결심〉은 마지막 바닷가에서 장면이 그랬어요. 그게 돌이켜보면 한두 번 나오는 무중력 상태였어요. 자유언론실천 선언문을 읽는 그 장면이 다행스럽게도 그때쯤 (그런 상태가) 한 번 왔어요. 많이 가지도 못하고, 많이 갈 수도 없던 장면이었어요. 그래서 더듬더듬하는 것도 있어요. 완벽하게 외워서 하는 것도 이상한 것 같아서요. 눈앞의 현장을 느끼면서 하다보니까요. 조금 틀려도 감정을 이어나가보자 했어요. 제가 우려한 것보다는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동성일보 사회부의 분위기가 수평적인 언론사 이미지로 그려져요. 감독님은 그 분위기가 박해일 배우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고 하던데, 본인은 어떻게 이끌어가고 싶으셨는지요.

(이)민호 씨를 포함해서 류혜영 씨, 김대명 씨, 배성우 선배 등등. 우리 사장인 김기천 선배까지.(웃음) 김대명 씨는 〈덕혜옹주〉 때 거사를 터뜨리는 역할로 만났어서 서로 아하면 어하는 관계였어요. 같은 직업을 갖더라도 서로 무리가 없이 마음을 맞춰서 갔고요. 혜영 씨도 〈나의 독재자〉에서 만나고 오랜만에 만났어요. 제가 류혜영 배우의 팬이라. 당돌하고 야무지고, 그걸 감독님도 아셨을 거예요. 그리고 동성일보의 유일한 여성기자잖아요. 그 시대의 여성 기자가 많지 않다는 걸 (류혜영 씨가) 스스로 알아서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게 보였어요. 서로 동료의식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영화 초반 영일과 재환이 통화하는 장면에서 직접 현장에 와서 연기했다고 들었습니다. 전화기 아래에 몸을 욱여넣고 대사를 주고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선배로서의 배려 같은 거였을까요?

영화사에서 (이)민호 씨를 딱 만났어요. 정말 훤칠하잖아요. ‘신문사에 이런 사람이?’ 이게 첫 이미지였어요.(웃음) 이게 무슨 영화적인 상황인가! 아, 우리 영화 하려고 만났지.(웃음) 동시에 허진호 감독님의 수를 읽었어요. 왜 민호 씨가 들어와야 하는지. 저도 궁금한 게 민호 씨가 연기한 영일이란 캐릭터가 저로선 영화적으로 납득이 되는데 관객분들도 흥미롭게 보실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민호 씨가 남성미가 있으면서도 70년대 신성일 선생님 느낌도 들었어요. 낯설진 않더라고요. 선이 굵고 선명한 느낌이, 74년도에 있을 법한 캐릭터다 싶었어요. 신성일 선생님 젊은 시절을 보면 아실 거예요. 그럼 리얼리티가 있는 거고요. 영일은 주변에서 놀리는 거랑 다르게 낙하산도 아니고 언론 고시 보고 당당하게 들어왔잖아요. 그 젊은 나이에 해볼 것도 많고 그걸 누릴 자격이 되는 사람인데 신문사로 들어왔다? 재환이 중견기자 부장이기에 언젠가 후배 기자에게 한 수 날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또 영일이 한 건 하는 걸 보고 재환은 감동을 했겠죠. 든든한 후임이자 같은 직업군의 동료가 아니었을까요.

박해일 배우(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박해일 배우(출처=(주)하이브미디어코프)

한편으론 이민호 배우가 캐스팅 발표 당시엔 잘 안 어울린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박해일 배우가 보기엔 감독님이 어떤 점에서 그를 캐스팅했다고 생각하세요? 또 이민호 배우와 현장에서 호흡을 맞췄을 때 어땠나요?

허진호 감독님 필모그래피를 한 번 살펴보세요. 배용준 선배, 정우성 선배. 그리고 허진호 감독님도 키가 크시잖아요. 민호 씨도 허 감독님이 필요했을 법한 면모를 갖추고 있는 배우였어요. 민호 씨는 제가 보기엔 정말 다 내려놓고 온 것 같았어요. 민호 씨가 직접 말하긴 간지러워서 말 안 했을 텐데, 촬영이 없는 데도 촬영 현장에 왔었어요. 그리고 저랑은 입장이 다른데, 어디서 알고 오셨는지 각국의 팬들이 나타나시더라고요.(일동 웃음) 신기했어요. 본인도 그런 걸 알 텐데, 부담이 있을 텐데 현장에 와서 응원도 해주고. 그 친구가 한 마디 하면 다 힘이 샘솟거든요.(웃음) 첫 촬영 때 민호 씨랑 저랑 전화 통화 장면이었어요. 이제 민호 씨가 전화하는 장면인데, 제가 현장에 갔던 건 민호 씨가 현장에서 배우로서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고 보고 느끼고 싶었어요. 그리고 저도 그 전화를 신문사에서 받는 장면을 연기해야 하니까, 저도 일종의 리허설을 한 거죠. 일타쌍피라고 해야겠죠.(웃음) 제 것도 챙기러 간 거죠.

※ 〈암살자(들)〉 배우 박해일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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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살자 〉 배우 박해일의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재환은 부장이란 위치에서 팀원을 이끌기도 하고, 자유언론실천 선언을 앞장서서 하잖아요. 연기하신 입장에서 재환의 어떤 점이 그를 그렇게까지 이끌었다고 보시나요. 직업적인 부분이 있잖아요. 철구도 형사로서, 재환 영일 등등 신문사 모든 분들이 기자로서, 그리고 큰 저격 사건 주변으로 수많은 직업군이 나타나요. 그건 아마 시대가 만들어준 동기가 아닐까 싶어요. 허진호 감독님은 이 주변 인물 중에 몇 군데 직업군을 잡아서 정직한 직업적 소명으로 시대적 공기와 사건을 대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재환은 자유언론실천 선언에 나와있는 언론의 자유를 정직하게 지키려고 했던 인물인 거 같아요. 저는 그걸로 설명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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