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영 방송사 TBS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비반트'(VIVANT)가 중국을 노골적인 적대국으로 설정하며 양국 간 문화·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일본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을 처단하는 비밀 첩보 부대의 활약상을 담은 이 작품은, 최근 방영을 시작한 시즌 2에서 중국인을 잔혹한 가해자로 묘사해 중국 관영 매체와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일본 돗토리 사구 촬영지에 세워진 '비반트' 조형물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10-29/b3b55927-8921-4234-9caf-fe90b7962e30.jpg)
중·일 외교 갈등 불씨 된 문화 콘텐츠, 자위대 미화 논란 증폭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비반트' 시즌 2의 반중 프레임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방위성이 공식적으로 존재를 부정하는 가상의 특수 첩보 조직 '별반'(別班)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드라마는, 방영 초기부터 짙은 국가주의적 색채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 2023년 방영된 시즌 1이 발칸이라는 가상의 중앙아시아 국가를 테러 집단의 근거지로 설정했던 것과 달리, 지난 7월부터 전파를 탄 시즌 2는 중국을 실명으로 거론했다. 특히 극 중 중국의 가상 첩보 기관인 '신시'를 일본의 안보를 위협하는 최대 적대 세력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CCTV는 지난 25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 중 중국 첩보원이 일본 '별반' 요원의 손가락을 절단하고 복부를 흉기로 찌르는 등의 고문 장면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매체는 "해당 장면은 과거 제국주의 일본군이 중국 침략 당시 자행했던 잔혹한 고문 행위와 매우 흡사하다"며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역사적 상처를 자극하고 양국 간의 대립과 적대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역시 '비반트'가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일본 드라마 비반트가 중국을 비방했다'는 해시태그는 지난 25일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하며 중국 내 악화된 여론을 방증했다.
나아가 중국 매체들은 드라마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경계하고 있다. '비반트' 제작 기저에 일본 '자위대'의 해외 군사 활동을 미화하고, 궁극적으로 이들의 무력 행사 범위와 능력을 확대하려는 우익 세력의 프로파간다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환구시보는 일본 내 대표적인 보수 우익 정치인인 다카이치 사나에(Sanae Takaichi) 의원이 이달 중순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해당 드라마 시청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대목을 예의주시했다. 중국 측은 일본 유력 정치인의 행보와 노골적인 문화 콘텐츠의 결합을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일본 내부에서도 작품을 둘러싼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지식인과 누리꾼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방위력 확충과 정보수집 활동 강화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애국주의 선전물"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일본이 직면한 안보 현실과 안전보장 활동의 필요성을 극적으로 묘사한 수작"이라며 옹호하는 등 드라마를 둘러싼 이념적 진영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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