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엔 개봉 소식도 없는데, 북미에서의 활약상으로 국내 씨네필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다큐멘터리가 등장했다. 다큐멘터리 장르에 심지어 상영시간도 3시간이나 되는데, 포스터나 예고편을 한 번만 보면 잊을 수 없는 그런 작품. 〈유 캔 씨 에브리씽〉(You Can See Everything)이다. 북미에서 10월 16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같은 날 개봉한 〈스트리트 파이터〉, 1주 뒤 개봉한 〈클레이페이스〉 같은 상업영화를 제치고 유유히 2주째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지어 10월 26일 기준으론 1위까지 오르며 현재 북미 극장가에서 가장 뜨거운 작품임을 입증했다. 도대체 무슨 다큐멘터리길래 이토록 일반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걸까. 〈유 캔 씨 에브리씽〉을 미리 만나보자.

〈유 캔 씨 에브리씽〉은 엘리자베스 홈즈라는 인물을 조명한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현시점에선 ‘사기꾼’이다. 그는 2004년 스타트업 기업 ‘테라노스’를 설립하고 2014년 해당 기업을 통해 새로운 의학 키트를 발표했다. ‘에디슨’이라고 명명된 그것은 소량의 혈액으로 250여 종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발표됐으며, 발표 직후 테라노스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으며 유수 기업인과 정계·재계 인사들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5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심층 보도로 에디슨은 고작 16종만 진단할 수 있는 키트에 불과하단 게 밝혀졌고, 테라노스와 수장 엘리자베스 홈즈는 순식간에 사기꾼으로 낙인이 찍혔다. 홈즈는 금융 사기를 비롯해 11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고, 결혼과 출산으로 재판을 미루다가 2022년 1월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우스운 건 〈유 캔 씨 에브리씽〉은 그 시점에서 제작에 착수했다. 바로 엘리자베스 홈즈 본인의 요청으로.


그렇다. 〈유 캔 씨 에브리씽〉은 그런 사기꾼이나 금융 범죄자를 파헤치는 유의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을 의뢰한 건 엘리자베스 홈즈 당사자니까. 본인의 일상을 담아달라며 촬영자를 구하는 홈즈에게 네이선 필더와 랜스 오펜하임이 함께 하게 된다.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던 오펜하임 감독은 〈리허설〉, 〈더 커스〉 등으로 작품과 현실을 모호하게 뒤섞는 방식을 선호해온 배우 겸 감독 네이선 필더를 공동감독으로 선택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엘리자베스 홈즈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서 보게 됐다.
그러나 작품이 이렇게 완성되기까지는, 두 감독의 영역 밖이었다. 일상을 담아달라던 엘리자베스와 그와 사실혼 관계인 빌리 에반스는 자꾸만 스태프, 그러니까 카메라 밖의 인물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론 다큐멘터리라곤 하나 네이선 필더가 카메라 안에서 이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인물로 등장하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네이선 필더가 프레임 안에서 엘리자베스 홈즈와 대화를 하는 과정이 길어질수록 영화는 단순한 기록용 다큐멘터리가 아닌 모호한 인물의 초상을 포착하는 다큐멘터리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영화가 한참 재밌는 건 이 관찰이 길어지면서부터다. 그러나 그 지점은 기사에서 언급할 수가 없다. 〈유 캔 씨 에브리씽〉은 다큐멘터리임에도 두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 자제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남길 정도로 단순한 관찰 다큐멘터리에서 점점 영역을 확장한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네이선 필더가 지난 기간 동안 해온 작업들의 연장선처럼 현실과 작품 내 관찰이 모호해지는 경계에 얹어진다. 영화를 본 관객 후기 중엔 "제목과 달리 오히려 모든 걸 의심하게 되는” ”심지어 제작진이 보여주는 것조차 믿을 수 없는” 작품이란 평가가 꽤 많다.

현재 북미에선 〈유 캔 씨 에브리씽〉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최초의 다큐멘터리가 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하지만 아직 한국에 들어오기까지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A24의 작품으로 소니 픽처스가 배급권을 가지고 있단 점, (후보가 지명된다면) 보통 아카데미 타이틀을 걸고 국내 상륙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만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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