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이 쓰는 우정의 힘, '연의 편지'와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연의 편지〉(왼),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연의 편지〉(왼),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가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개봉한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한차례 돌풍을 일으키더니, 이번엔 9월에 개봉한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이 뒤이어 열풍이다. 이 보기 드문 현상에 고군분투하는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한차례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국산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와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다. 각각 10월 1일, 10월 7일 개봉한 두 영화는 앞서 소개한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뚜렷한 장점을 가진 작품이다. 단순히 ‘신토불이’ 같은 정신이 아니라 두 편 모두 놓치기엔 아까운 구석이 있어 함께 소개한다. ‘요즘 극장에서 볼 게 일본만화밖에 없어’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영화 두 편을 기억해주십사 작은 소망을 담는다.


〈연의 편지〉

작은 다정함이 주는 힘

〈연의 편지〉
〈연의 편지〉

〈연의 편지〉는 2018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조현아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집단 괴롭힘을 당해 고향으로 돌아온 이소리가 자신의 자리에서 한 편지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10부작으로 웹툰치고 굉장히 짧은 편인데, 그만큼 스토리 전개가 탄탄하고 알차다. 이번에 개봉한 극장판 역시 원작의 큰 틀을 거의 고스란히 가져왔다.

〈연의 편지〉
〈연의 편지〉

해당 이야기는 소리(이수현)가 발견한 편지를 남긴 아이는 누구인지, 그리고 그 아이가 남긴 편지는 어디에 있는지 등 일종의 미스터리를 표방한다. 그렇다고 수수께끼로만 이어지는 얘기는 아니고, 편지를 따라가는 소리가 박동순(김민주)이란 아이를 만나고 학교 곳곳에 정을 붙이게 되며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을 담은 성장 드라마에 가깝다. 다소 굵은 펜선과 동글동글한 디자인, 낮은 채도와 수채화 같은 배경 등 따뜻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작화가 추리극과 성장 드라마라는 장르와 호응해 특히 인상적이다. 최근 애니메이션이 개봉하면서 오랜만에 세 주인공의 후일담을 담은 외전을 공개했다. 애니메이션만 봤더라도 챙겨보길 추천한다.

〈연의 편지〉(왼)과 원작 ‘연의 편지’
〈연의 편지〉(왼)과 원작 ‘연의 편지’

아쉬운 점이라면 애니메이션은 ‘성장 드라마’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듯 여러 변화를 줬다. 단번에 눈에 띄는 변화는 작화. 전반적으로 수려한 색채와 캐릭터 디자인을 좀 더 날카롭게 변경했다. 전반적으로 여백이 강했던 원작에 비하면 보는 재미는 커졌지만, 원작의 미스터리 같은 오묘함과 환상문학 같은 몽환적인 부분은 다소 절감됐다. 가사가 있는 보컬 곡을 다수 삽입한 것도 이런 부분에서 호불호가 있을 법하다. 그러나 결국 시청각 매체인 애니메이션이란 점에선 아쉽긴 해도 결점은 아닌 셈.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함께 성장하는 더블 주인공으로의 변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이진주 작가의 「달려라 하니」의 40주년 기념작이자 1988년 방영한 〈달려라 하니〉에서 이어지는 내용을 다룬 속편이다. 〈달려라 하니〉는 13부작 애니메이션으로 한국 방송 사상 최초로 정규 편성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의 기세와 맞물려 하니 신드롬을 이끌어냈다.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선희가 부른 주제가를 비롯해 작중 요소들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으니 설명이 필요 없다.

물론 초반엔 〈달려라 하니〉(위)에서처럼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에서도 사이가 안 좋다
물론 초반엔 〈달려라 하니〉(위)에서처럼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에서도 사이가 안 좋다

〈달려라 하니〉는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가 재혼으로 떠나면서 홀로 남겨진 하니가 육상 종목에 도전하는 내용을 다뤘다. 이번 극장판은 이때의 대결에서 패배한 나애리(강시현)가 하니(정혜원)가 다니는 고등학교로 전학 와 두 사람이 재회하고, 새로운 라이벌 주나비(이새벽)에 맞서 ‘에스런’(작중 길거리 달리리 스타일의 스포츠)에 2인 1조로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달려라 하니’가 제목이 아닌 부제로 채택된 제목에 작품의 핵심을 담고 있는데, ‘나쁜계집애’로 상징되는 나애리가 작중 주인공으로 설정됐다. 나애리의 시점을 중심 삼아 이미 ‘완성형 육상인’이었던 그가 어떻게 또 한 번의 도약을 하는지를 풀어낸다. 이 과정에서 하니와 나애리는 단순한 라이벌이 아닌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고, ‘달려라 하니’ 는 더블 주인공 체제로 변화한다. 원작의 대표 캐릭터 홍두깨 코치(홍범기), 창수(이상호) 등도 함께 한다.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

단점이 없는 작품은 아닌데 한층 세련된 작화와 요즘 유행하는 트렌드에 맞춘 ‘악역의 재조명’과는 달리 작품 내 코미디는 제자리걸음이다. 코미디 대부분이 인물의 호들갑이나 오버로 채워졌기 때문인데, 다른 부분은 첫 극장판이란 점에서 감안하더라도 현대적 속편을 표방한 작품으로서 보완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40주년 기념작인 만큼 원작을 기억하는 팬보다 캐릭터만 기억하는 관객이 좀 더 많을 텐데 이 부분은 분명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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