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영화의 거장 벨라 타르 별세… ‘느림의 미학’ 남기고 떠나다

롱테이크와 흑백 영상의 대가 향년 70세로 영면… ‘사탄탱고’ 등 현대 영화사 이정표 남겨

벨라 타르 감독 (사진 출처 = IMDB)
벨라 타르 감독 (사진 출처 = IMDB)

헝가리 영화의 전설적 거장 벨라 타르(Béla Tarr)가 6일(현지시간) 7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헝가리영화인협회는 “심각한 장기 질환 끝에 새벽에 별세했다”고 발표하며 영화계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벨라 타르는 극도로 긴 롱테이크와 정적인 흑백 영상, 그리고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다룬 허무주의적 서사를 통해 독보적인 영화 언어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그의 서사는 단순한 영화적 기법을 넘어 관객이 시간과 공간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몰입감을 선사하며 전 세계 평단과 거장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사탄탱고’와 7시간의 여정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성취로 꼽히는 작품은 1994년 발표한 〈사탄탱고〉다. 7시간 18분에 달하는 파격적인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 직후의 절망적인 인간상을 집요하게 추적한 이 대작은 현대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타르 감독은 16세에 아마추어 영화로 시작해 23세에 데뷔작 〈패밀리 네스트〉(1979)로 만하임-하이델베르크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천재성을 알렸다. 이후 〈베크마이스터 하모니즈〉(2000),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마지막 장편 〈토리노의 말〉(2011) 등을 통해 자신만의 철학적 깊이를 완성했다.

진보적 목소리를 냈던 ‘시대의 양심’

그는 영화관 밖에서도 소신 있는 활동을 이어온 예술가였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정권의 우경화와 문화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으며, 성소수자 인권 행사와 학생들의 학내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등 진보적이고 정치적인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011년 〈토리노의 말〉을 끝으로 상업 장편 영화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보스니아 사라예보에 영화 학교 ‘필름 팩토리(film factory)’를 설립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한국과는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방문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기도 했다.

유럽영화아카데미는 “뛰어난 감독이자 강력한 정치적 목소리를 가졌던 인물”이라며 그의 죽음을 깊이 애도했다. 시간의 흐름을 예술로 승화시킨 벨라 타르의 육신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롱테이크의 미학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흐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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