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이 일본에서 ‘한국인 최초 여우주연상’을 받기까지. 아역에서부터 미국 유학·일본 진출까지, 수상한 흥행퀸 심은경의 연기 인생

아역에서부터 일본 영화제까지, 23년의 기록

〈여행과 나날〉
〈여행과 나날〉

당신이 기억하는 심은경의 얼굴은 무엇인가. 〈써니〉(2011) 속 칠공주의 나미?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나인 사월이? 〈수상한 그녀〉(2014) 속 나문희의 젊은 모습? 더욱 멀리 간다면 〈도마 안중근〉(2004) 속 안중근(유오성)의 딸로 출연했던 앳된 시절을 기억하는 관객도 있을 터다.

저마다 자신의 머릿속에 남은 심은경의 얼굴이 제각각인 이유는, 그가 숱한 히트작을 보유해서일 터다. 그러나 심은경의 연기 인생은 ‘흥행 퀸’으로서는 이례적인 선택들로 가득 차 있다. 이를테면 〈황진이〉(2006)의 하지원, 〈태왕사신기〉(2007)에서 이지아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리고 영화 〈헨젤과 그레텔〉(2007) 〈불신지옥〉(2009) 〈퀴즈왕〉(2010) 등으로 인지도를 쌓은 후,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다며 홀로 미국 유학길에 떠난 것이 그렇다. 당시 심은경은 〈써니〉(2011) 촬영을 마치고 유학길에 올랐는데, 유학 도중 한국에 잠시 들어와 촬영한 작품이 〈광해: 왕이 된 남자〉였다. 심은경의 말에 따르면, "학업을 이어가는 동안 연기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택한 작품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유학 중에 찍은 영화는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조연이었지만 이병헌도 감탄했다는 그 연기로 말이다.

〈신문기자〉
〈신문기자〉

‘연기 천재’라는 칭호를 받던 심은경은 2017년, 돌연 일본 무대에 도전한다. 어렸을 때부터 록스타를 꿈꾸고,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심은경은 일본 진출이 즉흥적인 선택이 아닌, 오랜 열망의 끝에 내린 결심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오랜 바람이 닿은 듯, 심은경은 도발적인 영화 〈신문기자〉로 성공적인 일본 진출 성적표를 받았다. 아베 신조의 사학 스캔들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서 심은경은 권력의 어둠을 향해 펜을 겨누던 기자 요시카와로 분해 내면의 단단한 신념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일본어 연기 또한 훌륭하게 해냈다. 심은경은 이 작품으로 4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기에 이른다. 이후 〈블루아워〉(2020)로 다카사키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여우주연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신문기자〉의 성취가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 후, 심은경이 선택한 작품은 세계가 주목하는 일본의 젊은 거장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 〈여행과 나날〉이다. 심은경이 다음으로 택한 작품이 하필 미야케 쇼의 영화였다는 사실은, 그의 선택이 여전히 어느 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행과 나날〉은 일찌감치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번 키네마 준보에서 '일본 영화 베스트 10' 1위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여행과 나날〉
〈여행과 나날〉

배우 심은경은 영화 〈여행과 나날〉로 제99회 키네마 준보 베스트 텐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키네마 준보’는 1919년 창간해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 잡지다. 키네마 준보의 여우주연상을 한국 배우가 거머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키네마 준보 여우주연상을 외국인 배우가 수상한 것은 1993년 루비 모레노 이후 무려 33년 만이다.

아홉 살의 심은경이 내성적인 성격을 고쳐보겠다며 연기 학원 문을 두드린 것이 그의 ‘수상한 행보’의 시작이었다. 23년 차 배우가 된 지금, 심은경은 여전히 "매일 나는 과연 배우로서 적합한가를 생각한다"고 말한다. 심은경의 수상한 행보가 기다려지는 이유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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