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배우 박지현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도미는 활동을 접고 재벌가 며느리가 되어 상위 클래스의 삶을 누립니다. 그럼에도 도미가 다시 무대로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도미는 솔직하면서 현실에 되게 충실한 친구라고 생각해요. 도미의 가장 큰 목적과 목표는 돈과 명예일 거예요. 도미가 가수로 데뷔한 이유도 돈을 벌고 명예를 얻기 위한 것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결국 재벌가에 시집을 가게 됐지만, 이전의 꿈에 대한 그리움을 잊을 수는 없었던 거죠. 그래서 현우(강동원)가 재기를 제안했을 때, 현실적으로는 돈과 명예가 걸려 있기에 그렇게 빠르게 결정하진 못하지만, 욕구는 있었을 것 같아요. 그게 이제 절실함의 원동력이 됐겠죠.
영화에서 각 멤버의 전사가 자세히 나오지는 않습니다. 도미는 왜 끊임없이 정산을 요구할까요. 박지현 배우는 도미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고 연기하셨나요.
도미는 되게 똑똑한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그 시절은 사실 아이돌이나 가수가 그렇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시기는 아니었잖아요. 그렇지만 도미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가수로서 성공을 하면 세계적인 스타가 돼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라는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지고 되게 치밀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적은 인원으로 데뷔를 해서 본인의 몫을 단단히 챙기려고 그런 길을 택했다고 생각하고요. 그럼에도 도미가 그런 가수의 길을 선택했던 이유는 타고났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해요. 메인 보컬이라는 자리를 바로 꿰찰 수 있을 정도의 실력도 있었고 외모도 출중했으니까요.(웃음)
도미는 재벌가에 시집을 갔지만, 주눅이 들지 않고 시어머니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는 ‘깡’이 인상적이었어요.
도미의 캐릭터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단편적인 예였다고 생각해요. 도미는 아무리 재벌가에 시집을 갔다고 해도 시어머니의 기에 눌려 있을 성격은 절대 아니고요. 그랬기에 더 사랑스럽고, 본인 삶에 더욱 진취적인 인물로 비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인 친구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자기의 꿈을 과거에 무대에 섰던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 쉽지만은 않은 여정을 다시 선택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배우 박지현과 도미의 가장 닮은 지점은 무엇인가요?
솔직한 것과 현재에 충실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근데 도미만큼은 저는 못 살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제가 연기할 때 대리 만족을 많이 느끼기도 했고요. 저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보니, 예의와 규범과 질서를 지켜야 되기 때문에, 도미처럼은 못 살겠죠.
평소 K팝에 대한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와일드 씽〉의 ‘트라이앵글’로 활동하며 팬덤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본 소감은 어떠셨나요? 그리고 가수 연기를 한 후,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보면 감상이 달라질 것 같아요.
팬분들이 풍선을 흔드는 것을, 그 시절에 제가 직접 경험해봤던 사람이다 보니, ‘빨초파’를 보고는 ‘저거 어디 팬덤의 색깔인데, 저 세 개를 다 썼다고? 대단한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고요. 약간 음악 방송에서 앵콜 무대할 때도,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조금 더 잘 알고 연기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무대인사 때도 팬분들이 플랜카드 같은 것들을 많이 해 주시는데, 제가 어렸을 때는 콘서트 보러 가서 그런 거 많이 들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던 것 같아요. 요즘의 무대들을 보면, 얼마나 노력할까 싶어서 존경심이 들어요. 요즘 아이돌분들의 안무는 너무나 어려워서, 저는 못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제가 했던 안무도 사실 너무 어려웠거든요.

코미디 호흡도 좋았습니다. 도미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해서 코미디를 유발하는 캐릭터잖아요. 코미디 호흡 연구는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하고, 감독님과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저는 코미디뿐만 아니라, 모든 연기에서 ‘어떤 부분에서 조금 다르게 해서 꺾어볼까’라는 것을 중점적으로 고민해요. 그런 부분이 연기가 연기 같지 않고, 좀 더 현실감 있게 보여주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코미디야말로 그게 되게 중요하다는 걸 이번 영화를 하면서 느꼈어요. 사실 코미디 연기 경험이 적다 보니까, 연기를 하면서도 ‘이게 맞나’라는 스스로 질문을 계속하게 됐었던 것 같아요. 결과를 보고 나서도 사실 아직도 제가 잘 한 건지를 잘 모르겠어요. 감독님과는 이 도미라는 캐릭터가 어떻게 웃길지를 고민했다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좀 더 진짜처럼 느껴질지를 고민했어요. 어떻게 해야 웃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지를요. 함께 연기하는 분들이 워낙 대선배님들이시고 경험이 워낙 많으신 분들이기에, 저는 그냥 되게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워낙 디렉팅을 잘해 주셔서, 매번 테이크를 갈 때마다 다양한 모습들이 많이 나왔어요.
랩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그 랩이 즉흥적으로 나온 건지, 치밀한 계산 끝에 나온 건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사실 그 장면은 대본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되게 고민을 많이 한 신이에요. 제 랩은 짧았지만 테이크도 진짜 많이 갔고요. 어떻게 해야 그 부분을 제일 재미있게 살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표정 같은 거 신경 쓰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정확히 어떤 테이크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감독님께서 제일 마음에 들어 하시는 컷을 쓰지 않았을까요.

〈와일드 씽〉 기자간담회에서 한때 손재곤 감독의 〈이층의 악당〉 속 독백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정확히 어떤 대사였나요.
배우분들이 오디션을 볼 때, 다들 자유연기를 준비하실 거예요. 저는 자유연기로, 항상 이 독백을 했어요. 〈이층의 악당〉에서 김혜수 선배님이 ‘김정심신경정신과’에 가서 하는 얘기가 있어요. “여자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남자 이름이 김정심이 뭐야”라면서요. 2인극이긴 하지만 저는 그걸 독백으로 만들어서 자유연기를 했어요.
자유연기로 〈이층의 악당〉을 고르실 만큼, 원래부터 코미디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던 건가요.
〈이층의 악당〉 속 그 독백은 코미디처럼 할 수도 있지만, 진지하게 하면 또 진지하게 할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하고, 슬프게 하면 또 슬프게 들릴 수 있는 대사이기도 해요. 저는 그래서 그 대사를 되게 좋아했었거든요. 당사자는 되게 진지하게 내뱉지만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그런 대사였기 때문에요. 그런 점이 손재곤 감독님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게, 〈와일드 씽〉에서도 배우들이 웃기려고 노력했다라기보다는, 인물들이 다 절실하게 목표를 가지고 달려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층의 악당〉 속 독백도 코미디라고 생각하면 코미디가 될 수도 있고, 코미디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다른 장르도 충분히 될 수 있어서, 그걸 꼭 코미디로만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촬영한 입장에서 배우로서 기억에 남는 장면과, 또 〈와일드 씽〉의 관객으로서 가장 웃긴 장면을 뽑아주신다면요.
트라이앵글의 우여곡절 끝에 재기의 무대에 오르는 마지막 무대는 연기적으로 기억에 남고, 좀 감정적으로 북받쳐 오르는 그런 순간들이었어요. 무대적으로는 1집, 2집 활동할 때의 무대들이 기억에 남고요. 제일 웃긴 장면은, 저희가 다 같이 차를 타고 가다가 경찰이 쫓아올 때요. 그때 다 숙이고 있는데, 경찰이 차 안을 봤을 때 아무도 없으니까 “뭐야 이 차 테슬라야?” 하는 그 말이 너무 웃겨요. 저는 그렇게 약간 짧게 짧게 툭 치는 그 대사들이 되게 웃겼던 것 같아요

박지현 배우에게, 〈와일드 씽〉이 남긴 의미는 무엇일까요.
저에게 이 작품은 제일 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제가 지금까지 보여드렸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서가 아니라, 제일 어려운 연기를 했고, 저에게 연기적으로 숙제를 많이 남겨준 그런 작품이기도 했고요. 결과적으로 색다른 모습을 관객분들에게 보여주게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하고 나니, 이제야 이런 장르의 맛을 알게 돼요. 앞으로도 이런 장르에 대해서 더 열심히 연기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제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서 코미디 연기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코미디 장르의 맛을 제대로 느끼셨다고 했는데요. 경험해 보니, 코미디 장르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딱 잘 맞아떨어졌을 때의 쾌감이 있어요. 그런데, 그런 건 혼자 생각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코미디 장르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예상치 못한 데에서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실 다른 연기를 할 때는 내가 미리 생각하고 미리 준비해서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있었던 반면, 코미디 연기는 미리 생각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하고요. 오히려 생생하게 그 순간에 살아 있으면서 그 순간을 맞이하는 게 재미있는 연기를 만들어내더라고요. 원래는 다양한 옵션을 만들어 놓고 그다음에 연기를 막상 하러 가서는 아무 생각도 없이 하는 편인데요. 코미디 연기는 내가 옵션을 많이 만들어 놔도, 그 옵션들이 안 통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현장에서 갑자기 새로운 옵션이 갑자기 나왔을 때 나오는 호흡이 되게 신선하고 재밌을 때가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즉흥적인 연기의 맛을 느껴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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