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원이 거리낌 없이 망가졌다. 강동원은 이번에만 유달리 열심히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삼진 아웃은 안 된다며, 스트라이크 한 번이면 무조건 다음번에 출루해야 한다는 주의로 매 작품 임해왔을 뿐이라고 했다.
사실 강동원은 매번 공부하는 배우다. 액션을 유달리 잘하는 배우, 타고난 능청스러움을 지닌 배우로만 보이지만, 〈군도: 민란의 시대〉 때는 하루에 칼을 천 번씩 휘둘렀고, 이번 〈와일드 씽〉 때는 힙합의 역사를 배우고, 힙합의 걸음걸이부터 익히며 인물의 뼈대를 새로 세웠다고 했다.
오는 6월 3일 개봉하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배우 강동원은 ‘트라이앵글’의 리더이자 댄스머신인 현우 역을 맡아 열연했다.
강동원은 마치 〈와일드 씽〉의 황현우처럼, 오래전부터 언젠가 자신이 완전히 잊힐 거라고 생각해 왔다고 한다. 그 생각은 연기의 동력이 되어,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보는 이들이 기분 좋게 배신당할 선택들로 이어져 왔다. 〈늑대의 유혹〉(2004)의 꽃미남에서 〈전우치〉(2009)의 천방지축 도사로, 그리고 〈검은 사제들〉(2015)의 서늘한 구마 사제에서 〈검사외전〉(2016)의 능청스러운 사기꾼으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전문 댄서 못지않은 헤드스핀 실력과 본투비 힙합 아이돌 같은 스웨그로 또다시 관객들을 기분 좋게 배신한다.
〈와일드 씽〉의 주연배우 강동원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씨네플레이와 만나 작품을 준비한 과정부터 배우로 살아가는 그의 마음가짐에 대해 털어놓았다. 아래에 대화의 전문을 옮긴다.

〈와일드 씽〉의 시사회 이후 반응이 뜨겁습니다. 배우님의 파격적인 변신을 두고, 주변 지인들은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친한 형이 문자 와서, “뭐고, 니 요새 돈 없나”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많은 걸 의미하는 것 같아서 칭찬으로 받아들였어요.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제가 영화 선택할 때 ‘사람들 좀 놀라겠는데’라고 한 게 몇 개 있었는데요. 〈검사외전〉, 〈초능력자〉 때도 그랬는데, 이번 건 굉장히 놀라겠구나 싶었어요. 처음 대본 읽을 때부터 이미 머릿속에 내가 어떻게 할지를 상상해 보니까, 이렇게 하면 진짜 깜짝 놀라겠다 싶었죠. 기분 좋은 배신 같은 거죠.
〈와일드 씽〉 완성본을 보며, 강동원 배우 본인은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특히, 춤추는 자신을 본 느낌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춤추는 저를 본 소감은, 일단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마지막 무대쯤에는 “진짜 와, 진짜 잘하는구나” 싶긴 했어요. 진짜 열심히 했거든요. 촬영 끝나고도 계속 연습하고 밤에 가서 연습했죠.
배우님이 보시기에, 20대 시절보다 40대 현우의 무대에서 더 노련함이 나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촬영하며 무대 실력이 점진적으로 늘어가는 게 느껴지던가요.
그렇죠. 40대 때 무대를 제일 마지막에 찍었거든요. 그래서 40대 때 무대가, 모두가 다 완성도가 높아요. 무대 촬영을 계속해 나가니까 무대 경험이 쌓여서 마지막쯤에는 무대 ‘짬밥’이 생기더라고요. 점점 춤선을 살리고 디테일을 안 놓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무대 할 때는 안무 안 놓치느라 정신없었는데, 안무가 기본이 되니까 라인 살리는 데 더 신경을 썼죠. 노래하랴, 춤추랴, 관객 호응 끌어내랴, 카메라 보고 하랴, 정신없던 게, 익숙해지니까 마지막 무대는 춤선이 되게 좋더라고요. (웃음) 근데 마지막 무대는 춤보다는 다른 게 많이 보여서, 나중에 춤만 따로 뽑아서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강동원 배우는 액션을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시잖아요. 춤 역시, 액션과 비슷하던가요.
아예 베이스가 없는 새로운 운동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발차기 같은 거는 태권도 베이스라도 있는데, 힙합은 무용이랑도 달라서 비트 맞추는 게 되게 낯설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동작을 배우다가 나중에는 안 되겠다 싶어서 걸음걸이부터 배웠어요. 한 30분 동안 음악 틀어놓고 저 가르쳐주는 친구랑 둘이서 계속 걷는 거예요. 음악에 맞춰서 계속 “업 업 다운 다운” 하며 몸을 풀었죠. 그러고 나서 서서 하는 스텝 연습을 한 1시간 하고, 땀이 쭉 나면 기술 연습 들어가고, 안무 연습 끝나면 다시 혼자 기술 연습하고, 매일 한 4시간씩 그렇게 했어요.
“강동원도 저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뭐라고”라는 반응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번이 노력한 게 여실히 드러나는 영화인 거죠. 그런데 저는 늘 하던 대로 했어요. 항상 최소한 석 달씩은 늘 캐릭터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가는데, 이 영화는 노력이 너무 잘 보이는 거예요. 칼 연습도 예전엔 8개월씩 했어요. 〈군도: 민란의 시대〉 때는 다른 종류의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루에 천 번씩 칼을 휘둘렀거든요. 이번 것도 마찬가지예요. ‘업 다운’부터 시작한 거죠, 걸음걸이부터. 상구(엄태구) 찾아가서 “쌍구!” 이러는 장면도 아예 안 됐었는데, 한 30분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힙합이라는 문화와 그 특유의 ‘스웨그’(swag)를 체득하는 과정은 기술적인 연습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을 것 같은데요.
문화를 아예 몰랐어요. 스웨그가 있는 제스처를 많이 해야 하는데, 힙합 음악을 안 듣는 사람들은 아예 “이게 뭐지?” 싶은 것들이 많아요. 그거 적응하는 데도 한참 걸렸죠. 그게 쉽지가 않으니까 나중에는 아예 옷도 다 힙합 스타일로 사서 입고 다녔어요. 메소드 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건 이 옷을 입지 않으면 제가 힙합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 걷는지, 왜 이렇게 건들건들거리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힙합 비트를 들으면 그렇게 되더라고요.
원래 힙합 음악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셨나요?
아예 몰랐어요. 예전에 그냥 ‘림프 비즈킷’ 정도의 하드코어만 들었지, ‘투팍’이 사람 이름인 줄도 몰랐어요. 웨스트 코스트에 누구, 이스트 코스트에 누구, 서로 싸웠던 것도 그때 처음 알았어요.(미국 힙합은 캘리포니아 중심의 웨스트 코스트, 뉴욕 중심의 이스트 코스트로 분류된다) 그래서 이런 노래가 나왔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너무 무지하니까 힙합 역사 공부를 처음부터 하고, 힙합 다큐멘터리부터 챙겨봤어요. 그러면서 현우라는 캐릭터가 이해되고, 우리나라 옛날 힙합 가수분들도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럼, 촬영이 끝난 후, 지금은 힙합 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나요.
음악 취향은 여전한데, 예전에는 들어도 귀에 안 들어왔던 힙합이 이제는 들어오더라고요. 계속 그런 음악만 틀어놓고 연습했다 보니까, 이제는 “이거 괜찮은데?” 싶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와일드 씽〉에 합류하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워낙 독특한 이야기라 고민했을 법도 한데요.
고민은 안 했어요. 사실 이 대본이 이번에 처음 들어온 게 아니고, 두 번째 들어온 거예요. 원래는 시리즈 대본이었는데, 그때는 시기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받았을 때는 너무 딱 맞을 것 같아서 바로 하겠다고 했어요.
왜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하셨나요?
지금이 트렌드다, 싶은 거죠. 그때 읽었을 때는 좀 빠르다 싶었고, 이번에 읽었을 때는 지금 만들어야 할 거다, 싶었어요. 이때 감성을 지금 불러낼 때가 됐다. 그리고 댄스 가수분들,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를 아직 제대로 해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이거는 지금 할 때가 됐다 싶었어요.

〈와일드 씽〉에서 90년대와 2000년대의 화려했던 대중가요를 오마주하는 과정에서, 배우님의 개인적인 추억도 많이 소환되었을 것 같은데요.
그럼요. 90년대는 제가 학생 때 TV로만 봤던 1세대 아이돌 선배님들인 거잖아요. 그런 스타일이나 음악을 오마주하고 싶었어요. 대중예술이 정말 화려했던 시절이니까, 코미디지만, 코믹하지만은 않게 진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어렸을 때는 그 세기말적인 감성의 무대를 보고 진짜 우와,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보면 조금 과한가 싶지만, 아주 웃기게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댄스 가수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어렸을 때 봤던 걸 그대로 하고 싶었던 거죠. 마냥 우습게가 아니라, 그분들이 보셔도 ‘우리 그랬지’ 이렇게요. 당시엔 그게 멋이었으니까. 저도 고등학교 때 두발 자율이라 현우처럼 머리를 길러서 다녔었고요. ‘스포트리플레이’ 입고 다녔어요. 그래서 현우가 영화에 등장할 때도 ‘스포트리플레이’를 입고 나오죠.
그 시대를 레트로로 소비하는 젊은 세대와, 실제로 체감한 세대로서 표현하는 게 다를 것 같아요. 배우님은 실제로 그 시절을 직접 본 세대이시고요.
사실은, 영화에 나오는 ‘지금’을 현재로 설정하면, 20년 전이 2000년대 중반이잖아요. 그때는 이미 제가 〈늑대의 유혹〉으로 떴을 때고, 그 당시는 동방신기 등의 가수들의 음악이 유행했고, 지금 현대랑 패션이나 분위기가 크게 차별화가 안 돼요. 그러면 과거와 현재를 다르게 구분 짓지 못하는 거죠. 그래서 〈와일드 씽〉의 음악과 패션은 90년대 후반으로 가되, 정확한 시대가 언제인지는 짚지 말자고 했어요. 그걸 콘셉트로 돌파하는 거예요. 초반에 얘기를 많이 했는데, 영화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면 90년대는 포기할 수 없다, 고증 영화도 아니고 코미디니까 이 정도 선에서 가도 된다, 그렇게 정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닌 영화거든요.

극 중 ‘트라이앵글’의 전성기는 1집과 2집의 무드 차이가 명확합니다. 연기할 때 어떤 차별점을 두려 하셨나요?"
1집 같은 경우는 진짜 잘해야 되는 거였고, 2집은 약간 코믹 포인트가 있긴 했어요. 근데 1집은 진짜 무대는 ‘너무 잘해서 웃기자’가 목표였죠. 춤선을 잘 살려서 그 당시에 댄서였다가 가수 하신 분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하겠다는 게 목표였어요. 그분들이 봤을 때 “그랬지, 내가 저랬지”라는 생각이 들게끔. “나 저렇게 안 했어”라는 소리는 안 나오게 하고 싶었죠. 관객들이 봤을 때는 좀 어이없게 “왜 저렇게 잘하지? 왜 잘해서 웃기지?” 이런 느낌이 들길 바랐습니다.
특히 2집 시절의 스타일링은 파격 그 자체였는데요. 과거의 현우를 연기할 때, 배우님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나요.
2집은 충격받으시라고 한 것이긴 해요. (웃음) 세기말 감성으로 가자고 했었죠. 1집은 진짜 멋있게 한다면, 2집은 조금 재미나게, 좀 과하게요. 또, 과거의 인터뷰 장면에서는 그때의 말투를 넣으며 서울 사투리 같은 걸 섞었죠.

그 시절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는 영화가 어떻게 다가갈 것 같은가요.
세대마다 다르겠지만 요즘 10대, 20대들도 옛날 음악 다시 많이 듣고, 또 자기들 느낌으로 해석해서 새롭게 만들어내기도 하더라고요. “H.O.T. 알아요?” 물어보면 “알죠, 우리 많이 들어요”라고 해요. 우리 세대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만 소비하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전 세대가 봐도 좋을 테고, 글로벌 관객들도 요즘 한국 옛날 노래를 듣기 시작한다고 하니까 보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네요.
‘Love is’ 뮤직비디오 공개 후, ‘빨초파 부대’라고 불리는 ‘트라이앵글’ 팬덤이 형성됐어요. 어린 팬들이 유입되는 걸 실감하시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 어제 ‘리커넥트’ 행사를 했는데 예전에는 못 보던 팬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분은 뮤직비디오로 유입되신 분인가?’라는 생각을 하긴 했습니다. 제가 이름은 잘 기억 못 해도 얼굴은 기억을 잘하거든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 추정되는 여성분이셨는데, 처음 보는 팬분이 열성적으로 응원하시는 걸 보고 ‘저분은 진짜 트라이앵글 황현우의 팬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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