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의 독과점 시대, 독립영화가 생존을 위한 대반격에 나섰다. 극장의 본질을 되찾고 장기 상영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관객 연대 프로젝트, '슬로우 시네마 운동'이 그 서막을 열었다.
![독립영화 장기상영 프로젝트 '슬로우 시네마 운동' 출범식 [로스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6-19/88bec29b-bd96-4526-8acd-5d596bf1302c.jpg)
OTT 시대의 역행, 극장이라는 성소를 지키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닌 한국 독립영화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선언의 장이었다. 박봉남, 양희, 이란희 감독 등 최전선의 창작자들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가 결집해 '장기 상영 연대'를 공식화했다.
이 대담한 프로젝트의 선봉에 선 작품은 지난해 극장가를 두드렸던 세 편의 수작, '1980 사북', '3학년 2학기', '바람이 전하는 말'이다. 이들은 오는 12월 말까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관객과 호흡을 이어간다. 창작자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인 명분은 단호하다. 대면 상영과 대관, 그리고 관객의 자발적 후원을 통해 작품의 생명력을 연장하겠다는 의지다.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은 뼈아픈 현실을 짚었다. "지난해 국내 개봉작 중 독립·예술영화의 비율은 18%에 육박했으나, 이들에게 허락된 '예술영화 전용 스크린'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며, 40~50개 스크린에서 하루 단 1회 상영에 그치는 기형적 구조의 타파를 역설했다.
![독립영화 장기상영 프로젝트 '슬로우 시네마 운동' 출범식 [로스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6-19/2329600d-7dda-422c-9de2-1fc0eb95a2d2.jpg)
공동체의 회복, 2차 판권을 포기한 창작자들의 결단
이번 연대에 동참한 세 감독의 행보는 파격적이다. 연말까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IPTV 등 VOD 유통을 전면 거부하는 배수진을 쳤다. 대형 스크린과 암전된 공간이 선사하는 '공동체 관람'의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결단이다.
김희갑 작곡가의 예술혼을 담아낸 '바람이 전하는 말'의 양희 감독은 극장 특유의 압도적 음향 시스템을 통한 몰입을 강조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을 스크린에 옮긴 '3학년 2학기'의 이란희 감독 역시, 스크린 앞에서 또래들이 연대하고 진로를 모색하는 공론의 장을 열어두고자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980년 사북 항쟁의 아픔을 다룬 '1980 사북'의 행보다. 박봉남 감독은 폭력의 재현과 생존자 증언이 지니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하며, 기획 단계부터 '2차 판권 유통'을 완전히 배제했다. 그는 "무분별한 2차 가해를 차단하고 지역 사회의 진정한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극장이라는 안전하고 통제된 공간에서의 공동 관람이 절대적이다"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 연대는 단지 세 편의 영화로 끝나지 않는다. 주최 측은 대중의 지지와 영화계의 동참을 동력 삼아 '슬로우 시네마 운동'의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청사진을 그렸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관객과 닿을 때까지 극장의 불을 끄지 않겠다는 처절한 사명감으로 점화된 운동"이라며, "이 굳건한 연대가 척박한 독립영화 생태계에 새로운 소통의 활로를 뚫는 강력한 진원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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