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2관왕 '시크릿 에이전트', 1970년대 브라질, 일상에 스민 독재의 악취

전 세계 102관왕을 휩쓴 정치 스릴러. 평범한 시민의 도피를 통해 군사독재의 부조리를 고발한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야만의 시대, 평범함이 죄가 되다

1977년 군부 독재의 서슬 퍼런 칼날이 지배하던 브라질. 평범한 가장이자 공대 교수인 '마르셀루'(바그너 모라 분)가 마주한 현실은 초현실적인 공포 그 자체다. 주유소 바닥에 나뒹구는 부패한 시신, 시민의 안전보다 착취에 혈안이 된 공권력의 민낯은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섬뜩하게 직조한다.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의 신작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0년대 브라질에 만연했던 국가폭력의 그림자를 입체적으로 파고든 치밀한 '정치 스릴러'다.

전작들을 통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등을 거머쥐며 세계적 거장으로 우뚝 선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과 탁월한 연기력을 입증한 '바그너 모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전 세계 평단과 유수 영화제의 폭발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탄탄한 작품성과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예고하며 일찌감치 전 세계 시네필들의 필람작으로 손꼽힌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상으로 스며든 공포, 블랙 코미디로 비틀다

어떠한 정치적 이념도 없이 묵묵히 살아온 '마르셀루'는 하루아침에 정부가 고용한 청부살인업자들의 타깃이 된다. 아내를 잃고 어린 아들마저 처가에 위탁한 채 쫓기는 그의 도망자 신세는 부조리극의 연속이다.

영화는 작위적인 고문이나 선혈이 낭자한 폭력을 전시하는 대신, 일상을 잠식해 들어오는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군사독재'의 야만성을 고발한다. 살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가족과 은밀히 접선해야 하는 소시민의 비애는 씁쓸한 '블랙 코미디'의 질감을 띤다. 여기에 은신처에서 만난 타인들과의 연대를 담은 '휴먼 드라마', 암살자들과 벌이는 쫓고 쫓기는 '액션 스릴러'의 문법이 정교하게 교차한다.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시크릿 에이전트'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과거의 망령이 경고하는 섬뜩한 현재

메가폰을 잡은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은 "반세기가 흘렀음에도 최근 국제 사회의 행태는 다시금 과거의 어둠으로 회귀하는 듯하다"며 "이는 비단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현상"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맹목적인 '국가폭력'이 횡행했던 1970년대의 비극은 스크린을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서늘하고 묵직한 경고장을 날린다. 압도적인 서스펜스와 시대적 통찰이 빚어낸 이 작품이 관객의 뇌리에 깊은 잔상을 남기는 이유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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