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 "박정민 '짜증연기'에 깊이과 결이 생겼다"

영화 '얼굴' 제작보고회서 배우 박정민의 1인 2역 도전과 저예산 제작 방식 공개

연상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연상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연상호 감독이 박정민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을 영화 〈얼굴〉의 감상 요소로 꼽았다. 2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얼굴〉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짜증에 깊이와 결이 생겼다"며 "영화를 보면 느끼실 것이다, 깊이 있는 짜증이라는 것을"이라고 말했다.

영화 〈얼굴〉은 앞을 보지 못하는 전각(篆刻) 장인 임영규(권해효)와 그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간 숨겨진 가족의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연상호 감독이 2018년 직접 창작한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임영규의 아내이자 동환의 어머니인 정영희(신현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추적한다.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현재의 임동환과 젊은 시절의 임영규를 모두 연기하는 그는 "아들이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파헤쳐가는데, 아들 역의 배우가 아버지를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이상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1인 2역을 맡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아서 재밌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정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배우 박정민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박정민은 두 역할 사이의 미묘한 감정적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감정이 있더라"며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형태의 감정이어서 새로웠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번 작품에 무보수로 출연한 것에 대해서는 "좋은 영화, 좋은 이야기에 제가 힘을 보태는 게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며 "평소에 감독님을 사모한다"고 밝혔다.

권해효는 나이 든 임영규 역을 소화하며 시각장애인 연기를 위해 특수 렌즈를 착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작고하신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어서 그 모습을 옆에서 봤던 제게 배역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며 "배우들은 다른 배우의 움직임, 숨소리 등에도 자극받고 반응하는데, 눈이 좀 안 보여서 안정감과 편안함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배우 권해효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배우 권해효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연상호 감독은 임영규 캐릭터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캐릭터가 임영규"라며 "보이지 않으면서 시각 예술을 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라며 "그 인물 자체가 고도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영희는 임영규의 반대편에 인물로서 설정했다고 연 감독은 덧붙였다. 정영희는 영화 내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비밀의 중심 인물로 설정됐다.

영화 〈얼굴〉은 제작비 2억원대의 저예산 영화로도 주목받고 있다. 3주간의 촬영 기간과 20여 명의 소규모 스태프로 제작된 이 작품에 대해 연 감독은 "영화 만드는 방식을 다각화하지 못하면 영화를 계속 만들지 못할 것"이라며 "새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연상호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그는 "기동성 있는 프로덕션으로 배우와 감독이 직접 소통하고 우리가 좋아하는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며 "영화를 만들면서 한 번도 풍요롭게 찍은 적이 없었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얼굴〉이 가장 풍요로웠다. 가장 소통을 많이 하고 시간을 쓸 수 있을 만큼 썼다"고 제작 과정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얼굴〉은 다음 달 4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개막하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세계 초연된다. 이 부문에는 한소희·전종서 주연의 〈프로젝트 Y〉, 설경구 주연·변성현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등 주목받는 한국 영화들이 함께 초청됐다.

연상호 감독은 "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이게 돼 영광스럽고, 즐겁고,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인이면 더 이해할 수 있을 내용인데, 북미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게 돼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전했다.

영화 '얼굴'의 감독과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박정민(왼쪽부터), 권해효, 신현빈, 연상호 감독, 배우 한지현, 임성재
영화 '얼굴'의 감독과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배우 박정민(왼쪽부터), 권해효, 신현빈, 연상호 감독, 배우 한지현, 임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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