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이민호는 가만히 있어도 얼굴이 장르이고 판타지”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전지적 독자 시점〉 김병우 감독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PMC: 더 벙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은 가장 어려운 문제를 가장 간단하게 풀어낸다. 싱숑 작가의 웹소설에서 시작한 ‘전지적 독자 시점’의 방대한 세계관을 영화화하면서 원작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 것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중심을 흩트리는 것은 모두 과감하게 소거한 영화는 함께하는 연대 의식과 인간의 자유 의지라는 원작의 에센스만큼은 놓치지 않는다. VFX 작업으로 화려한 시각효과를 선보이는 와중에도 소박하면서도 거대한 원작의 메시지는 여전히 살아 있다. 김병우 감독을 만나 이번 작품과 여러 스타 배우와의 작업 과정에 대해 들어 보았다.


〈전지적 독자 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 시사 및 기자 간담회 전날까지 최종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부분을 수정한 건지 궁금합니다.

사실 VFX가 많은 영화들은 막판에는 편집할 수가 없고요. VFX 컷의 퀄리티를 올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워낙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라 어려웠을 텐데,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오히려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하고 싶었어요. 처음 제안을 받고, 원작을 읽어봤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는 웹소설이 아직 연재 중이었고, 웹툰이 없을 때였어요. 읽으면서 재밌긴 한데, 한편으로는 걱정이 드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만들어야 하지’. 고민이 너무 많았는데, 2년 정도 생각을 해보니까 이렇게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고 나서 해보겠다고 말했죠.

일단 기본적으로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요즘에는 인기 있는 웹소설이나 웹툰의 IP를 드라마나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도 이 작품을 한다면 그 과정에서 그런 프로세스를 내재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영화 같은 경우는 2시간 안팎의 상영 시간을 통해서 관객에게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잖아요. 그렇게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진 이야기로 만든다고 했을 때, ‘어떤 기준을 잡고 만들 것인가’라는 큰 숙제가 있었죠.

그러려면 하나의 중요한 기조를 잡아야 하고, 그 기조를 중심으로 사건들을 뭉쳐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게끔 해야 하는 거죠. 그 기준을 잡기 위해 원작을 다시 보다가 ‘연대’라는 키워드가 소설 초반에 굉장히 돋보였어요. 이 키워드가 원작의 대서사시를 전달하기에는 가장 적합하겠다고 생각했어요. ‘혼자였던 독자가 동료들을 만나게 되면서 평범했던 그들이 어려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힘을 합치고 결국 해결해 낸다’를 하나의 기준점으로 잡고 이야기를 구축했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안효섭
〈전지적 독자 시점〉 안효섭

김독자 역에 안효섭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해요.

우선 영화 혹은 그 이야기가 갖고 있는 신선도에 부합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고요. 그리고 젊은 분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평소에 잘 안 보는 드라마도 계속 찾아보면서 탐색하다가 안효섭 배우를 알게 됐는데 그전에도 〈낭만 닥터 김사부〉를 봤었지만, 그 배우분의 모든 전작을 다 보지는 못한 상태여서 쭉 돌아봤죠. 근데 김독자는 보편성이나 특수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녀야 하는데, 안효섭 배우가 그랬어요.

이민호 배우가 맡은 유중혁이 중요한 캐릭터인데, 영화에서는 분량을 적게 잡은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영화의 이야기는 한 덩어리가 되어야 맞다고 생각해요. 그 한 덩어리(김독자가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싸우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대 의식)는 앞서 말씀드렸고요. 그것과 어긋나는 것은 쓰고 찍어 봤자 나중에 날아갈 거예요. 저도 유중혁을 더 많이 보고 싶었는데 이야기가 추구하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유중혁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떻게든 중량감을 높이려고 했어요. 등장할 때마다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게 중요했어요. 물론 이민호 배우는 가만히 계셔도 이미 얼굴이 장르고, 판타지라서 너무 좋긴 한데 좀 그런 고민은 있었죠.

〈전지적 독자 시점〉 나나
〈전지적 독자 시점〉 나나

이번 작품에서는 나나 배우의 액션도 인상적이었는데, 나나 배우님과의 작업은 어떠셨어요?

나나 배우님은 현장에서 저희 다 깜짝 놀랐어요. 액션 장면을 찍을 때가 촬영 초반이었는데, ‘이렇게 잘한다고?’ 싶을 정도였어요. 사전에 말씀드렸어요. 액션을 쪼개서 찍는 방법들도 있긴 하지만, 특히 여배우가 액션을 했을 때는 파워보다는 선이 보이는 게 훨씬 유리하고 그것이 훨씬 멋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요. 그렇다고 한다면 선이 다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조금 더 멀리 빼고 더 오랫동안 찍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어요. 저는 컷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야 더 사실적으로 보일 수도 있고요. 근데 저의 바람들을 너무나 충실하게 그 이상으로 잘해 주셔서 사실 몇 테이크 찍지도 않았어요.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으로 나오는 정성일 배우와 박호산 배우도 톡톡히 제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이 배우분들을 캐스팅한 이유가 궁금하고요. 연기 디렉션을 어떻게 주셨는지도 궁금해요.

영화가 어떻게 보면 하나의 로드맵이기 때문에 공간별로 챕터를 나눌 수 있어요. 공간이 바뀌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기 때문에. 근데 그중에서 가장 큰 두 축이 금호역과 충무로역인데요. 지하철역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이걸 어떻게 차별화시킬지가 고민이었어요. 소품의 세팅 상태와 조명을 미세하게 바꾼다든지, 거기에 있는 주민들의 변화도 있겠지만 결국에는 그 역의 주인 격이 되는 천인호(정성일)와 공필두(박호산) 두 역할에 대한 색감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에는 상대적으로 먼치킨물이 많잖아요. 근데 〈전지적 독자 시점〉은 충무로역 전투 장면을 보면 주인공이 동료들과 힘을 합쳐서 싸우잖아요. 물론 원작에도 있는 장면이지만, 이 장면을 그대로 유지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지점에 부합하려면 충무로역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은 더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화려한 액션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화려함에서 끝날 게 아니라 액션 장면 안에서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가치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지적 독자 시점〉
〈전지적 독자 시점〉

도깨비 캐릭터 비형에 대해서 사람들의 반응이 갈리는 것 같아요. ‘내가 상상한 비형은 저렇게 안 생겼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비형 캐릭터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비형은 다른 크리처들과는 다르게 말하고 대화할 수 있어요. 감정이 있는 하나의 캐릭터예요. 초반에는 위협감을 드러냈다가 사람을 레이저로 쏴 죽이기도 하고, 근데 나중에는 독자의 숨은 친구 같은 역할도 하는 거죠. 이렇게 약간 상충하는 요소들이 있어서 이 캐릭터의 모양새를 어떻게 정하고, 대사를 입혔을 때 어떻게 하면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게다가 좀 더 생각해 보면 원작의 작가님이 애초에 왜 도깨비를 썼을까 궁금했어요. ‘전독시’가 여러 수식어가 있지만,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생각해요. ‘멸살법’(작중의 소설 제목인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줄임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독자의 여정 같은 거잖아요. 근데 옛날의 전래 동화나 구전 설화를 보면 도깨비라는 존재가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는 존재로 나오고, 예전부터 그런 인식이 있었거든요. 아마 그 지점을 잡으신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우리 영화에서도 도깨비가 “재밌는 이야기 많이 들려드릴게요”라고 하면서 성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매개체잖아요. 그래서 도깨비 보따리도 이야깃주머니처럼 만들었어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정해진 시나리오가 운명론이랑 연결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유중혁이 정해진 수순이나 운명을 따르는 인물이라고 한다면 독자는 이거를 깨려고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두 인물의 다른 점을 좀 어떻게 더 극대화해서 보여주려고 하셨는지 궁금해요.

그게 맞아요. 저도 원작을 보고 어느 순간 캐치했어요. 이 작품이 운명론과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구나, 두 가치관을 충돌시키는 거죠. ‘멸살법’이라는 것 자체가 운명론을 뜻하는 거기도 해요. 거기에 김독자라는 인물이 이야기에 개입하면서 인간의 자유 의지를 말하게 하는 거죠. 만약에 다음 편을 만들 수 있다면 저는 그 지점에 손을 안 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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