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시리즈를 통해 양성평등 재현을 돌아보고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콘텐츠 페스티벌 ‘벡델데이 2025’(주최·주관 DGK(한국영화감독조합),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가 9월 7일 관객들의 성원 속에 막을 내렸다. 영화와 시리즈를 통해 성평등 서사를 조명하고 문화 다양성 확산에 기여하는 콘텐츠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벡델데이는 올해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9월 6일부터 7일까지 이틀간 벡델 초이스 10 영화상영과 벡델 토크를 진행한 벡델데이 2025는 벡델 토크와 관객과의 대화, 상영작 일부가 잇달아 매진 소식을 전하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행사에 함께한 게스트들 역시 양성평등한 콘텐츠를 만들기까지 제작 과정의 어려움과 창작의 동력 등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꺼내며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먼저, 영화·시리즈 부문 시상식 직후 진행된 ‘벡델리안과의 만남’에서는 사회자인 이화정 벡델데이 프로그래머와 영화 부문 ‘벡델리안’에 선정된 〈딸에 대하여〉 이미랑 감독, 〈빅토리〉 〈하이파이브〉 이안나 제작자, 〈최소한의 선의〉 김수연 작가와 시리즈 부문 ‘벡델리안’에 선정된 〈정년이〉 정지인 감독, 〈정숙한 세일즈〉 신혜미 제작자가 무대에 올라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미랑 감독은 “사람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때 비로소 고정관념은 사라진다”며 창작자가 인물의 안쪽을 깊이 탐구해야 함을 강조했고, 김수연 작가는 “10대 소녀의 임신이라는 소재가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오해 때문에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배고픔’이라는 가장 본능적이고도 보편적인 감각을 통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제작자는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다루는데 있어, 주변의 시각은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 결국 중요한 건 남성이든 여성이든 캐릭터 자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지인 감독은 “소년만화적 공식을 여성 서사 안에서 새롭게 구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신혜미 제작자는 “19금 소재의 시대극, 여성 멀티 캐스팅, 중년 여성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 제작자로서는 안 될 모든 선택을 했던 작품이었다. ‘벡델 초이스 10’에 선정됐을 때 울컥했을 만큼 행복했다”며 여성 성장 서사를 꾸준히 이어갈 포부를 전했다.

〈파과〉 상영 후에 열린 스페셜 토크에서는 이혜영 배우와 민규동 감독이 무대에 올라 ‘원 앤 온리! 배우 이혜영: 여성 배우의 경계를 확장하다’를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민규동 감독은 “여성이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면 투자받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넘으려고 했던 허들은 바깥 세상에도 있겠지만 실제로 ‘우리 안에 있는 불신과 두려움을 넘는게 더 큰 허들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파과〉 속 여성 캐릭터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혜영 배우는 “내가 연기한 〈파과〉 속 ‘조각’이라는 배역은 여성인 내가 맡았지만 남성이 연기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캐릭터였다.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캐릭터의 본질이며, 앞으로는 이렇게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역할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관객석에서는 배우의 캐릭터 구축 과정과 여성 캐릭터의 확장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이어졌고, 현장은 뜨거운 공감 속에 마무리되었다.

스페셜 기획 토크 프로그램 ‘승부욕의 성평등: 몸의 자유, 여성의 욕망과 도전을 깨우다’에서는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통해 드러나는 여성의 몸, 욕망, 그리고 도전의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으로 마련되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의 권형구 PD,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한 이영진 배우, Mnet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정경욱 PD가 게스트로, 벡델데이 2025 시리즈 부문 심사위원인 김민정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가 패널로, 씨네플레이 주성철 편집장이 모더레이터로 참여했다.

권형구 PD는 “처음에는 여성들이 축구를 하는 모습 자체가 낯설었고, 부상과 재활 같은 과정도 모두 낯설게 다가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과정이 되었고,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이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현장의 변화를 설명했다. 이영진 배우는 “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단체 스포츠를 즐기며 성장할 수 있었지만 여성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제야 ‘경기의 욕망’을 경험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 정경욱 PD는 “도전은 성별과 상관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전의 방향이 다양해지고 있다. 장르가 혼합되고 성별의 구분이 확장되면서 도전의 범위 또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흐름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교수는 “‘골 때리는 그녀들’과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견고한 남성 카르텔에 균열을 내는 작품이라고 생각 한다. 단순히 여성이 등장해 성공했다는 차원을 넘어, 몸의 언어와 신체적 투쟁을 여성에게 부여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자유와 확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영화 부문 ‘벡델 초이스 10’ 선정작 〈빅토리〉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사회자인 〈연애 빠진 로맨스〉의 정가영 감독과 〈빅토리〉의 박범수 감독, 박세완 배우가 무대에 올라 작품의 뒷이야기를 전하며 관객과 소통했다. 박범수 감독은 “〈빅토리〉 시나리오를 쓰면서 먼저 벡델 테스트를 해봤다. 이렇게 벡델 초이스 10에 〈빅토리〉가 선정된 게 저희 배우와 제작진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세완 배우는 “개봉한지 1년이 지났는데 〈빅토리〉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내가 정말 소중한 영화를 찍었구나’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고 함께 자리한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올해의 행사를 성황리에 마무리한 벡델데이 2025는 추후 DGK(한국영화감독조합)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dgk_official)을 통해 공식 행사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개막을 앞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 ‘올데이시네마’에서 올해의 벡델 초이스 10 선정작인 〈최소한의 선의〉 〈하이파이브〉가 9월 20일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자세한 공지는 벡델데이 2025 홈페이지와 SNS(@bechdelday)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