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I P.A.N. 인터뷰 ④] 로그라인에서 뽑아낸 감각적 스타일, KT그룹 미디어 IP 부문 우수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토끼털을 태웠다

토끼털을 태웠다 김진성(왼), 안찬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토끼털을 태웠다 김진성(왼), 안찬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가,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명제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로그라인에서 인상적인 예고편이 탄생할 수 있는가로 질문을 조금 바꾼다면, 그 대답은 토끼털을 태웠다 팀을 대신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YES”라고. KT AI P.A.N 공모전에서 KT 미디어 IP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토끼털을 태웠다 팀은 방영 전인 드라마 〈착한여자 부세미〉의 로그라인(“세계 최고의 경호원 출신 착한 여자 부세미가 재벌 회장과 3개월 계약결혼 후 탐욕스러운 재벌 2세들을 자신의 게임 속으로 유인한다”)을 누아르와 모던 아트를 혼합한 예고편으로 승화시켰다. 9월 17일, 토끼털을 태웠다 팀을 만나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와 AI 영상 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올해의 수상작들은 KT 지니 TV 유튜브 채널 ‘지니어스 컷’과 지니 TV VOD로 감상할 수 있다.


KT AI P.A.N 공모전에 출품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김진성 올해 2월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그러고 교수님의 연구소에서 여러 준비를 했는데, 그 안에서 AI라든가 여러 기술을 접하고 사용해보니 이걸로 영상 같을 걸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제는 일반인도 기술적으로 괜찮은 영상들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 생각해서 공모전에 출품을 해보자, 우리 둘이 가진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KT 공모전에 출품하게 됐습니다.

출품 분야를 KT 미디어 IP 부문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안찬우 제가 영화감독이 꿈이라서 단편영화도 연출했었어요. 그렇지만 그쪽에 출품하는 건 경쟁률이 높을 것 같고, 저희가 이제 막 시작하던 팀이어서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었기 때문에 승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이 부문에 매력적으로 보였어요. 로그라인만 딱 주어진 것이 어려웠지만, 챌린징 하면서 재밌을 것 같아서 도전하게 됐습니다.

시상식에서 수상했을 때는 어떠셨어요?

김진성 그렇잖아요. 자기가 만든 작품들은 항상 결함이 먼저 보이고. 솔직히 제출하면서도 모자란 부분이 많다 생각해서 시상식에 초청받았을 때 놀랐어요. 그제야 어떤 상이 있는지, 상금이 얼만지 봤는데 장려상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장려상 받으러) 참석하자 그랬는데, 장려상이 총 8팀이었어요. 그런데 한 다섯 번째까지 이름이 안 불리는 거예요. 그러면 최소 우수상은 확정인 거니까요. KT에 무한 감사를 드립니다.(웃음)

안찬우 저는 그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다만 단편영화 공모전이었으면 안 됐을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렇지만 항상 이렇게 분야를 약간만 틀어서 가지고 있는 지식을 활용하면 훨씬 잘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엔 일반인분들이 많아서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게 도움이 되는 거고. 그래서 재밌었던 것 같아요.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팀 이름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어떻게 정하게 되셨나요?

김진성 이야기하면 긴데,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아마 딱 들으셨을 때, ‘아 이게 뭐지’ 싶으셨잖아요. 그래서 누군가 팀 이름을 들었을 때 그런 반응이 나오는, 흔하지 않아서 덜 잊어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전혀 연관 없는 두 개의 단어를 붙여서 오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지어서) 큰 뜻은 없었습니다.

로그라인만 가지고 필름 누아르, 모던 아트, 체스, 이런 소재를 고르셨습니다. 어떻게 이런 조합을 떠올리셨나요?

안찬우 처음 로그라인을 보고는 Veo 3를 써서 실사풍으로 가볼까 했는데, 제가 볼 때는 지금 (AI 영상이) 딱 불쾌한 골짜기 지점에 와있는 것 같아서 만들면서도 짜증날 것 같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제가 어릴 때 봤던 영화 중 〈캐치 미 이프 유 캔〉 오프닝에서 검은색 푸른색을 배합한 모션 그래픽 스타일이 나오잖아요. 부모님이 방에서 공부하라고 하면 제가 이 영화를 몰래 한 100번 정도 봤어요. 그래서 그게 딱 생각나서 이런 스타일을 적용해서 미드저니(Midjourney)나 이런 걸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스타일이 찰떡으로 나오더라고요.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작품 제작에 사용한 툴과 워크플로우를 듣고 싶어요.

김진성 기획이 가장 오래 걸렸고 수정이 가장 많았어요. 드라마의 로그라인만 가지고 만드는 예고편이니까 어떤 기획을 했을 때 가장 영상이 잘 나올까, 고민을 가장 길게 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 신과 장면을 나눴어요. 두 명이라서 각각 어떤 작업을 하자 이렇게 구분하지는 않았어요. 이번 영상 작업은 찬우가 많이 했고요. 기획에선 AI를 사용하지 않고 저희가 하고, 작업은 미드저니와 프리픽(Freepik) 이렇게 두 개를 위주로 사용했습니다.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착한 여자는 없다. 착한여자, 부세미〉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어려웠다 하는 장면이 있다면요?

안찬우 부세미가 거인처럼 나오면서 두 남자를 쫓아가는 장면이 있잖아요. 원래는 그렇게 만들 생각이 없었어요. 제가 생각한 건 〈샤이닝〉(1980)에서 잭이 미로를 바라보면서 대니랑 웬디를 산책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게 후반엔 스스로도 미로에서 쫓아가는 그런 장면이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부세미가 미로의 남자들을 지켜보는 그런 장면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일단 미로가 잘 구현이 안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로우 앵글로 해서 나오고, 하다보니 너무 실사처럼 나오고 그렇게 원하는 스타일도 안 나오고 하니까 미로를 빼게 됐고, 지금처럼 두 남자를 부세미가 위협적으로 지켜보는 샷으로 변경했죠.

김진성 내레이션도 득일까 실일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뒤로 갈수록 어색해지는 것도 있어서 고민했어요.

안찬우 특히 영화에서는 내레이션을 많이 쓰지 않잖아요. 제가 예전에 영화를 배워서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웃음) 그렇지만 내레이션이 없으면 이미지만으로는 이 로그라인을 풀어낼 자신이 없는 거예요. 일레븐랩스(ElevenLabs) TTS에서 그나마 마음에 드는 여자 목소리를 찾아서 (넣었죠).

토끼털을 태웠다 김진성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토끼털을 태웠다 김진성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AI 영화에 대한 미래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진성 공모전 시상식에서 조우진 배우님이 하셨던 얘기가 있어요. 정확한 워딩은 아닐 텐데, 아직은 AI가 도구로 사용했을 때 효용성이 있고 전부를 맡기기엔 사람이 마무리해야 한다, 이런 뉘앙스였어요. 저도 거기에 동의하거든요. 이번 작품을 할 때도 그렇고 기획부터 AI를 사용하면 결과물 자체가 항상 좀 뻔하고 흥미가 안 생기고 내가 했다는 느낌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AI가 그런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저 개인적으로 생각을 해서. 그렇지만 2년 전이랑 지금만 봐도 AI 판도가 달라졌잖아요. 앞으로 2년 뒤, 3년 뒤, 5년 뒤에는 어떻게 발전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예측을 사실 잘 못하겠습니다.

안찬우 저도 당장 쓸 수 있는 건 VFX 정도 대체할 수 있다 싶어요. 단가가 훨씬 낮을 것이고. 예를 들어 제가 후디니(Houdini)라는 툴을 배웠는데 그런 것도 AI가 단가로 치면 한참 낮게 만들어주니까요. 상업영화를 가면 인건비부터 회사랑 계약해서 하니까 몇 억씩 하는데 그런 데서 단가 차이를 줄 수 있으니 VFX 쪽에서는 확실히 (AI를) 쓸 수 있겠다 생각해요. 그렇지만 영화 전체를 만드는 데는 확실히 한계가 있을 것 같고. 다만 제가 단편영화 등을 만들어봤을 때 그 한계가 너무 싫었거든요. 단편영화는 제작비라든가 한계가 있어서 지원금을 찾아봐야 하고. 그래서 AI가 언젠가 이걸 다 깨버릴 수 있지 않을까, 먼저 도전해보자 싶어서 진성이도 데려와서 같이 하자 했던 거라서요. 아직은 멀었다라고는 하지만 저는 진짜 곧이라고 생각해요. 현재 관객들이 영화를 많이 보러 가지 않으니까 제작사라든지 영화계에서 단가를 최대한 줄여서 손익분기점을 낮추게 될 거예요. 그럼 AI 영화 쪽이 지금 속도보다 더 발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작업 중인 차기작이 있을까요?

안찬우 지금 준비 중인 건 저희만의 색깔이 들어가 있는 어떤 작품을 SNS에 연작 형태로 해볼까 해요. 아직은 저희 팀에 정확히 어떤 색깔을 내는 팀인지가 명확하지가 않아서 그런 작업물 자체가 많아야겠다 싶어서 지금은 그쪽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토끼털을 태웠다 안찬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토끼털을 태웠다 안찬우 (사진=씨네플레이 양시모)

AI 영상 제작에 도전하고 싶은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진성 저도 몇 개월 전만 하더라도 AI랑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거든요. 요즘 AI 괜찮대, 그거 쓰면 좀 편하대 해서 처음 접했었는데 이게 한 번도 안 다뤄본 분들 입장에서는 엄청 대단한 기술 같고 말만 하면 쑥쑥 뽑아낼 것 같고 어렵게 느끼실 수 있어요. 근데 막상 써보면, 이번 공모전에서도 나왔지만 직장인분들, 고등학생분들도 있었고요.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활용하는데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해서 AI라고 해서 엄청 대단한 기술이다 막 겁먹지 않고 그냥 편하게 ‘내가 만들고 싶은 거 있는데 이런 거 한번 만들어 볼까’라고, 너무 어렵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찬우 저는 지금이 제일 혼란기니까 이럴 때 빨리 도전하는 게 가장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은 모두가 쓸 수 있는 AI 이렇게 됐는데 단가 자체도 높아지고 있거든요. 불과 1년 만에 이거(생성형 AI)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기업들이 느낀 거니까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거 진짜 기업들에서만 쓸 수 있는 AI가 따로 나와서 일반인들이랑 또 격차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지금 빨리 기업을 차리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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