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도전장을 내민 2025 KT AI P.A.N 공모전. 여기서 〈재난소녀 뮤직비디오(글로벌)〉로 KT 미디어 IP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지산X제이슨은 두 회사의 협업을 발판 삼아 현 산업에 화두를 던진다. 과연 지금 창작 산업에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영상업을 해온 지산 크리에이티브스와 AI 음악을 주류 산업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제이슨 뮤직랩은 〈재난소녀 뮤직비디오(글로벌)〉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AI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지산X제이슨'의 대표로 지산 크리에이티브스의 방진현 CEO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편, 올해의 수상작들은 KT 지니 TV 유튜브 채널 ‘지니어스 컷’과 지니 TV VOD로 감상할 수 있다.
KT AI P.A.N 영상 공모전 참가 이유가 궁금해요.
저희는 업력이 12년 정도 된 영상 회사입니다. 이번에 AI 기술이 나왔을 때 업계 모든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을 거예요. 유튜브에 창의적인 AI 작품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상업성을 가질 수 있는가, 돈을 받을 수 있는 퀄리티를 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요. 저희가 지원한 부문이 KT 미디어 IP 부문인데, 이렇게 생각했던 거죠. 웹툰 ‘재난소녀’라는 작품을 선택했는데, KT를 클라이언트라고 상정하고 우리가 그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웹툰 콘텐츠를 판매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해보자. 그래서 누가 봐도 상업 퀄리티, 소위 말해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상업적인 퀄리티의 영상을 한 번 테스트해보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렇게 보면 성과를 본 셈이라고 할 수 있죠.
‘재난소녀’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과거에 웹툰 티저 영상들을 만들어봤어요. 시장에서 그게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단가가 얼마에 책정되는지 이런 시장을 저희가 알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이미 시장성을 확인한 이 웹툰 콘텐츠 시장에서 AI를 활용해서 더 높은 퀄리티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느냐 그걸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거죠.

수상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수상작을 다 봤는데 저희도 정말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았고, 저희가 제일 훌륭해서 상을 받은 건 아닌 것 같다 생각했죠. 그래서 수상소감 때 제대로 전달됐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얘기했어요. AI가 생겨서 영상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위기감을 느끼는 건 AI 자체가 아니라 이렇게 AI로 잘 만드는, 창의적인 제작자들이 더 큰 경쟁 상대라서 나한테 위기감을 주는 것 같다고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게 됐다고요. 말 그대로 AI 자체는 툴이었던 것이고, 그걸 활용한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았다고 봅니다.
‘재난소녀’라는 원작이 있는데 반영하려고 한 부분이 있을까요?
아마 원작을 보신 분들이라면 저희 티저를 보고 ‘이게 무슨 상관이야?’ 하실 거예요.(웃음) 이번 공모전이 로그라인을 제외한 부분은 상관없었어요. 로그라인만 반영되면 나오지 않는 인물이 나와도 되고. 웹툰 ‘재난소녀’라는 작품 자체가 16부작으로 짧은 작품이에요. 세계관도 다소 좁게 형성이 돼있고. 그래서 이번 작업을 할 때 좀 더 블록버스터의 느낌을 냈으면 좋겠다, 그래서 스케일을 키우는 작업을 했고 스토리라인에서도 이를테면 원작은 선과 악의 대결 그런 것들이 뚜렷하게는 나타나지 않거든요. 그런 부분을 부각했죠. 자신들을 억압하는 거대 기업이나 이런 존재들과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어떤 이야기, 그렇게 그렸어요. ‘재난소녀’ 원작 자체는 감정 컨트롤에 성공한 정도로 마무리돼서 저희가 생각한 스토리대로 완전 다른 것들을 만들어봤습니다.

사용하신 툴과 워크플로우는 어땠나요?
음악과 영상 작업을 동시에 시작했어요. 워크플로우가 빨랐어요. 이 영상을 기획부터 완성까지 4일밖에 안 걸렸어요. 첫날은 원작 웹툰을 모두 보고 테스트샷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음악은 제이슨 뮤직랩이란 회사와 같이 했는데, 여기서 언급해야겠네요.(웃음) 제이슨 뮤직랩은 수노(Suno) 같은 기존 AI 음악툴에서 만든 음악을 선별까지 해주는 AI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한 회사입니다. 기존 AI 툴에서 음악을 뽑으면 생각만큼 좋지 않아요. 가수지망생에게 ‘이걸로 데뷔해’ 말할 수 있는 정도의 퀄리티냐 하면 아닌 거죠.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해요. 재밌게 즐길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상업적인 퀄리티를 목표로 하면 그 지점이 높아지거든요. 제이슨 뮤직랩은 그런 AI툴로 방대한 양의 곡을 뽑아서 그중 선별까지 하는 프로그램을 쓰니까요. 하루 만에 퀄리티 있는 음악이 나왔어요. 그래서 둘째 날부터 3일 동안 영상을 만들었어요. 미드저니(Midjourney)와 Veo 3 두 가지 툴을 사용했어요. 4일이면 굉장히 짧은 시간이긴 한데 실제 현업에서도 웹툰 티저 영상이면 2주를 안 줘요. 마케팅이란 게 갑자기 결정날 수 있고 그러니까요. 빨리 돌아가는 현장에서 시간을 공들여서 할 수가 없고, 그렇다면 AI를 활용하게 됐을 때 저희가 훈련된 인원이기도 하지만 기존보다 더 확연히 시간이 짧아야지 활용 가치가 있는 거거든요. 이런 것도 테스트해보는 거죠. 사실 (공모전 마감) 4일 전에 이 작품을 하겠다 결정한 것도 있고요.
뮤직비디오 형식이어서 음악이 무척 중요했어요. 어떻게 준비했나요?
저희는 이제 음악 전문팀이랑 하니까, 자유롭게 놔뒀으면 좋겠다 해서 최대한 그렇게 했어요. 작사 단계에서는 저희가 많이 개입했고요. AI 도움을 받은 건 저희가 영어 노래로 만들 거니까 라임을 맞추거나 그런 건 아무래도 AI가 잘 하겠죠. ‘재난소녀’의 주제가 그거예요. 감정을 드러내면 날씨가 바뀌잖아요. 주변에선 다 악의 힘이라고 하는 거죠. 악마의 힘이다, 저주받은 힘이다. 그래서 솔직한 감정 표현은 억제되고. 거기 나오는 요원들도 예를 들면 이 주인공이 화가 나거나 울고 싶거나 그러면 막으려고 존재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 것이 매력포인트라고 생각했고, 두 번째는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다 가면을 쓰고 있어요. 그렇게 솔직함을 억제 당하는 소녀,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가면을 쓰고 접근하는 사람들. 그 관계에서 이 소녀가 느끼는 갈등과,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만 주변이 다치면 안 된다는 그런 다양한 감정을 음악으로 함축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사는 작사가가 따로 AI와 의도를 반영해 만들었고요. 그래서 저희 작품은 장면만 보면 화려하다, 정도에서 그쳐도 가사의 의미를 이해하면서 같이 들으면 한편의 어떤 메시지가 딱 전달되는 면이 있습니다.

영상에서 모션 그래픽도 굉장히 인상적인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작업했을까요?
저희가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기성 영상 업체가 AI를 활용해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 그런 테스트베드였어요. 사실 AI는 다 (비슷한) AI를 쓰니까 퀄리티는 비슷비슷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우리가 뽑을 수 있는 컷은 누군가 뽑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한 번 더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을 찾다가 그래도 영상 회사인데 컷 흐름이나 모션 그래픽 이런 걸로 화려하게 만들어보자 했어요. 일종의 영상 회사로서 어떤 생존의 길을 모색하는 거라고 할 수 있죠.
AI영화의 미래는 어떻게 보시나요?
고민을 정말 많이 한 질문인데요. 조금 정리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실제 사람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실제 사람은 아니지만 충분히 감정 이입하고 팬덤 형성하고 하나의 문화로 확장이 되는 걸 보면 콘텐츠에서 실제 사람이냐 아니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AI라고 하면 아직 기술 초장기라서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 이걸 포인트로 삼는 것 같은데요. 그렇지만 지금의 상업 영화라도 관객들은 1만 5천 원 표값을 내고 극장에 가서 작품이 안 좋으면 불호를 표하시잖아요. 그래서 AI도 단순히 비용을 절감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관객이 납득할 수 있는 퀄리티까지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콘텐츠면 나는 기꺼이 돈 내고 고르는가 생각해봤을 때, 유명한 애니메이션이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같은 경우는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넷플릭스도 〈원피스〉를 만들고 그러는데 어떤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과정에서 관객이 완전히 만족하는 경우는 많이 없거든요. 예산 때문에 구현할 수 없는 판타지 소설이나, 요즘 웹툰에서 유행하는 무협이나 이세계 장르 이런 것들 있죠. 그런 것에선 AI영화가 확실히 수요가 있을 것 같다 싶어요. 두 번째는 영화 제작비의 대부분은 출연료가 차지하고 있잖아요. 연기력만이 아니라 마케팅적인 측면도 있는 건데 앞서 말한 원작이 있는 작품이거나 하면 그 자체가 마케팅 포인트가 되지만 제작자 입장에선 어디를 마케팅 포인트로 잡을 것인가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있죠. 그런 산업적인 고민이 있겠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산업영화를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차기작이 있나요?
장편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어요. 준비하고 있는데 막상 말하려니 저항이 살짝 오는데요,(웃음) 교양물이나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입니다. AI로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게 굉장히 모순적인 얘기예요. 다큐멘터리라면 실재를 찍는 거니까. 그래서 과학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요. 세포의 움직이나 이런 건 풀3D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AI에서 가져갈 수 있는 건 결국 스토리텔링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공신력 있고 훌륭한 스토리텔러들을 섭외해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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