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어쩔수가없다' 이병헌② “AI영상에 위기감, 나와 이정재 나오는 영상도 봐”

“극장에서 봐야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 만드는 근본적인 것에 힘을 쓰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

1부에서 계속

이병헌 (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제공=BH엔터테인먼트)

감독님은 만수가 경쟁자를 죽인다는 부분을 설득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이셨다고 했는데요. 일부 관객도 그렇게 의문을 가질 만한 부분인데, 만수를 연기하는 입장에서 더욱 중요했을 텐데.

감독님과 촬영 내내 그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해고당했다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가 있는지. 절대 평범한 사람은 아니고, 만수는 평범해보이지만, 해고당했다고 라이벌을 제거한다면 세상 사람 하나도 없겠지.(일동 웃음) 그래서 설득력이 더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동의하셨고. 러닝타임에서 첫 살인까지 타임이 있을 텐데, 저는 감정적으로 더 처절하게 보이고 비참해 보이고 설득력 있게끔 해야 하는데, 감독님도 그건 동의했어요. 하지만 영화적 설정으로 딱 두 사람이 암묵적으로 합의를 본 것 같아요. (살인 이후) 다음 이야기가 중요한 거니까. 저로선 고민이었고 힘든 부분이었어요.

베니스영화제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정말 많은 경험을 하셨을 텐데요. 한국 영화를 가지고 해외에 나가시는 경험은 어떠셨는지, 또 한국 배우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지켜야겠구나 생각한 것이 있는지요.

해외에서 찍든 우리나라 영화로 프로모션을 가든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해봤지만, 이번 영화제들을 다니면서 처음 경험한 것이 많아요. 〈오징어 게임〉 프로모션 때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를 알아봐?’ 하면서 보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고 그래서 놀랐는데 지금의 강도는 훨씬 더 컸어요. 베니스나 토론토가 영화제 기간이라 콘텐츠의 팬들이 더 많았겠지만, 이 한국의 콘텐츠, 염혜란씨의 〈폭싹 속았수다〉, 손예진씨의 〈사랑의 불시착〉 등 개개인의 작품으로 팬이 된 사람이 정말 많아요. 이제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해졌구나, 한국의 콘텐츠가. 또 영화제에 ‘박찬욱 감독님 신작’으로 초대됐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같은 업계 사람인데도 동경의 눈빛 등이 너무 멋져보였고. 같이 작업했다는 게 정말 신이 났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깊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지만, 변치 않는 건 한류가 처음 시작된 20년 전이잖아요. 우리가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가 많아질 때 업계 사람들도 어리둥절했어요.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뭐 좋아하는지 상대방의 취향에 맞춰가려고 했어요. 그런 게 한류를 식게 만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의 높아진 위상을 그래도 오랫동안 유지하려면 우리의 시행착오를 돌아보고 그런 부분에서 ‘남이 뭘 좋아하는가’보다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대로 가면 그런 다양성과 의외성을 오랫동안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쩔수가없다〉 ‘고추잠자리’ 장면
〈어쩔수가없다〉 ‘고추잠자리’ 장면

범모와 아라랑 싸우는 장면에서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사용됐는데요. 곡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촬영 당시 분위기도 궁금하고요.

조용필 선생님의 곡을 사용한다는 건 정해져있었는데, '고추잠자리'가 정해진 건 그 장면을 촬영하기 한 달 전쯤이었던 것 같아요. 촬영 때는 동시녹음 때문에 음악 없이 하는데 이렇게 크게 질러도 되나 싶었어요. 성민이 형이 먼저 소리를 질렀는데 거기에 맞춰서 소리를 질렀죠. ‘이렇게 크게 해도 되나’ 했는데 감독님이 ’어차피 목소리는 거의 안 들릴 거야’ 하시길래 ‘소리 왜 지른 거야’ 했습니다.(일동 웃음) 너무 심하게 하지 않았나 했더니 음악 소리를 더 크게 할 거니까 괜찮다고 하셨어요. 살짝 미세하게 들리는 그런 부분을 살리려고 하신 거죠.

부부싸움도 굉장히 재밌었는데요. 어떤 유치한 포인트도 잘 살아있고요. 그 장면을 찍을 때는 어떠셨나요.

거기서 미리가 “너도 잘생겼잖아” 하는 대사는 (각본에 참여한) 이경미 감독님이 마지막에 고친 것 중 하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씬이 더 재밌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정말 많이 웃었어요. 남녀가 싸울 땐 유치한 거 가지고 싸우곤 하잖아요. (그 장면이 웃긴 건) 공감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갑자기 떠올랐는데 현장에서 생겼던 건 개 짖는 소리였어요. 미리가 “너는 공평하게 개니까” 그런 대사가 있는데 원래 뒤에 제 대사가 있거든요. 감독님이 한 번 대사 대신 짖어보라고 했어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해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안 쓰시겠지, 하면서도 한 번 해봤어요. 현장에서 다 웃었지만 감독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어’라고 안 쓰겠다는 식으로 얘기하셨거든요. 그런데 영화에 나오더라고요.(일동 웃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까 궁금해요. 사람이 화가 나면 이성의 끈이 끊어지고, 그런 걸 노리셨나보다 생각했어요.

만수의 다양한 감정 중에서 그런 건 내 스스로도 픽하고 싶다 하는 감정은?

첫 면접과 마지막 면접을 정말 좋아해요.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불안하고 처절한 감정과 내가 보이려고 하는 여유와 자신만만함, 이런 것들이 되게 상반되어서요. 만수가 제일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연민도 느껴지고요.

만수가 지원자들을 만나면서 본인과 닮은 면을 발견하게 되는데요, 본인도 그런 불현듯 닮았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박희순씨는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박희순씨 캐스팅 이유 중에 마초적인 웃기는 연기를 보고 싶다고 있었지만, 만수한테 제거를 당하는 사람들이 공통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을 때 선출은 외형적으로 닮은 모습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슬쩍 비슷하게 생겼나 했는데 감독님이 그런 이유로 캐스팅하신 걸 보고 진짜로 닮았나보다 이번에 느끼게 됐어요.

이병헌 (제공=BH엔터테인먼트)
이병헌 (제공=BH엔터테인먼트)

만수에게서 공감된다 하는 부분은 있으신가요?

저처럼 행복하고 좋은 상황에서 만수와 동질감을 느낀다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많이 경험하고 있는 일들이에요. 감독이든 배우든 다음 작품까지는 뭐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거든요. 저는 그 폭이 적은 것일 뿐이지, 그걸 기약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배우가 많아요. 감독님 주변은 더 할 거고. 배우들은 끊임없이 하는 사람도 많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기다리는 그런 배우들에겐 실업이나 마찬가지인 거거든요. 게다가 영화계 AI문제도 크게 부각되고 있고. 저도 봤거든요. 〈오징어 게임〉 이정배 배우와 제가 나오는 AI영상 같은걸요. 처음에는 ‘내가 언제 이런 걸 찍었지’ 했다니까요.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AI로 인한 일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대부분의 모든 사람이 직간접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일 거예요. 제지업이란 것이 모두가 컴퓨터, 글도 핸드폰으로 보내고 종이의 쓰임이 줄고 있는 사양 산업인데, 현실에서 보면 극장이 그래요. 영화야 스트리밍을 통해서 콘텐츠는 만들어지고 있지만, 극장 산업은 너무 시급하게 고민하고 다시 좀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문제요. 저도 고민은 늘 하고 있어요. 영화인들을 만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주제에요. 누구도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지만, 다만 극장에서 봐야만 그 맛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을 자꾸만 만드는 것에 그런 근본적인 것에 힘을 쓰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인 거죠.

매해 작품을 많이 했고 현재도 톱배우로 활동 중이신데, 앞으로 필모가 확장되는 순간들, 기대되는 것들이 있으신가요?

저 스스로도 이런 현상이 무슨 기운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기운이 있는 건가 있는 건가 싶어요. 선택할 때는 ‘해보지 뭐’ 이런 선택도 있었는데 이런 현상을 전 세계적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하니까 당황스러워요. 기분 좋은 게 제일 크지만 무서우리만치 당황스럽기도 하고요. 이번 영화는 전 세계 팬들이 많은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인데. 이런 모든 것들이 저도 약간 의아한 느낌이 더 커요. 너무 행복하고 내가 잘한 선택이었구나 생각해요. 하지만 우리 영화가 ‘다 이뤘다’로 시작하지만 ‘다 잃었다’고 끝나잖아요. 그런 모든 것을 생각해보면 불안함도 함께 있는 거예요. 저로선 어떤 작품을 해야 계속 좋은 배우로 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는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사람들이 보고 싶은 배우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대한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렇게 잘 되는 대본을 고르시는 기준이 있으신가요?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저의 재미에요. 내가 재밌게 읽었느냐. 가장 큰 기준이고, 고민이 되는 상황이 생기면 주변에 물어봐요. 〈지아이조〉가 그랬는데, 에이전트한테 작품이 들어왔어요. 제가 거절을 했는데 미국 매니저가 ‘이거 국민 만화다’라면서 들이밀었어요. 저희한테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김지운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고민을 털어놨다. 박 감독님은 ‘해라’, 김 감독님은 ’왜 해’ 그래서 더 고민의 늪에 빠졌어요.(일동 웃음) 처음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 저한테는 제일 큰 기준이에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솔직히 모험하는 느낌이 더 컸어요. 20대 때 목소리 연기를 해봤지만 영어로 목소리 연기하는 건 도전이니까요. 그래도 해보자,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그런 마음으로). 5년 전쯤 미팅하자고 해서 스토리만 들었는데, 그때는 ‘안 할 것 같다’가 더 컸는데, 화상통화 미팅을 계속하면서 해보자 쪽으로 기울었어요. 아이디어가 좋았거든요. 지금의 보이그룹, 걸그룹의 시초를 엮어가는 방식이 ‘재밌는데?’ 했어요. 우려도 됐지만요. 아들이랑 같이 볼 때 “아빠가 누구야?” 물어봐서 “저 불이야” 했어요. 아빠니까 헌트릭스, 사자보이즈 둘 다 별로라면서 “나는 귀마 편이야” 제 편을 들어주더라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귀마 편을 들 수 없잖아요. 나중에는 “아빠 왜 그랬어!” 그러더라고요.(웃음) 어느 순간 아이가 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기가 되니까 빌런이 많더라고요. (아들이) 빌런 전문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지….(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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