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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영화인들도 입소문 낸다는 '세계의 주인', 씨네플레이 기자들의 단평

외 3 명

〈세계의 주인〉 포스터
〈세계의 주인〉 포스터

개봉 전부터 동료 영화인들이 발 벗고 입소문에 나선 영화가 10월 22일 개봉했다. 영화 〈세계의 주인〉은 지난 9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우리들〉, 〈우리집〉 등 청소년을 중심인물로 한 감성적인 영화를 보여준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꺼내든 신작이다.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이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 운동을 홀로 거부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담았다. 개봉 전 언론배급시사에서 〈세계의 주인〉을 먼저 만난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각자의 감상을 모았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해달라는 제작진의 바람대로 가급적 주요 사건에 대한 언급은 배제했으나, 영화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는 묘사는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다.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

김지연

“필터 없는 청소년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곤 아주 정반대의 두 작품, 〈소년의 시간〉(넷플릭스 시리즈)과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2023)을 떠올렸다. 〈세계의 주인〉은 드물게도 10대 한국 여자 고등학생의 성과 사랑에 대해, 뒤틀린 렌즈 대신 맨눈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다. 흔히 10대 한국 여자 고등학생의 ‘사랑’을 다루는 데에는, 여러 겹의 필터가 존재하기 마련이었다. 너무나 반짝반짝해서 숭고하다거나, 혹은 아예 철이 없거나 파격적이라거나. 흔히 남자 청소년들의 성은 ‘피 끓는’ 욕망으로만 비치기 일쑤였고, 그에 반해 여자 청소년들의 사랑에서 ‘성’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양 배제된 채 그려져 왔다. 〈세계의 주인〉은 너무나 성숙하지도, 그렇다고 너무나 미숙하지도 않은 10대 이주인(서수빈)의 여정을 통해, 그간 어른의 시선에서만 비춰 왔던 10대 청소년의 성 이야기에 대해 반기를 든다. 영화 속 여고생들은 음담패설을 주고받기도 하며, 성을 신성하거나 꺼림직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 일상적인 것으로 다룬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의 시간〉이 시사했듯, 왜곡된 성 관념이 청소년들 사이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이 시대에, 그리고 〈괴물〉처럼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기 마련인 이 시대에, 〈세계의 주인〉이 필터 없이 청소년들의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사실이 반가운 이유다.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

주성철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한 영화”

주인의 세계는 세 개다. 주인공 이주인(서수빈)은 가족을 제외하고는 3개의 커뮤니티를 오간다.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학교, 태권도를 수련하는 체육관, 그리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자들이 모인 어떤 모임이다. 주인은 그 서로 다른 세 개의 세계에서 그 어떤 자신의 얘기도 직접 꺼내지 않는다. 함께 절을 찾은 할머니가 먼저 ‘혼탁한 마음’에 대해 얘기하고, 한 언니(고민시)가 산책 도중 문득 ‘불가능한 용서’에 대해 얘기할 때도 그렇다. 딱 한 번 그런 순간이 찾아오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엄마(장혜진)와 함께 있을 때다. 그처럼 영원히 입을 닫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며, 우리는 어떻게든 이 ‘세계’ 안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윤가은 감독은 〈우리들〉과 〈우리집〉에 이어 주인공을 가만히 응시하며 마음속 파동을 읽어낸다. 주인의 세계로 절대 더 들어가지 않는다. 주인이 받는 쪽지의 발신자는 주인도 모르고, 관객도 모르며, 감독 자신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상상하는 것, 더 나아가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사랑하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 〈세계의 주인〉은 더없이 아름답고 우아한 영화였다.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

성찬얼

“오직 윤가은 감독만이 쓸 수 있는, 귀중하고 따뜻한 복잡성”

인간은 존재만으로도 간극이다. 그에겐 행동이 있고, 내면이 있다. 행동과 내면만으로도 간극이 발생할 수 있는데, 거기에 사회가 제시하는 지침과 인류 전체가 쌓아온 윤리 등이 겹치게 되면 인간은 하나의 존재가 얼마나 많은 표상으로 거듭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된다. 하물며 그런 인간이 득실거리는 세계는, 결코 단번에 읽을 수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지만 내 세계가 세계라고 믿고 산다. 그것은 아마도 살기에도 벅찬데 그 복잡성을 감당해낼 여력을 마련하기가 어려워서일 것이다.

글로 쓰면 참 난잡하기만 한 말인데, 〈세계의 주인〉을 보고 느낀 점이 대강 이렇다. 내 세계가 표준이다라고 믿을 때, 얼마나 단호하게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주인이 겪는 일련의 상황은 그것을 상기시킨다. 동시에 삶을 ‘살아감’으로 견뎌내야 하는 용기의 위대함을 놓치지 않는다. 기자도 사람인지라 ‘이건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오만한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세계의 주인〉은 오직 윤가은 감독만이 쓸 수 있겠다는 확신을 했다. 고민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인물과 묘사들이 연이어진다. 예민하게 감각하는 사람의 흔적이 엿보이고, 그럼에도 더불어 살아내고자 하는 용기의 발자취가 남는다. 참 귀중하고 따뜻한 복잡성이다.


〈세계의 주인〉
〈세계의 주인〉

추아영

“끝내 감춰지지 않는 마음을 다시 마주하게 윤가은의 마술”

윤가은 감독의 영화 〈세계의 주인〉은 두 개의 세계를 드러낸다. 하나는 10대 청소년이 어리숙하게나마 성과 사랑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밝음의 세계. 또 하나는 성을 폭력과 매개한 어둠의 세계다. 두 개의 세계는 성의 두 가지 얼굴과 닮아 있기도 하다. 인간의 본능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유희로서의 성과 상대를 대상화하고 성적 자기 결정권을 빼앗는 폭력으로서의 성을. 주인(서수빈)은 이 두 세계의 경계에서 밝음으로 씩씩하게 나아간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이성과 연애에 몰두하는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이따금 불편하게 끼어드는 폭력의 단편과 공존한다. 수호(김정식)는 등굣길에 집 인근 담벼락에 적힌 성범죄자를 비난하는 말과 마주하고, 학교에서 아이들은 성범죄자 거주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영화는 폭력이 가까이에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를 상처받고 무력한 약자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자기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주체로 내세운다. 〈세계의 주인〉은 주인이 마음속에 묻혀 있는 상처를 또렷이 마주하고, 주체적으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히 따라간다. 끝내 감춰지지 않는 마음을 다시 마주하게 윤가은의 마술은 실로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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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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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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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거짓말'의 봉인 해제…27년 만에 112분 무삭제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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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1. 5.

장선우 '거짓말'의 봉인 해제…27년 만에 112분 무삭제 극장 개봉

등급 보류와 사법 심판의 굴레 벗고 온전한 형태로 마주하는 파격의 영화사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첨예한 윤리적·사법적 논쟁을 촉발했던 장선우 감독의 문제작 '거짓말'(1999)이 제작 27년 만에 검열의 흔적을 지워내고 '무삭제 완전판'으로 스크린에 오른다. 배급사 영화로운형제는 영화 '거짓말: 4K 무삭제 완전판'이 오는 11일 전국 극장에서 공식 개봉한다고 밝혔다. 검열로 인해 일부 분량이 잘려 나간 채 상영관에 걸렸던 과거와 달리, 온전한 112분 분량의 무삭제 버전이 국내 극장에 걸리는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영화는 '장정일' 작가의 1996년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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