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덕배기 보리밭 사이, 하늘거리는 스카프와 함께 펼쳐진 배우 염혜란의 춤사위가 베를린을 적셨다. 이윽고 김민기의 명곡 '친구'의 전주가 흐르자 객석에는 전율이 일었다. 구슬픈 아낙네의 노랫소리는 스크린을 넘어 영화 전체를 휘감으며 70여 년 전 억울하게 희생된 제주 4·3의 넋을 기렸다. 단순한 몸짓이 아닌, 시대를 위로하고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승무(僧舞) 그 자체였다.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내 이름은(My Name)'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며 현지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공식 트레일러를 통해 공개된 배우 염혜란의 압도적인 연기는 제주 4·3 사건이라는 한국의 비극적 역사를 세계인의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독특한 시놉시스로 전개된다. 주인공 정순은 손자뻘 아들 영옥을 홀로 키우며 살아온 인물이다. 어느 날 서울에서 온 의사와 함께 지워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 나선 그는, 갈색 선글라스를 쓰고 하얀 차를 몰며 제주 곳곳을 누빈다. 그 여정 끝에 50년 전의 숨겨진 약속과 마주하게 되며, "당신의 잃어버린 이름을 불러드립니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아픔과 치유의 서사를 완성한다. 국내에서는 4월 관객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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