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인플루언서가 날마다 뜨고 지는 시대다. SNS와 생중계 플랫폼의 비약적인 발전은 더 이상 만들어진 스타가 아닌, 내가 원하는 스타를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다양성이 보장되는 현대는 그렇게 보면 꽤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이상’에 그치는 것을 안다. 우리가 본 1인 미디어 시대는 그렇게 평화롭지 않다. 하루에 뜨고 지는 인플루언서가 많듯, 그에 따라 수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그리고 그것을 물고 뜨는 또 다른 이들이 인플루언서로 자리 잡기도 한다. 마치 별도의 생태계인 것만 같은 인터넷 방송계의 모습을 담은 웹툰이 있다. 바로 ‘수희0(tngmlek0)’이다.
생일기분 작가의 네이버 웹툰 ‘수희0(tngmlek0)’은 한부모 가정의 장녀 조수희가 얼떨결에 인터넷 방송에 데뷔하면서 겪는 일을 그린다. 남동생 조경민이 인터넷 방송을 하던 도중 수희가 출연하게 되자 이른바 ‘하꼬’(시청자 수가 매우 적은 인터넷 방송을 이르는 은어)였던 경민의 방송이 조금씩 알려지게 된다. 사실상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인 수희는 동생 채널에 몇 번 더 출연하다가 본격적으로 개인 방송을 시작한다. 인터넷 방송하는 만화에 뭐가 더 있겠나 싶은데, ‘수희0(tngmlek0)’은 단순히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일면을 세세하게 묘사해간다.

인터넷 방송인들은 (예능인들도 그렇지만) 자신을 광대라고 표현하곤 한다. 처음엔 시청자가 그들을 좋아해서 방송을 찾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기존 시청자를 잡아두고 더 많은 시청자를 유입하기 위해 점점 그들의 요구에 맞춰가야 한다. 그것만으로 끝인가? 모든 사람의 생각이 다르듯 방송에서 한 말들은 끊임없이 박제되고 재생산되고 확산된다. 특히 수희처럼 ‘저스트 챗’(고정 콘텐츠 없는 대화 위주의 방송) 정도의 콘텐츠를 하는 방송인들은 카메라 속 나와 실제 나를 분리하기가 더 어렵다. 그나마 기획사나 방송국 등 ‘연예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예능인과 달리 인터넷 방송인들은 그 중간의 벽이 없으니 시청자들 또한 실제의 그와 방송의 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잖게 있다.

‘수희0(tngmlek0)’은 그 절묘한 줄타기의 위태로움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생활과 방송이 구분되기 어려운 인터넷 방송인들은 그 지점을 공격당한다. 물론 ‘방송’이라고 거짓을 진열하면 그 또한 문제가 되지만, 방송이니까 훗날 논란이 묻히거나 용인될 수 있는 방송인과 달리 인터넷 방송인은 그 주홍글씨가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수희 역시 방송을 위해 사생활을 숨겼다가 적발된 후 그 후폭풍을 크게 맞는다.
‘수희0(tngmlek0)’의 댓글을 보면 가장 자주 보이는 말이 이런 것이다. “작가님 인터넷 방송 육수인 게 분명함”. 여기서 ‘육수’는 특정 인터넷 방송인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시청자를 뜻한다. 연예계로 치면 빠돌이, 빠순이에 해당한다. 비하적 표현과 자조적 표현을 모두 아우르는 이 말을 작가에게 쓰는 건 이 작품의 리얼리티를 반증한다. ‘수희0(tngmlek0)’은 인터넷 방송, 그것도 전업 방송인의 삶과 그를 둘러싼 반향을 매섭게 그린다. 언제는 무조건적 옹호를 할 것 같은 시청자들은 방송인이 조금만 자신의 기대에서 어긋나면 바로 돌팔매질을 시작한다. 그런 과정을 거듭하면 인터넷 방송인들은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나 또한 ‘방송’으로만 시청자들을 대하거나, 아니면 도망가거나. 이 양자택일의 싸움에서는 수희는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길을 걸으려고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희 역시 결코 완벽한 인간은 아닌 것을, 독자들 앞에 펼쳐보인다.


무엇보다 이 서사에 깊이를 더하는 건 작가의 필력이다. 웹툰에서 ‘필력’이란 단어 사용이 무척 낯설지만, 생일기분 작가가 쓰는 인물의 내레이션이나 작중 대사, 서술하는 문장들은 이 삭막한 드라마의 무드를 배가한다. 특히 이런 필력은 인물들 각자의 내면세계를 분명하게 드러내면서 보이는 행동과의 간극을 강조해 독자들로 하여금 인물의 이중적인 면을 엿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수희의 상황, 가장이 돼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이 곳곳에 녹아들어 가난의 그 질척거림까지 확실하게 전한다. 수희가 방송을 맛보고 뼈저리게 고통받으면서도 떠날 수 없는 건, 도입부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지긋지긋한 가난’ 때문임을 독자들은 안다. 그렇기에 거듭되는 수희의 선택을 누구도 비난할 수 없게 한다.
약 4년간 연재한 ‘수희0(tngmlek0)’은 인터넷 방송을 시작으로 유튜브(작중 휴튜브) 생태계까지 조망하며 이 1인 미디어 시대의 패착을 낱낱이 꺼내든다. 어느 정도 현실에 뿌리를 둔 작품이기에,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여러 사건이 있을 것이다. 지금 와 돌아보면 1인 미디어 시대에 이런 수많은 사건이 벌어졌구나 회한까지 든다. 이런 작품이 연재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그 세계는 믿음과 신뢰가 뒤집히고 배신당하는 상황이 이어지는데, 모쪼록 이 작품을 보는 독자라면 언젠가 나도 모르게 욕했던 유튜버나 스트리머를 다시금 돌아보게 될지 모르겠다.

영화 속 물건들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주성철의 사물함’을 시작으로 떡상을 기대하는 배우 사용 설명서 ‘김지연의 보석함’, 내 마음을 움직인 영화음악 감상실 ‘추아영의 오르골’, 서브컬처 잡상인의 구매일지 ‘성찬얼의 만화책’까지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저마다의 취향과 시선으로 격주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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