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군체' 연상호 감독② “서영철은 선동가이자 군집의 오류… 보편적 사고로만 뭉쳐진 사회의 무서움 그리고 싶어”

※ 〈군체〉 연상호 감독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군체〉 연상호 감독 (제공=쇼박스)
〈군체〉 연상호 감독 (제공=쇼박스)

〈부산행〉 이후 10년이 지났다. 좀비영화를 다시 할 때 숙제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는지.

‘새롭게 뭘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있진 않았다. 최규석 작가와 같이 쓰다보니 〈지옥〉의 연장선상에서 얘기하다가 ‘보편적 사고로 뭉쳐있는 존재에서 느껴지는 개별성의 무력함’ 이런 식으로 문장을 잡고 구상했다. 처음부터 좀비물을 한 것은 아니다. 그러다가 좀비물이어도 되겠다 생각했고, 좀비물로 풀게 됐다. 좀비물로 뭔가 해야겠다고 접근하지 않았다. 〈군체〉는 굳이 따지자면 여러 영화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외계의 침입자〉(1978)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군체〉는 사실상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다. 감독님은 사실상 한국좀비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는데.

문익점이다, 한국에 좀비를 들여온.(일동 웃음) ‘좀익점’이라 할 수 있다. 일단 〈부산행〉 이후 전 세계에서 한국 좀비물에 기대하는 측면이 생겼다. 그건 확실하다. 저도 자랑스럽다. 그게 이어졌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얼마 전 전건우 작가와 「닥터 아포칼립스」를 냈는데, 이것도 좀비 얘기다. 좀비를 수술하게 된 외과의사 얘기다.

〈군체〉
〈군체〉

서영철이 붙잡혀있다가 풀려나는 전개가 있다. 이런 전개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제가 설계한 건 그거다. 구교환 배우가 서영철로서 소통이니 뭐니 자기 철학을 말하지만, 말로만으론 관객들이 동의하게 할 순 없을 것 같았다. 다만 심정적으로 배우에게 빨려 들어가는 순간이 있길 바랐다. 그게 갇혀있는 상황에서 탈출할 때이길 바랐다. 고구마짓을 하는 캐릭터가 제거되는 순간에 역설적 카타르시스가 발생하는데, 그 지점에서 서영철에게 심정적 동의를 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관객에겐 여고생 둘의 화해무드가 짜증 날 수도 있다. 그게 뒤엎어지는 순간 역설적 카타르시스가 흐르며 서영철에게 동의가 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의 무서움을 어필하는 순간이기도 하고.

구교환 배우와 자주 협업하고 있는데, 서영철 역을 맡긴 이유가 있나?

비범한 역할이 잘 어울리는 배우이다. 그 비범성이라고 하는 게, 배우가 표현해서 비범하다기보다 내면의 태도가 비범한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다. 구교환 배우가 그렇다. 개인적으로도 친한데, 구교환 배우가 영화 마니아이기도 하다. B급영화도 보고. 그래서 소통하는 것에서 편한 부분도 있다. 최근에 〈기생수: 더 그레이〉를 했을 때 “나도 기생수 돼서 능력 갖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다(작중 구교환이 연기한 설강우는 평범한 인간이다). 그래서 다음엔 능력 있는 걸 준다고 했었는데 그게 〈군체〉였다.

최근 생성형 AI 발전으로 AI 영화가 나오는 등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영화계의 AI 활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군체〉는 생성형 AI 이미지툴을 쓴 장면이 없다. CG 업계에선 생성형 AI 활용으로 급격하게 바뀔 것 같다. 전 생성형 AI가 구동되는 원리를 생각하게 된다. 보편적 이미지의 총합으로 만들어지는 기술이니까. 이것이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얘기가 많다. 예술은 독창성을 뜻하니까, 보편성과는 상충되는 말이다. 그 두 가지가 합치될 수 있는가. 지금은 영화를 하지만 대학 전공은 파인아트다. 이쪽에선 아주 옛날부터 이런 얘기가 있었다. 기성품 변기를 가져와 ‘샘’으로 전시한 마르셀 뒤샹은 공산품이 예술이 될 수 있는지 묻게 했다. 그게 인정됨으로써 다다이즘, 앤디 워홀이 나왔다. 그런 논쟁은 예술계를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입장이다. 독창성과 보편성이 양립할 수 있을까. 충분히 그 결합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논쟁이 풍요롭게 한다는 뜻이었다. 당시엔 만든다는 개념이 중요한 시대였다. 뒤샹이 기성품을 예술 작품으로 내세우며 사람들의 개념이 무너졌다. 그게 다다이즘이고, 현대미술이 나타났다. 지금의 AI와 예술의 결합이 비슷한 형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AI는 이미 우리 삶에 엄청나게 파고들어 와 있다. 그 큰 개념이 보편성이 근간으로 한다. AI가 들어오니까 어려워 보이지, 보편적이면서 독창적인 예술이 곧 영화이다. 논쟁이 될 만한 질문은 아닐 수 있다. 극복해나가야하는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호러 소재 중 유독 좀비라는 소재에 천착하고 있다.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당대 시대의 공포를 상징한다는 것이 크다. 좀비는 개별성이 있는 것 같지만 집단으로 공포를 유지했다. 뱀파이어나 악령과 달리 좀비는 집단의 공포를 상징한다. 그래서 현대사회의 집단성의 공포는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생각하다가 좀비가 된 것 같다.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이 보는 우리 사회의 극단적 공포는?

제가 해온 작품이 비슷하다. 조직과 개인의 관계, 이런 것에 대한 공포를 많이 했다. 이번엔 명확하게 집단성이란 공포보다 보편적인 사고로만 뭉쳐진 사회, 개별성이 갖는 무력함이 가장 공포스러웠다. 그걸 명확하게 영화로 만들어보자 했다. 여기서 나오는 좀비는 죽은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현석(지창욱)이 무쌍 찍을 때도 그렇게 설명했다. 사람이랑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좋겠다고. 진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대본은 집단의식이라고 하는 걸 표현하려고 ‘업데이트’된다고 썼다. 잘못된 모습도 보이고 오류를 수정하기도 하고. 새 떼가 날아가는 걸 보면 각 개체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군집으로 날아간다. 그런 것을 상상했다. 서영철이 개입하기 시작하는 것은 그 군집들의 큰 오류라고 생각했다. 사회성을 보면 서영철이 선동가라고 할 수 있는데 군집으로 움직이는 생물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했을 때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군체〉
〈군체〉

지창욱 배우가 연기한 최현석의 액션 장면을 보니 정말 다양한 장르를 한 연상호 감독이 아직 본격 액션 영화를 한 적이 없는 게 새삼 놀라웠다.

전지현 배우와도 얘기했었다. 전지현 배우가 액션을 잘하기도 하고, 본인도 해보고 싶다고도 하셨다. 마셜아츠적인 액션은 〈정이〉가 유일한 것 같은데 더 거친 액션을 담은 영화도 해보고 싶다.

혹시 〈군체〉의 속편은 구상 중인가?

후속 내용을 쓰긴 썼다. 다만 영화가 아니라 그래픽노블 형태로 출간하려고 여러 설정을 담은 책으로 만들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책을 기반으로 체험형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옛날부터 생각한 꿈이 있다. 만화가 애니가 되고 하는 것처럼 영화 콘텐츠가 다른 것으로 나오는 것. 그런 걸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다. 영화 〈군체〉가 나왔고, 이어서 스핀오프이자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 형태의 것을 준비하고 있다.

〈외계의 침입자〉(1978)
〈외계의 침입자〉(1978)

좀비들이 업데이트하는 순간의 그 동작은 어떻게 떠올렸나? 레퍼런스가 있었나?

앞서 말한 〈외계의 침입자〉에서 보면 그들이 뭔가를 발견했을 때 (삿대질을 흉내 내며) 이런 동작을 한다. 그 동작이 영화랑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그 영화에선 하지 않나. 강시도 그렇고. 그렇게 기세로 해야 한다 (생각했다). 저라면 못했을 것 같은 동작들을 레퍼런스를 삼아 강렬한 동작을 안무팀과 함께 상의하며 찾게 됐다.

좀비 외에도 강시처럼 오컬트 크리처를 더 다뤄볼 생각도 있나?

있다. 하지만 혼자 생각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만화 원작 〈기생수: 더 그레이〉도 했고, 〈가스인간〉도 하고 있다. 〈가스인간〉(원제 〈가스인간 제1호〉)은 60년대 영화인데 보자마자 빠져들었다. 옛날 B급 호러들을 보면 이상하고 골 때리는 것이 많다. 그런 걸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은 많다.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스인간〉도 잠깐 언급했는데, 제작만 맡은 이유가 있나?

도호(東宝, TOHO)에서 제안을 줬다. 도호가 50년대부터 60년대 제작한 특촬물이 많다. 그 특촬 시리즈 리메이크 제안으로 여러 작품을 받았는데, 〈가스인간〉이 재밌어서 이 작품을 선택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작업은 처음이라, 일본 배우와 작업하는 것에 부담이 됐다. 그래서 〈간니발〉을 연출한 가타야마 신조 감독과 얘기하다가 말이 잘 통해서 연출을 부탁하게 됐다.

〈군체〉
〈군체〉

현장의 분위기를 중요시한다고,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저는 영화는 협업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제 개인의 작업인 양 인터뷰하고 있지만 개인 작업과 가장 거리가 있는 것이 영화라고 생각한다. 파인아트에서 애니메이션을 하게 된 이유도 협업이란 점이었다. 같이 만들어서 대중에서 보여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미술 쪽은 어떻게 보면 즐기는 사람들이 한정적이다. 해석해 내야 하는 사람도 한정적이다. 그게 좋지 않았다.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하고 싶다는 의미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택했다. 명확한 협업으로서의 영화 제작을 추구한다. 기획도 하지만 투자 받고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의 협업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에서 실사영화까지, 그리고 그 실사영화계에서도 벌써 10년이 넘게 일하고 있는데 창작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10년을 상업영화판에서 일했다. 협업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상업영화 시스템, OTT 시스템 내에서 해온 것이 사실이다. 작년 〈얼굴〉을 하면서 시스템 외적으로, 혹은 시스템 내에 새로운 시스템을 갈망하게 됐다. 저도 나이가 50이 다 돼가니까 앞으로의 10년을 어떻게 영화할 것인가 생각하면 지난 10년과는 다른 방법으로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실험적이거나 지금까지와는 해본 것과 다른 것을 해보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그러다보니 흥분되고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유지가 되는 것 같다.

〈군체〉
〈군체〉

창작자로서의 좀비물의 매력을 뽑는다면?

좀비라는 것 자체가 사회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처음 시작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시작했어서 그것이 장르화됐을 때 잘 맞는 부분이 있다. 〈부산행〉 이후 대중친화적 소재가 됐다. 좀비는 변주할 만한 거리가 많은 것 같다.

칸국제영화제에 벌써 네 번째 초청됐다. 현지에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지.

〈부산행〉 때는 그런 게 있다. 10년 전 칸에 갔을 때는 아무도 저를 몰랐다. 연상호란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부산행〉을 보여줬다,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번엔 저를 지켜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산행〉을 만든 감독이 이번엔 뭘 보여줄까 하는 그런 시선을 느꼈다. 어느덧 10년이 됐으니 느껴지는 기분일 것이다. 마음은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편했다.

앞으로 준비 중인 차기작 얘기를 해달라.

애니메이션에 기반을 둔 사람이라 애니메이션적 기법 활용에 관심이 많다. 농담 삼아 인디 애니메이션 해보고 싶다 얘기하는데, 그렇게 했던 것처럼 독특한 방식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만들 프로젝트다. 내년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전에 했던 작업과는 다르다. ‘이 사람 이걸 왜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전에 공개할 〈가스인간〉도 있고, 〈실낙원〉도 있고. 갈 길이 멀다. 지금 차기작 얘기는 〈실낙원〉 때 더 말씀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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