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군체' 연상호 감독① “방 탈출 게임의 극단적 게임성과 AI의 작동 원리에서 영감 받아”

〈군체〉 촬영현장의 연상호
〈군체〉 촬영현장의 연상호

연상호가 한 번 해냈다. 5월 22일 개봉한 영화 〈군체〉는 개봉주에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그것뿐이 아니다. 한국에서의 반응만큼 해외 반응도 뜨거워서 해외 개봉 선판매로 이미 상당 수익을 올렸고, 말레이시아에선 개봉 3일 만에 역대 한국 영화 흥행 3위를 기록했다. 〈부산행〉으로 명실상부 ‘한국 좀비물의 대부’ 자리에 오른 연상호 감독의 신작 좀비물에 전 세계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작품을 발표한 연상호 감독이지만, 이렇게 대규모 상업영화로 극장을 찾은 건 2020년 〈반도〉 이후 6년 만이다. 6년 만에, 다시 한번 도약하고 있는 연상호 감독을 5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감독이자 한 명의 창작자로서 부단히 바쁘게 살아가는 그의 마음가짐을 독자들에게도 전한다.


〈군체〉 연상호 감독 (제공=쇼박스)
〈군체〉 연상호 감독 (제공=쇼박스)

오랜만에 규모가 큰 작품으로 극장에 돌아왔다. 개봉 전 예상에 비해 지금 상황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작년에 〈얼굴〉을 했지만 상업영화 기준으로는 오랜만이다. 그 사이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저도 전해 들은 걸로만 파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손익만 맞추면 좋겠다. 어제 딱하고 4DX관에서 봤는데 시끌시끌하더라. 〈얼굴〉 때는 몰입하는 관객이 많아서 좋았고, 〈군체〉 같은 큰 영화는 이런 시끌시끌함을 받아서 좋다.

〈군체〉
〈군체〉

좀비들의 점액 비주얼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장난감 ‘슬라임’을 만드는 식이다. 이걸 대량으로 만들어서 발랐다. 잘 안 닦일 같은데 싶었지만…. 고생을 많이 했다. 특히 바닥에 뿌리니까 엄청 미끄럽더라.

칸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외신들 반응은 어땠나.

처음 소개하는 거라 이 얘기가 잘 통할까 싶었는데, AI, 집단지성, SNS 등 이런 쪽으로 잘 읽어주셔서 그런 얘기를 먼저 꺼내주셨다. 정확하게 봐주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비가 진화하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고 위기를 만든다. 그래서 좀비를 어떻게, 어디까지 진화시킬 것인가도 중요했을 것 같다.

일종의 진화를 한다는 개념에서 집단지성의 진화와 폐해가 직관적으로 보여야 했다. 어느 정도가 적당한 선일까 생각했다. 집단지성이라고 하지만 중후반부부터는 서영철(구교환)이라고 하는 선동가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 게 잘 표현돼야 했다. 영화는 원시적인 단계에서 끝이 났다. 하지만 영화를 바탕으로 한 ‘이머시브 공연’은 엔딩이 다양하다. 좀비가 더 진화하기도 하고 그런다.

연상호표 좀비영화 〈부산행〉이나 〈반도〉에 비해 〈군체〉는 감정적인 표현이 절제됐다.

처음에 썼던 대본이 168페이지였다. 시간으로 환산하면 한 세 시간에서 세 시간 이십 분 분량이다. 그걸로 쇼박스와 얘기를 나누다가 어떤 형태로 갈 것인가, 어떤 관객들을 만날 것이냐에서 속도감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체험적이면서 빠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는, 형식미와 우화적인 메시지 두 개를 중심으로 가보자. 그렇게 결정했다. 〈부산행〉과 비교한다면 〈부산행〉은 아버지와 딸, 아버지가 딸을 보호하는 마음이 공포를 극대화하는 장르였다. 〈군체〉는 그런 것보다 좀비가 진화하면서 두 그룹으로 분리되고 한쪽은 진화하고, 한쪽은 퇴화하는 대비를 통해 가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 요즘 방 탈출 게임이 인기 있다고 하더라.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 그 핵심이 극단적 게임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걸 중심으로 해보자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과 비슷한 영화를 집중적으로 팠다. 〈배틀 로얄〉 같은.

그럼 초고에서 많은 부분을 삭제했을 것 같은데.

거둬낸 부분은 많다. 이 영화의 콘셉트에서 그렇게 중요했던 건 아닌 것 같다. 김재록 배우가 연기한 60대 노인도 서사가 있다. 집에 있는 아내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전화를 해서 (필사적으로 나가려는 것이다). 중학생 서영철이 권세정을 만나러 오는 얘기 등등. 그런 게 시리즈라면 다루는 것이 의미가 있겠지만 두 시간이란 시간과 극장이란 공간에서 다루기엔…. 설령 없더라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군체〉
〈군체〉

아까 서영철은 선동가라고 표현했다. 〈군체〉의 좀비가 집단지성이라고 볼 때, 그런 표현이 묘한 구석이 있다.

최초 기획은 AI의 원리였고, AI는 보편적 사고가 중심이다보니 반대의 휴머니즘은 뭘까 하다가 ‘개별성’ 아닐까 이렇게 설명해 드린 적이 있다. 그리고 이 군체 집단이 있는 생명체를 조사하니 재밌는 게 많았다. 군체가 하나의 개체로 있다보니 외부 약점이 발견되면 한꺼번에 죽는다. 그래서 항상 변이체를 만들어낸다. 그게 인간 사회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보편적 사고가 중요시되는 데 소수의견 같은 걸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자연계가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그 맥락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었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구하려다 희생하는 사람, 한 남자의 전 부인과 현 부인이 공조하는 것 등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 독특한 관계성을 보여준다.

저로서는 중요했다. 이 영화가 개개인의 서사를 디테일하게 다루는 속력의 영화는 아니라 특이한 관계성으로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세팅하는 것이 중요했다. (〈부산행〉의) 아빠와 딸의 인간관계는 보편적 관계다. 관객들이 따라가기에 무리가 없고. 〈군체〉는 그런 게 없으니 영화를 본 후 관계성에 대해 상상을 할 수 있는 형식이 되길 바랐다. 일진과 피해자의 관계도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관계로 설정해야 했다.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관계.

여러 액션 장면이 나오지만 원숭이의 습격 장면이 가장 까다로웠을 것 같다.

대부분은 실사로 찍었다. 원숭이 장면은 전체가 CG였다. 프리비주얼 작업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찍었다. 배우들도 애를 먹었을 것이다. 없는걸 상대로 연기하니까. 그래도 〈기생수: 더 그레이〉 같은 작업을 많이 했으니까 그런 방식으로 그 장면을 만들었다. 〈군체〉 통틀어서 가장 작업 방식이 달랐던 장면이다.

〈군체〉
〈군체〉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작업을 많이 해왔기에 감독님만의 제작비 절감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하다.

〈군체〉는 (제작비가) 170억 원이다. 〈얼굴〉이라는 저예산 영화도 했지만 여유 있게 찍은 적이 없다. 170억 원에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 프리 작업을 열심히 해야 한다. 우리는 촬영 회차도 짧다. 그게 제작비랑 가장 연관이 있으니까. 프리프로덕션에서 준비한 대로 하지 않으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 작업을 열심히 해서 회차를 줄이는 방식으로 했다. 영화할 때 항상 있는 일이다. 계획을 빡세게 한다.

〈군체〉
〈군체〉

전지현이란 배우가 끌고 가는 힘이 강한 영화다. 한편으론 권세정(전지현)의 모습이 너무 깨끗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지현 배우가 따로 한 게 없다. 유심히 봤다. 서영철도 얼굴이 깨끗하다. 뒤에 보면 얼굴이 지저분한 사람이 없다. 지창욱 배우는 피를 뒤집어쓰는 캐릭터지만, 세정이 피를 뒤집어쓸 일이 별로 없다. 후반부에 세정이 하얀 셔츠에 청바지만 입게 됐다. 주인공이 이렇게 없어 보이게 있어도 되나 했는데, 찍어보니 없어 보이지 않더라. 피지컬이 깡패다.(일동 웃음) 분장팀에서 내용에 맞춰 한 것이라 따로 깨끗하게 한 건 아니다. 대중에게 보여준 전지현이란 이미지는 장르영화에서 서 있기만 해도 보이는 아우라가 있는데, 그게 영화에 크게 발휘된 것 같다. 개별성을 보여주는 캐릭터라 학계의 왕따로 나오는데, ‘저런 사람이 왕따를?’ 이런 느낌이 오히려 걱정됐다. 저는 주연배우가 영화의 톤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군체〉의 톤은 전지현 배우가 만든 것 아닐까 한다.

※ 〈군체〉 연상호 감독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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