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군체' 전지현① “재밌는 촬영장, 정시 출퇴근, 뚜렷한 세계관… 연상호 감독의 결과물엔 실망하는 법 없어”

〈군체〉 포스터
〈군체〉 포스터

11년 만에 돌아왔지만, 연상호 감독의 말마따나 “영화배우”다. 배우 전지현은 5월 22일 개봉한 〈군체〉에서 권세정 역을 맡아 〈암살〉(2015) 이후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섰다. 한 천재 생물학자의 테러로 고립된 빌딩에서 고군분투하는 생명공학 교수 권세정을 맡은 전지현은 다양한 인물이 아우러지는 좀비 호러에서 때로는 흔들리는, 때로는 날카로운 인물을 적확하게 묘사하며 영화를 이끌었다. 5월 26일 서울시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전지현을 만나 영화 〈군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칸영화제 다녀온 후로 어제 처음 쉬었다”면서도 “영화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며 책임감을 내비친 전지현의 〈군체〉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전한다.

※ 이하 내용은 영화 〈군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전지현(제공=포토그래퍼 김신애)
전지현(제공=포토그래퍼 김신애)

주말 간 관객이 많이 들었다. 이런 부분을 신경 썼는 관객들이 알아봐주셨다, 이런 부분이 있나?

〈군체〉는 기존의 장르물이지만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점에서 달랐다.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고 그런 부분을 많이 말씀해주셔서 흐뭇하기도 하다. 권세정이 극중 중심을 잡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이라 그런 부분에 말씀해 주실 때 기분 좋다.

무대인사 행사 때 팬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대인사 좋더라.(웃음) 저도 관객분들이랑 만나거나 소통할 일이 없다보니 무대인사로 만나서 소통하는 모습이 좋다. 특히 우리나라 관객이 매너, 예의범절이 너무 좋다. 극장 무대에서 보면 객석 관객들이 잘 보인다. 메시지 카드도 잘 보여서 읽는 재미가 있다. 메시지 카드는 구교환씨, 지창욱씨가 많아서 읽기 힘들 텐데 저는 몇 개 없어서 더 잘 보인 것 같다.(웃음)

권세정이란 인물이 자기주관이 굉장히 강하다.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하면서 연기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또 작중 설명하는 대사가 많은데 어떤 부분에서 신경 썼는지도.

특별한 인물로 보이기보다 권세정의 선택이 관객들의 선택이길 바랐다. 그걸 같이 고민하고 이해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걸 감독님과 얘기했다. 설명하는 대사들은 제가 알아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에 K-좀비 전문가이자 ‘좀버지’(웃음)인 연상호 감독과 얘기를 많이 했다. 전문가시니까 제가 설명을 먼저 듣고 정확하게 이해해서 전달하려고 했다.

액션을 잘하는 배우로 유명한데, 액션 장면이 많지 않았다.

아쉬웠다. 권세정이 생명공학 교수이다보니 액션을 잘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액션을 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자제하며 촬영했다.

전지현(제공=쇼박스)
전지현(제공=쇼박스)

감독님과 같이 다니면서 속편에 관해 이야기한 것이 있나.

감독님이 〈군체〉 속편에 대한 욕심은 없으시다. 다작을 하시는 감독님이시라 차기작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결정된 건 없다. 저는 감독님 작품이라면 영광이다. 감독님은 워낙 소재가 많으시다. 고갈이 안 되시는 것뿐이다. 배우에게, 영화 산업에 필요한 감독님이시다. 일단 다양한 장르와 포맷으로 작품을 하시지 않나. 그만큼 배우들에게 기회가 많은 것이라 감독님 같은 분이 많으면 좋다. 본인의 색깔 역시 확고하시고.

감독님에게 본격 액션 영화를 물어봤더니 전지현 배우도 그런 걸 하고 싶어했다고 대답했다.

감독님 나 아니면 어떡하시려고.(웃음) 인터뷰 때마다 말씀드리지만 감독님과 작업하면 작업하는 거 자체가 영광이다 생각하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싶다.

감독님이 전지현 배우를 섭외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 칭찬을 부탁했다, 이런 얘기도 했다.

감독님이 그렇게 안 하셔도 제가 감독님 전작을 다 보고, 배우로서 욕심나는 작품이 있었을 정도였다. 감독님 시나리오 오자마자 읽기도 전에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마 감독님이 재미로 말씀하신 걸 거다.

그렇게 팬심으로 만난 연상호 감독은 촬영장에서 어떤 차이가 있었나.

감독님이 만든 작품의 색이 있지 않나. 그래서 좀 예민하시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너무 밝으시고 말씀도 재밌게 하신다. 그래서 촬영 현장도 정말 재밌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그런 최고의 작업환경이었다. 일단 감독님의 세계관이 뚜렷해서 배우로선 편하다. 감독님에게 얹어가면 되는 느낌이었다. 현장도 좋았고 연기할 때도 좋았고, 감독님의 결과물엔 실망하는 법이 없다. 〈군체〉도 좋다. 그래서 많은 배우들이 감독님과 작업을 반복하는 것 같다.

좀비는 익숙해도 집단지성, 군체, 이런 건 글로 봤을 때 어떻게 와닿았나.

〈군체〉는 기존의 좀비와 다른 게 재밌었다. 기존 좀비는 개별적인 상태에서 통제 불능의 상태를 가졌다면 〈군체〉의 좀비는 네트워크로 진화하고 군집된 상태로 움직이니 이런 부분이 흥미로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AI에게 통째로 생각을 양도해가는 모습을 비판하는 감독님의 재치가 섞인 경고적 메시지도 마음에 들었다.

〈군체〉
〈군체〉

권세정이란 인물은 무척 건조한 사람이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궁금하다.

권세정이 어떤 특별한 인물로 보여지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인간의 본질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권세정은 그런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본인이 생각한 것을 밀어붙이는 역할이다. 그런 부분에 영화의 메시지가 담겨있고, 관객들이 따라와 주는 것, 그것이 제가 권세정이란 역할에서 크게 생각한 부분이다.

권세정은 소수의견, 개별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감독님의 메시지가 대변되는 인물이기도 하고. 본인 실제는 어떤 쪽에 가까운가?

전… 억울한 상황에 놓여있는 건 못 보긴 한다. 저도 못 참고. 권세정 역할은 처음에 과하게 의로운 거 아닌가 생각하긴 했다. (신현빈 배우가 연기한 공설희와 전부인, 현부인이란 관계성도 특이하다) 재밌는 설정이다. 처음에 그 부분도 이런 불편한 설정을 해야 하나 했는데 다른 공간에서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는 부분이 사람들이 재밌게 받아들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부분이더라. 해석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좀비물 장르에서 좀비와의 호흡은 어땠나. 체력적으로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좀비는 〈킹덤: 아신전〉을 하면서 경험이 있다. 그 당시에도 〈킹덤〉을 재밌게 봐서 그런 세계관에 참여하게 돼 흥분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좀비 배우분들하고 사진도 찍고 그랬다. 〈군체〉는 현대무용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체계적으로 함께 작업해서인지 현장에서 보는 좀비 연기가 굉장히 경이로웠다. 신체를 활용하고 표현하는 것에 배울 점이 많았다. 좀비물하면서 찍을 체력은 늘 준비된 상태였다.

배우 입장에서 〈군체〉의 좀비는 어떤 점에서 가장 흥미로웠나.

영화라는 게 결국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그동안 우리가 보여준 좀비의 공식을 깨뜨리고 그 자리에 시대를 꿰뚫는 통찰을 넣은 것 같다. 어려운 분석보다 이 새로운 에너지를 극장에서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

영화 '군체' 속 한 장면 [쇼박스 제공]
〈군체〉
서영철 역 구교환(왼), 최현석 역 지창욱

요즘 대세 배우 구교환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우리 둘이 현장에 가장 오래 남은 배우다.(웃음) 그래서 친해지게 됐는데, 교환씨는 센스가 있고, 어떤 의견을 제안하면 바로 ‘이건 어떨까’ 탁 쳐주는 친구다. 그러다보니 재미가 있다. 시너지가 많이 났던 것 같다. 교환씨 재밌다. 상황을 재밌게 하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데 저도 그런 것에 재밌어하는 편이다.

지금 차기작 〈인간X구미호〉(가제)을 같이 촬영 중인 지창욱과는 어땠나.

〈군체〉 때는 현장에서 많이 안 친했다. 직접 부딪히는 씬이 없고 서로 바빴다. 현장에서 얘기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거기다 일찍… 죽었으니까.(일동 웃음) 창욱씨는 칸에서 영화를 처음 봤다고 했다. 보고 나서 “어? 나 생각보다 오래 나오는데?” 그러더라.(웃음) 그래서 대화할 기회가 많이 없어서 안 친했는데, 지금은 엄청 친하다. 창욱이랑 친해진 후에 칸에서 영화를 같이 보는데 다른 사람이랑 연기하는 것 같았다. 지금 연기했다면 또 달랐을 것이다.

전지현(제공=쇼박스)
전지현(제공=쇼박스)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

칸 도시 자체가 축제의 분위기다. 영화인들에겐 꿈의 성지 같은 곳이다. 그래서 모든 배우들, 감독들이 굉장히 흥분 상태였다. 날씨도 너무 좋았다. 그런 것들의 무드, 바이브가 정말 좋았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어도. 제가 한국영화로 첫 초청이다. 전엔 앰배서더나 해외 영화로만 갔었다. 이렇게 한국영화로 가보니 그동안 가본 칸은 칸이 아니었다. 처음인 것 같았다. 레드카펫도 오로지 저희만을 위한 레드카펫이라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었다.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으니 긴장이 풀리면서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교환씨랑 그렇게 팔을 한껏 벌린 포즈로 장난도 치게 됐다. 감독님이 ‘칸에 길들여지면 안되는데’ 하시더라. 욕심이 끝도 없는 게 참석만 해도 좋겠다 했는데 만일 경쟁 부문으로 가면 얼마나 좋을까. 박찬욱 감독님과의 포옹도 원래는 그 행사에 티에리 프레모 칸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만 참석하는 건데 심사위원장으로 오신 박찬욱 감독님이 시간을 내서 오셨다고 들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계시니 한국인으로서 굉장히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다.

※ 〈군체〉 전지현 배우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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