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안 가족의 이야기를 그려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 〈상자 속의 양〉으로 돌아왔다. 〈상자 속의 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대안 가족을 다루는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으면서 인공적인 존재 ‘휴머노이드’를 통해 더 확장된 이야기를 선보인다. 오는 6월 10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내한 기자 간담회가 진행됐다. 6월 4일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작품에서 휴머노이드 카케루 역을 맡은 아역 배우 쿠와키 리무가 참석했다. 간담회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가 작품과 제작 과정에 관해 나눈 말을 전한다.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가정에 들어간 7세 휴머노이드 카케루가 가족이 생긴 기쁨과 버려질지 모르는 불안을 함께 느끼는 과정을 따라간다. 동시에 죽은 아들 대신에 휴머노이드를 들인 가족들은 지나친 감정적 의존과 망설임 사이에서 헤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러한 영화의 시작점에 대해 “생성형 AI가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비즈니스가 중국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당시 중국에 체류하고 있었기에 직접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돌아가신 분들의 영상이나 사진 같은 걸로 AI를 만든 것을 봤는데, 그것이 이 영화의 시작점”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휴머노이드를 전면적으로 다루는 영화에서 카케루 역의 캐스팅은 영화 전체의 톤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과정이다. 감독과 제작진은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여 오디션을 거듭했는데, 쿠와키 리무 배우는 200명이 넘게 참가한 오디션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합격을 받아냈다. 고레에다는 쿠와키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캐스팅은 직감적으로 첫인상만으로 정하는 편이다. 근데 쿠와키 배우를 만났을 때 ‘이 아이구나’라는 확신이 생겼다. 그 후로도 오디션을 거듭하긴 했지만, 쿠와키 배우를 계속 생각했다. 최종적으로는 아버지로 등장하는 다이고 치도리 배우와 목욕탕 장면을 테스트한 후 다른 제작진과 합의를 통해 그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쿠와키 리무는 합격 소식을 처음 들은 순간에 대해 “가족이 다 같이 팔짝팔짝 뛰면서 끌어안고 너무 기뻐했다. 아빠와 엄마, 누나가 엄청나게 울었다. 처음에는 가족이 왜 우는지 궁금했는데, 엄마에게 얘기를 듣고 나서는 나도 울 정도로 매우 기뻤다”고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아무도 모른다〉의 야기라 유야,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니노미야 케이타·황 쇼겐, 〈어느 가족〉의 사사키 미유·죠 카이리, 〈괴물〉의 쿠로카와 소야·히이라기 히나타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오래 기억될 아역 배우의 얼굴들을 세상에 소개해 왔다. 이것만으로도 쿠와키 리무 배우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만, 그는 이번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쿠와키는 인간과 닮았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은 존재, 보호받아야 할 아이이면서도 독립된 개체로 느껴져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쿠와키 리무는 현장에서 고레에다와 함께한 경험에 대해 “감독님은 현장에서 ‘너답게 연기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편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는 휴머노이드와 함께 〈상자 속의 양〉을 이루는 다른 큰 축으로 건축을 세워둔다. 이질적인 것의 공존을 반복해서 말하는 영화는 그 대안으로 건축을 제시한다. 또 아들을 잃은 엄마 오토네(아야세 하루카)의 직업을 건축가로 설정하기도 한다. 고레에다는 이 영화에서 건축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영화 속에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이름이 나온다. 난 그의 건축과 그림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었는데, 정말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영화에도 나오는 대사인데, 책에서 ‘건축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이 부분이 영화의 테마와도 이어진다”고 전했다.

이어서 고레에다는 니시자와 류에의 건축 작업과 자신의 영화 작업이 맞닿은 부분에 대해 “니시자와 씨가 건축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내가 영화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닮아 있다. 물질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이질적인 두 가지를 연결해 가는 작업이라는 점, 그리고 사회와 타자에게 열려 있고자 하는 태도 같은 것이 그렇다. 인간과 AI라는 이질적인 존재의 공생을 그리고자 했을 때, 그런 건축 관련 지식은 큰 버팀목이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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