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Y2K 감성, 올해의 데뷔작을 만나다, '충충충' 한창록 감독, 주민형, 백지혜 배우 ②

2018년 워싱턴 벤턴에서 있었던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충충충〉은 세 아이의 엇갈린 욕망이 불러오는 파국을 그린다.

(왼쪽부터) 백지혜, 주민형 배우 (사진=(주)엣나인필름)
(왼쪽부터) 백지혜, 주민형 배우 (사진=(주)엣나인필름)

배우 두 분은 각자의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했나요. ‘용기’라는 이름처럼 에너지는 충만하지만 실제 강력한 힘을 가지진 못한 ‘찌질한’ 청춘이기도 한데요. 더불어 지숙에게 용기는 공기 같은 존재였고, 반대로 용기에게 지숙은 경외의 대상이었잖아요. 현장에서 두 배우의 호흡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주민형 용기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인물이죠. 그런 인물들을 많이 찾아봤어요. 예를 들면 〈조커〉의 주인공 아서(호아킨 피닉스) 같은 인물이요. 그런 인물들의 특성이 용기 안으로 들어오면 어떨까 생각했고요. 사실 저도 용기와 비슷한 면이 많아서요. 제 안에서도 많이 힌트를 가져왔어요. 또 감독님께서 〈폭스캐처〉를 권해 주셔서 보기도 했고, 그렇게 특정 인물보다는 영화 자체를 추천해 주셔서 영화 보고 그걸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해 서로 생각을 많이 공유했어요. 이창동 감독님의 〈오아시스〉도 참고해 달라고 하셨어요. 설경구 선배님의 걸음걸이나 자세, 움직임을 보면서 용기만의 걸음걸이와 자세를 찾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백지혜 민형 배우는 현장에서도 용기처럼 존재했어요. 촬영이 없을 때도 계속 현장에 있었고,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주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줬어요. 반면 저는 계속 지숙으로 있으려고 했고요. “나 혼자 있어야 돼”, “이 선 넘어오지 마” 이런 상태였죠. 자연스럽게 용기는 공기처럼 존재하고, 저는 계속 그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가 만들어졌어요. 민형 배우 덕분에 그런 케미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민형 지혜 배우와 있을 때 용기가 아니라 주민형으로 이야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일상적인 이야기를 물어본다거나요. 계속 지숙인 상태로 있으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가족 이야기라든지, 당시의 연애 이야기라든지,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충충충〉
〈충충충〉

〈충충충〉이라는 제목이 주는 어감이 센데요. 인트로 장면의 ‘벌레 이미지’를 통해서, 충격과 동시에 인터넷 밈인 ‘충’의 의미로 십대를 설명하는 듯한 인상도 주는데요.

한창록 처음엔 〈벌레〉라고 지으려 했었는데요. 〈충충충〉이 된 계기는, 2023년에 제가 시나리오를 계속 수정할 때였어요. 그때 한국 사회에서 칼부림 사건들이 계속 일어났어요. 인터넷에서는 ‘어디에서 하겠다’ 같은 글들이 올라오면서 전국적으로 공포가 퍼지기도 했고요. 그때 찾아보니까 ‘충’이라는 글자가 벌레 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찌를 충(衝)도 있었어요. 거기서 파생된 단어들이 충동, 충돌, 충격 같은 단어들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한국 10대들이 가진 ‘찌르고 싶은 욕망’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상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타인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면서 지금의 제목을 가져가게 됐어요.

영화에서 소름 끼치는 지점은 학교를 중심으로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어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인데요. 후반부 아이들의 폭력이 심화되는 과정에서도 어른을 등장시키지 않고 비워두셨는데요. 상당한 비관론을 끝까지 밀어붙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창록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의 관계가 굉장히 많이 바뀌어 왔다고 생각해요. 저만 해도 학교에서 체벌을 받으며 자란 세대고요. 그런데 그런 문화는 사라지고, 반대로 최근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실 영화 안에는 초임 교사 역할도 있었어요. 교사가 겪는 어려움 같은 것도 담겨 있었고요. 그런데 그 이야기까지 더하면 영화가 조금 산만해지겠더라고요. 아이들이 느끼는 황망한 감정 안에 머무는 것이 좋겠다 판단했어요.

한창록 감독 (사진=(주)엣나인필름)
한창록 감독 (사진=(주)엣나인필름)

핸드헬드 촬영과 MTV 스타일의 거친 화면을 연출했는데요. 촬영 룩은 어떻게 잡아 나갔나요.

한창록 카메라는 처음부터 빈티지한 무드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캠코더로 찍을 것인가, 영화 카메라로 찍을 것인가 고민도 했고요. 후반 작업에서 구현할지, 촬영 단계에서 구현할지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촬영감독님이 “둘 다 해보죠”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테스트를 진행했고, 결국 두 가지 방식을 섞게 됐습니다. ARRI Alexa Mini와 빈티지 렌즈를 사용했고, 전체 분량의 3분의 1 정도는 HVX200이라는 2000년대 초반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했어요. 색보정 과정에서 전체 톤을 어느 정도 맞추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그 결과 지금 영화만의 독특한 질감이 나온 것 같아요.

〈충충충〉
〈충충충〉

특히 오프닝 장면은 곤충 이미지가 강렬했는데요. 불편함과 동시에 지금의 십대가 처한 상황을 상징하는 것과도 같았는데요.

한창록 오프닝은 생일파티로 시작하고, 알이 부화하는 이미지로 시작했는데요. 전 처음부터 이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동시에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충충충〉인지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종의 선언 같은 것이었죠. “그래, 이건 벌레 이야기다.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한번 봐라.” 그런 느낌을 관객에게 던지고 싶었어요.

〈충충충〉
〈충충충〉

과거의 영화를 소환하는 동시에 굉장히 현재적인 지점을 놓치지 않는데요. 특히 후반부 유튜브 영상 장면 노출의 충격이 큽니다. 그 장면은 넣을지 말지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한창록 굉장히 고민했어요. 영화 제작투자 받던 2023년에 실제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어요. 그리고 하루 차이로 또 다른 중학생 칼부림 사건도 발생했고요. 그 두 사건이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ㅛ. 이 장면을 넣는 것이 맞는지, 표현 수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많이 고민했는데 사실 지금도 정답은 모르겠어요. 다만 2023년을 지나면서 한 가지를 강하게 느꼈는데요. 너무 많은 비극이 너무 빨리 잊혀진다는 것. 엄청난 사건들이 벌어져도 며칠 지나면 모두가 다시 자기 삶으로 돌아가죠. 그래서 이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야기할 수 있다면, 설령 욕을 먹더라도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각오로 넣게 됐어요.

백지혜 배우 (사진=(주)엣나인필름)
백지혜 배우 (사진=(주)엣나인필름)

〈충충충〉을 통해 감독님 본인이 꺼낸 이야기와 스타일을 주저함 없이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영화 속 용기와도 겹쳐 보이는 지점이었고요. (웃음) 결국 감독님이 추구하는 영화의 형태가 아닐까 싶은데요.

한창록 영화만 보고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저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웃음) 그런데 이상하게 영화를 만들려고 하면 늘 불편한 상황, 불편한 사건, 불편한 인물들에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저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고, 그래야 조금이라도 대비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소재들에 집착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런 것들을 에둘러 가고 싶지 않습니다. 직접 바라보고 싶습니다. 상처가 있으면 공기와 닿아야 아물듯이, 꽁꽁 숨기기보다는 정면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태도인 것 같아요.

주민형 배우 (사진=(주)엣나인필름)
주민형 배우 (사진=(주)엣나인필름)

두 배우분에게도 〈충충충〉이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듣고 싶습니다.

백지혜 촬영 환경은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모두의 생명력이 더 강해졌던 것 같아요. (웃음) 제가 참여한 작품들 가운데 가장 행복하게 촬영한 작품이기도 해요. 좋은 에너지를 받은 만큼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작품들을 계속 하고 싶어요.

주민형 용기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의 지향점을 조금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어요. 저뿐만 아니라 감독님, 함께한 배우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해요. 지금은 영화가 더 많은 관객에게 닿았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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