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참교육',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최애 에피소드는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 2주차에도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를 기록했다.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최애 에피소드를 골랐다.

〈참교육〉
〈참교육〉

또 한 번 넷플릭스에서 폭발력 있는 K-콘텐츠가 등장했다. 피해자의 편에 서서 학교를 바로잡는 교권보호국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이 공개 2주차에도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1위를 기록했다. 〈참교육〉은 21,100,000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와 225,800,000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등 46개국에서 1위를 석권했다. 여기에 미국, 영국, 인도, 프랑스, 독일, 호주, 멕시코, 브라질 등 총 91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참교육〉
〈참교육〉

위기에 처한 학생을 구하고 가해 학생들에게 통쾌한 참교육을 선사하는 나화진(김무열), 임한림(진기주), 봉근대(표지훈)부터 교권보호국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책임을 감당하는 교육부장관 최강석(이성민)의 모습까지, 다양한 장소와 상황 속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교권보호국의 활약은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조연과 특별출연 배우들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먼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중심에서 두 얼굴을 보여준 빌런 조규철(이봉준)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여기에 나화진의 약혼녀이자 최강석의 딸로, 교권보호국 설립의 계기가 된 핵심 인물인 교사 최가윤(하영)을 비롯해, 무너진 교육 현장 속에서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 했던 교사 정선영(이상희), 아들을 향한 과도한 교육열을 지닌 현민 엄마(서영희) 등 매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채웠다.

〈참교육〉
〈참교육〉

화제가 된 만큼 논란도 있다. ‘우리 교육 현실을 돌아보게 만드는 통쾌한 사이다’라는 호평이 있는 반면, ‘섣부른 가짜 쾌감에 도취된 위험한 서사’라는 비판이 공존하는 것. 어쨌거나 〈참교육〉은 극적인 설정 뒤에 자리한 교육 현실의 단면들을 통해 다시금 교육 환경을 그 어느 때보다 시의적절하게 뜨거운 공론의 장으로 올린 것만은 분명하다. 여기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최애 에피소드를 하나씩 골랐다.



〈참교육〉
〈참교육〉

성찬얼 기자의 최애 에피소드 2회

‘힘찍누 원툴’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재미가 있다.

〈참교육〉을 둘러싼 여러 반응은 아이러니하게 〈참교육〉의 인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넷플릭스의 히트작 〈오징어 게임〉이 그랬듯, 폭력적인 소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 그 순간부터는 그 날카로운 비판의 시선을 피할 수가 없게 된다. 사실 피해서도 안 되고. 그런 반응들 때문에 필자는 〈참교육〉을 진작에 피하긴 했다. 딱 봐도 폭력으로 애들을 교육하고, 그렇게 사이다를 얻는 그런 내용일 테지. 학생이 선생을 패면 안 되지만, 선생도 학생 패면 안 되는데. 그래서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문제가 된다는 지적들을 보면, 〈참교육〉의 문제는 ‘힘찍누’(힘으로 찍어 누른다)가 아닌 듯했다. 〈참교육〉이 비판받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현실을 닮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판타지로 밀어붙였다면 잠시 욕을 먹어도 판타지로서 사이다를 제공하면 무난히 넘어갔을 텐데, 〈참교육〉은 현실 반영적인 학교 교육 실태를 녹였기 때문에 오히려 불쾌감을 유발한 것이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된 〈참교육〉은 여러 사건을 다루는데, 아마 뉴스 좀 챙겨본다면 3화부터 어떤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것이다.

〈참교육〉
〈참교육〉

그러니까 필자가 상상한 〈참교육〉은 사실상 어른이 최강자인 일진물이었는데, 적어도 그렇게 안일한 기획은 아니라는 것이다. 〈참교육〉엔 어른의 질서에 무너지는 사례도 등장하니 어른이라고 해서 완벽하거나 무조건적 강자인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점이 이 드라마의 핵심으로 보였다. 그간 학교물은 어느 정도 갈등 구조가 고정돼 있었다. 대부분은 ‘비행 학생’ 중심으로 그려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참교육〉은 옴니버스 형식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포착하려고 하고, 그것으로 현대 사회의 교육과 곪은 점을 지적하고 설득하려고 한다.

냉정하게 말해 이 차별점이 성공적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공권력도 결국은 힘이다. 물리적 폭력이 생각보다 유하게 담겼어도, 결국 이 모든 교육을 성립시키는 건 공권력이란 강력한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그리고 나화진이란 인물 자체가 힘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무언가 바꾸려면 그것을 관철하기 위한 힘이 필요하다는 건, 시원시원한 판타지로서나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로나 설득력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다.

〈참교육〉
〈참교육〉

그래서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2화다. 구운하이텍고등학교 에피소드는 딱 봐도 그냥 활극 같은 에너지가 넘친다. MZ조폭을 선망하며 그저 싸움박질에만 열광하는 아이들을 나화진이 ’보충수업’과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교육하는 과정은 만화적이어서 그냥 통쾌한 기운만 남는다. 물론 여기서도 김형주(전봉석)의 안타까운 환경이 그려지지만 그래도 작중 가장 말끔하게 해소되는 부분이라 부채감도 덜하다. 다른 회차들은 전개가 찝찝하거나 결국 완전히 해소될 수 없는 부분이 남는 데 비해 이 2화는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감각이 오히려 몰입을 돕는다. 혹시라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싶은 에피소드를 만나보고 싶다면 이 〈참교육〉의 2화에 도전하길 추천한다.



〈참교육〉
〈참교육〉

주성철 편집장의 최애 에피소드 5회

허위 고발이라 욕할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을 살릴 수만 있다면

“우진이도 귀한 자식이지만, 선생님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입니다.” 〈참교육〉 10부작 통틀어 가장 ‘사이다’라 일컬어지는 건 역시 5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교사 최지선(송시안)의 절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다른 에피소드들이 주로 ‘액션’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면, 5회는 ‘구강 액션’이 중심이라 신선하기도 하다. 역할을 바꿔 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는 ‘미러링’을 통해 악마같은 학부모에게 진짜 ‘참교육’을 펼치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인 최지선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아이들을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우진 학생(최자운)의 어머니(박지연)가 문제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우진에게 얘기할 때 딱딱하게 얘기하지 마라, 앞으로 불러내어 다른 학생들 보는 데서 문제를 풀게 하지 마라, 상처받을 수 있으니 받아쓰기 틀린 문제지에 빗금으로 표시하지 마라, 학교 친구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무조건 우진의 편을 들어달라, 지시나 명령도 하지 말고 인사도 강요하지 말라는 것. 이처럼 몇 줄 쓰는 것만으로 이미 고통스럽다. 아무튼 이유는 단 하나, 우진의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친구와 놀다가 싸우게 되면서 일이 커진다. 상대 부모는 아이들 싸움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려 하나, 우진의 엄마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조건 우진의 편을 들어달라고 한 걸 잊은 것이냐’며 선생을 다그친다.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근무시간 외에도 연락하고, 주소까지 알아내어 집에도 찾아온다. 급기야 우진의 아빠(권동호)까지 학교에 찾아와 심지어 선생을 때리려 한다.

〈참교육〉

5회를 보며 많은 이들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떠올렸다. 2023년 7월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목숨을 끊은 사건으로, 2024년 2월에 순직이 인정됐다. 위에서 묘사한 학부모의 정서적 폭력이 그저 실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제 〈참교육〉에서는 나화진(김무열)이 새로운 담임 선생으로 부임하여 초필살 미러링 공격을 시작한다. 우진 엄마가 선생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시도 때도 없이 우진 엄마에게 전화해서 “우진이가 수업 시간에 조는데 어떡하면 좋을까요? 자는 것도 학생의 자유인데.” 그냥 깨우라는 얘기에 “신체 접촉하면 아동학대로 걸릴 수도 있는 부분이라서요” 라며 전화를 끊지 않는다.

이제 우진 아빠가 일하는 은행에도 찾아간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린 다음, 자기 차례가 되자 “우진이 아버님 계십니까”라며 큰 소리로 은행이 떠나가라 외친다. 은행 손님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냅다 무릎을 꿇은 그는 “화가 많이 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버님. 제가 정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연신 사과할수록 우진 아빠의 창피함과 난감함만 강화된다. 그런 가운데 화진은 말리려는 우진 아빠의의 손목을 꺾으며 “화 좀 죽이고 살아, 한번만 더 우리 남편 화났네, 하면 그땐 죽어”라고 귓속말 경고를 날린다.

〈참교육〉
〈참교육〉

물론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있다. 우진 엄마가 다른 학부모들을 규합해 대항하려 하지만, 그 모임에 담임 선생 화진이 미리 나와 이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우진 학생의 몸에 멍이 있었다며 아동학대로 허위 고발을 하려고 하는 것. 없는 죄를 가짜로 만들어내어 악마 학부모를 더 괴롭히는 게 온당한가, 라는 질문을 할 수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우진의 엄마와 아빠가 학부모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고 뒷담화 대상이 되는 광경의 쾌감을 더 원할 것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참교육〉이라는 픽션 안에서만큼은 실제 서이초등학교 사건의 결말과 달리 학부모가 법적 처벌을 받고, 최지선 교사가 살아서 우진과 화해하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 믿고 싶다.



〈참교육〉
〈참교육〉

김지연 기자의 최애 에피소드 10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적제재’ 서사와 선 그으려는 시도

폭력은 당연히 ‘참교육’이 아니다. 그게 드라마 〈참교육〉이 숱한 논란을 낳은 이유일 것이다. 아무리 ‘먼치킨물’과 같은 판타지라지만,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들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가 교실에 폭력으로 맞불을 놓는 방식을 택했으니, 거센 반발이 따르는 건 필연이었다. 이는 비질란테 장르가 으레 부딪혀 온 논란이기도 하다.

그러나, 드라마 〈참교육〉은 숱한 사적제재 서사와 차별화를 두기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물론 그 고민의 흔적들이 반드시 시청자에게 적확하게 꽂혔다고는 말하기 어렵겠으나, 드라마 〈참교육〉은 사적제재 서사의 위험성을 깊이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예컨대 “행위에 감정이 들어가면 그때부턴 폭력이야”라는 최강석(이성민)의 대사는 사적제재가 가진 모순을 꿰뚫는 동시에, 〈참교육〉 서사에서 위험성을 거세하는 가장 유의미한 포인트다. 마치 영화 〈베테랑 2〉가 ‘해치’를 통해 말하려 했던, ‘정의구현’이라는 탈을 쓴 폭력은 결국 똑같은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참교육〉의 제작진 역시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참교육〉
〈참교육〉

9회에서 최강석은 “조규철(이봉준)은 이미 죄에 대한 벌도 받았고, 교권국이 다시 공부하겠다는 학생의 기회를 막을 재량은 없어. 막으면 그건 복수야”라고 말한다. 그리고 10회에서 조규철과 대치하는 나화진(김무열)에게 조규철은 “지금 때리면 정말 사적 복수가 되잖아요”라고 말한다. 비록 나화진은 극적 재미를 위해 결국 주먹을 썼지만, 적어도 드라마를 만든 이들은 사적 제재에 대한 치열한 ‘선긋기’를 통해 드라마가 빠질 수 있는 가장 큰 딜레마를 피해 가려고 했다. 자신을 죽이라는 조규철의 말에 나화진은 끝내 주먹을 내려놓고, “규철아, 그러면 안 돼. 괜찮아, 우리 다시 해보자. 이게 최가윤 선생님(하영)이 너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야”라는 말을 건넨다. 드라마가 실제로 함정에 빠졌는지, 혹은 함정을 영리하게 피해갔는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적어도 〈참교육〉은 폭력이 위험하다는 사실도, 처벌이 복수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작품의 판타지가 절대 현실화될 수 없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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