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끝줄 소년〉 배우 최민식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맨 끝줄 소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중, “나의 가장 찌질하고 숨기고 싶은 콤플렉스를 발가벗겨 들킨 것 같아 재밌으면서도 무척 불편하다”는 평이 많습니다. 〈맨 끝줄 소년〉에 참여한 입장에서, 특히 기억나는 명대사나 특별히 애정하는 신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근데 제 대사보다 김수훈(허준호)의 대사가 참 오랫동안 많이 남아요. “쓸 이야기가 없으면 안 쓰는 게 낫지 않은가? 그렇게 살아도 괜찮잖아” 그 말이 되게 섬찟했어요. 대본으로 읽을 때도 그랬어요. 장명우 작가 정말 무서운 사람이구나. (웃음) 저는 그 대사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문오가 김수훈에게 그 말을 갚아주려다, 오히려 완전히 구겨지는 장면이 무척 씁쓸하면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허준호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어설프게 돌려주다가 괜히 더 찌질해졌죠. 잊고 살았던 김수훈이 다시 눈앞에 나타난 거잖아요. 근데 그게 대놓고 분노할 수는 없죠.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다시 돌려줘야겠다고 공격했는데, 오히려 노련함에 더 찌그러지는 거죠. 저는 그 신 되게 좋아해요. 준호가 너무 잘했고요. 제 군대 후배이기도 해요. 호흡은 척하면 척이죠.

국문학과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극 중 허문오는 원색적인 비속어를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과제를 읽으며 “대박”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배우님의 찰진 말맛 덕분에 인물의 이중성이 더 잘 살았는데, 어떻게 ‘말맛’을 살리려고 하셨나요?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고요. 지식인의 위선과 민낯을 표현하려고 생각하다 보니까요. 교수라고 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교수 같은 건 아니니까, 그런 것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대박”이라는 말은 대본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솔직한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첫사랑 안은주(김윤진)를 향한 문오의 지독한 집착이 그를 파멸에 이르게끔 합니다. 정말로 남자에게 ‘첫사랑’이란 인지 능력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무언가인가요? (웃음) 그리고 문오는 정말 현재의 아내 현숙(진경)을 사랑하긴 했을까요.
그럼요. 저의 경우는 아니지만요. (웃음) 그런데 허문오의 은주에 대한 감정은, 그의 남편이 김수훈이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이제는 사랑이라고 볼 수는 없죠. 수훈에 대한 질투죠. 사실 안은주가 자신의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부터가 착각이잖아요. 안은주는 안중에도 없는데. (웃음) 그런데 그 옛사랑을 김수훈이 뺏었다는 피해망상을 가지고 있어요. 현재 아내인 현숙도 사랑했겠죠. 그런데 집착과 질투 때문에 옛사랑에 연연해하고, 현재의 사랑에 대해서는 무책임하죠.
그럼 연기한 입장에서, 허문오를 바라보는 마음은 어떠세요.
저도 연기하면서도 ‘정말 허문오, 너는 정말 안 되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몇 개월 그 친구로 살다 보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안쓰럽고 연민이 가요. 사실 심성이 그렇게까지 나쁜 놈 같지는 않은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정신 차리라고 하고 싶기도 하고, 안아주고 싶기도 해요.

〈맨 끝줄 소년〉은 인간의 내밀한 결핍, 열등감과 질투, 부러움을 노골적으로 해부하는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배우 최민식에게도, 타인을 보며 느끼는 질투나 부러움이 있나요.
그런 건 많죠.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같이 이 업계에서 활동하는 배우들한테 많이 자극을 받고요. 그런데 저한테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죠. 이번에 현욱이를 보며, ‘내가 저 나이 때 저렇게 했었나’ 싶었어요. 요즘 20대, 30대 젊은 배우들을 보면, 자신을 표현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잖아요. 아주 용감하게요.
전작 영화 〈파묘〉(2024) 프로모션 당시에는 팬들이 준 머리띠를 끼는 등 이른바 ‘할꾸(할아버지 꾸미기)’열풍을 일으키며 대중 소통의 아이콘이 되셨습니다. 대중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싫으면 싫고 좋으면 좋은 건데, 〈파묘〉 때는 너무 고마웠어요. 코로나19 지나고 나서 극장에 사람들이 꽉 차는 거 보고, 진짜 너무 감사한 거예요. 야 이거 극장 다 망했다고 그랬는데, 정말 문화가 바뀌었구나 싶었어요. 예전 같으면 무대인사에 그냥 박수 치고 그랬는데, 이제는 뭘 바리바리 싸들고 와가지고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거 못 해주겠냐, 극장으로 사람들이 다시 온다면야. 관객들이 꽉 찬 모습을 보니까 너무 고맙고, 사진 하나 찍어주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웃음) 근데 욕 많이 먹었어요. 후배들이 ‘형이 그렇게 하면 우리도 그렇게 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해서. (웃음) 의도한 건 아닌데, 어느 순간에 문화가 돼 버렸던 것 같아요.

어느덧 데뷔 45년 차이십니다. 긴 세월 동안 연기를 대하는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이 변화하기도 했나요.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욕망은 계속 끓고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더 많은 작품을 다양하게 표현해 보고 싶어요.
더욱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전에 멜로 장르를 해보고 싶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여전히 멜로를 하고 싶으신가요.
그럼요. 인생을 어느 정도 산 사람들이 해석하는 사랑 이야기요. 예를 들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처럼요. 도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보다, 사랑의 감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더 파고들어 보고 싶어요. 또, 이번 〈맨 끝줄 소년〉을 작업하면서 생각한 건데, 우리나라의 단편 소설을 다시 재해석하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혹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같은 희곡을 우리 식으로 해석하는 작업도 생각했어요. 원작의 배경은 뉴올리언스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전후의 혼돈의 시대 속 동두천이나 미군 기지를 배경으로 하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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