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20년 넘게 품어온 꿈의 프로젝트가 마침내 스크린에 펼쳐졌다. 인류 최초의 대서사시로 평가받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현대적인 블록버스터로 재탄생시킨 영화 〈오디세이〉가 8월 5일 국내 개봉했다. 「오디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경 쓰인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점으로, 서양 문학의 기원을 연 작품. 3천 년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문학과 연극, 영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놀란은 영화 〈오디세이〉에서 서구 문화의 근간을 이룬 「오디세이아」를 새롭게 재해석해, 인간의 의지와 귀향, 신과 인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장대한 스케일과 철학적 시선으로 담아냈다. 〈오디세이〉가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순항하는 가운데, 유니버설 픽쳐스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디세이〉의 비하인드를 정리했다.

# 놀란이 20년을 품어온 꿈의 프로젝트
〈오디세이〉는 놀란 감독이 20년 넘게 품어온 꿈의 프로젝트다. 그는 이 작품을 준비하며 “「오디세이아」는 세계사와 문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지만, 현대적인 블록버스터로는 단 한 번도 각색된 적이 없었다”며 각색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이번 작품은 맷 데이먼, 앤 해서웨이와는 각각 세 번째 만남이다. 맷 데이먼은 〈인터스텔라〉와 〈오펜하이머〉 이후, 앤 해서웨이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 〈인터스텔라〉에 이어 놀란 감독과 다시 손을 잡았다. 회상 장면과 병행 서사가 어우러진 비선형적 구조는 〈오펜하이머〉를, 극한의 환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인셉션〉을, 대규모 전투와 침투 시퀀스는 〈덩케르크〉와 〈테넷〉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는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관통해 온 특징들이 한 작품에 응축된 결과이기도 하다.

# 소음 문제를 뚫고 해낸 영화 역사상 최초 전체 IMAX 필름 촬영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최초로 장편 전체를 IMAX 필름 포맷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어린 시절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의 IMAX 돔 상영관에서 매료됐던 놀란 감독은 〈프레스티지〉, 〈다크 나이트〉, 〈오펜하이머〉를 거치며 IMAX 촬영 영역을 확장해 왔고, 이번 작품에서 그 오랜 비전을 완성했다. 문제는 IMAX 필름 카메라 특유의 거대한 크기와 소음이었다. 맷 데이먼은 그 소음을 “얼굴 앞에서 믹서기를 돌리는 것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였다고. 이에 놀란 감독은 IMAX와 함께 진동 억제 기술과 정교한 방음 설계를 갖추면서도 65mm 필름 특유의 질감은 그대로 유지하는 차세대 카메라 개발에 나섰다. F1 경주차에도 쓰이는 탄소섬유 부품을 적용한 IMAX ‘키글리’ 카메라가 그 결과물이다. 91일간의 촬영 기간 동안 사용된 필름만 총 210만 피트, 약 640km에 달한다.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오디세이〉의 비주얼을 “친밀한 서사시”라고 표현하며, 아내와 아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감수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관객이 함께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그린 스크린 없이, 세계 곳곳을 무대로
디지털 효과보다 실제 촬영을 중시하는 연출 철학으로 잘 알려진 놀란 감독은 이번에도 원작 속 세계를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친 답사와 연구 끝에 촬영지를 찾아 나섰다. 그 결과 그리스, 이탈리아, 아이슬란드, 스코틀랜드, 미국 등지의 장엄한 자연이 트로이의 해변부터 ‘키클롭스’의 동굴, ‘하데스’의 지하 세계, ‘칼립소’와 ‘키르케’가 머무는 섬까지 신화 속 공간으로 변신했다. 맷 데이먼은 “그린 스크린 없이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놀란 감독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고, 〈오펜하이머〉로 아카데미 미술상 후보에 올랐던 프로덕션 디자이너 루스 데 용은 “쉬운 로케이션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가서 촬영하지 않았다면 〈오디세이〉는 완성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놀란 감독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 세계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이번 작품을 관통하는 연출 철학을 짧고 분명하게 정리했다.

# 높이 10.7m 실물 ‘트로이 목마’와 실제 항해가 가능한 배까지 제작
실제 공간이 주는 영화적 힘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놀란 감독의 확신에는 〈오펜하이머〉 제작 당시의 경험이 결정적이었다. 놀란 감독은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와 함께 IMAX, 코닥과 협력해 15/65mm IMAX 카메라용 흑백 필름을 새롭게 개발하며 영화 기술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제작 방식과 기술을 총동원한다면 호메로스의 불멸의 서사시도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거대한 프로젝트로 꼽히는 〈오디세이〉의 프로덕션이다. 제작진은 ‘인카메라 스펙터클’을 고집하며 무려 높이 10.7m에 달하는 거대한 트로이 목마를 CG가 아닌 실물로 직접 제작했다. 이 목마는 단순한 소품용 세트가 아니라, 놀란 감독이 지향해 온 ‘실제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스펙터클의 상징이기도 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오디세우스’와 선원들이 탑승하는 배 역시 실제 항해가 가능한 구조로 완성해, 배우들이 그린 스크린이 아닌 실제 파도와 바람 속에서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외눈박이 괴물 ‘키클롭스’를 비롯한 바다 괴물들 역시 프랙티컬 이펙트(인카메라 효과)와 최소한의 CGI를 결합해 구현하며, 디지털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압도적인 실재감을 완성했다.

# 트로이 함락 시퀀스를 위해 개발된 특수 LED 조명 ‘파이라헤드론’
트로이 함락 시퀀스에서는 거대한 세트와 수천 명의 출연진을 한 번에 담으면서도 횃불만이 유일한 광원이던 시대적 질감을 살려야 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새로운 특수 LED 장치인 ‘파이라헤드론’을 개발했고, 수천 개의 장치를 활용해 실제 횃불이 비추는 듯한 자연스러운 빛을 구현했다. 놀란 감독은 무성영화 시대의 제작 방식에서 이번 작품의 해답을 찾았다며 “압도적인 규모의 세트, 경이로운 로케이션, 수천 명의 출연진 등 당시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던 영화의 매력적인 요소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 고대 악기와 청동 징 35개로 창조한 루드비히 고란손의 독창적 음악
음악은 〈테넷〉, 〈오펜하이머〉에 이어 다시 놀란 감독과 호흡을 맞춘 루드비히 고란손이 맡았다. 놀란 감독은 그에게 당시에는 ‘오케스트라’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케스트라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고란손은 5~6세기경 사용됐을 법한 고대 악기인 아울로스와 리라를 깊이 연구해 활용했고, 트로이 공성전에서 쓰였을 법한 청동 경보 장치에서 영감을 받아 청동 징 35개로 다양한 사운드 실험을 거듭했다. 그렇게 완성된 세 음의 모티브는 ‘오디세우스’를 상징하는 핵심 테마가 됐다. 촬영 기간 동안 약 42분 분량의 데모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발전시킨 고란손은 촬영이 끝날 무렵 약 4시간에 이르는 스코어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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