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이 열풍’이 분다! 소마이 신지의 '이사', '태풍 클럽', '여름 정원'

소마이 신지 감독
소마이 신지 감독

1980-90년대 일본 영화의 거장 소마이 신지의 영화가 연달아 찾아온다. 먼저 〈이사〉가 7월 23일 4K 리마스터링 개봉한 데 이어 〈여름정원〉이 오는 8월 6일에 개봉하고, 지난해 여름에 개봉한 〈태풍클럽〉이 8월 13일에 재개봉한다. 소마이 신지는 스튜디오 체제가 붕괴하고 일본 영화계가 불안정하던 시기에 독창적인 연출로 일본 독립영화의 물결을 선도한 감독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소마이 신지를 두고 “오늘날 일본에서 영화를 만드는 누구도 소마이를 의식하지 않고 작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을 남기며 추앙했다.

타바타 토모코(왼), 소마이 신지 감독
타바타 토모코(왼), 소마이 신지 감독

소마이 신지는 그 특유의 롱테이크를 일본 영화사에 남겼다. 소마이의 롱테이크는 가히 역동적인 에너지를 분출한다. 그는 배우들에게 ‘비정상적인 몸의 움직임’을 지시하고, 그들의 예측 불가능한 순간을 포착한다. 현장의 우발성과 배우의 즉흥성을 통제하지 않는 그의 소신은 예기치 못한 사건성이 자아내는 혼돈과 불안을 청춘의 것으로 그려내며 확고한 그의 미학을 정립했다. 소마이 신지의 롱테이크가 빛나는 세 편의 영화를 돌아보았다.


〈태풍 클럽〉(1985)

〈태풍 클럽〉 포스터
〈태풍 클럽〉 포스터

태풍이 다가오는 여름, 시골에 사는 중학생 아이들은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방황한다. 야구부를 그만둔 미카미(미카미 유이치)는 삶과 죽음을 사색하기 시작하고, 그의 여자친구 리에(쿠도 유키)는 버려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느낀다. 미카미를 비롯한 6명의 아이는 태풍이 몰아치던 날 밤, 학생과 교사가 모두 대피한 빈 학교에 갇힌다. 태풍에 의해 고립된 아이들은 외부의 질서와 통제에서 벗어나 각자의 불안정함, 성 정체성, 폭력성을 드러내고, 억압과 일탈의 에너지를 폭발한다. 한편, 리에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집과 마을을 벗어나 도쿄로 간다.

〈태풍 클럽〉
〈태풍 클럽〉

〈태풍 클럽〉의 아이들은 부모와 기성세대의 보호막 없이 무방비하게 태풍을 맞는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의 부모는 부재한 것에 가깝고, 믿음직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도 존재하지 않는다. 야구부 켄(베니바야시 시게루)이 반복하는 “다녀왔습니다”, “다녀왔니” 놀이는 부모의 부재 속에 방치된 켄의 외로움을 드러낸다. 태풍 속에서 켄의 외로움과 고립감은 폭력성으로 발현된다. 한편 우메미야 선생(미우라 토모카즈)은 술을 마시느라 학교에 갇힌 아이들을 외면한다. 이 같은 우메미야 선생의 모습은 소마이 신지 영화 속 타락한 어른상으로 제시된다. 소마이 신지의 롱테이크는 청춘의 불안정함과 원시적 에너지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 채 통감하게 한다.


〈이사〉(1993)

〈이사〉 포스터
〈이사〉 포스터

한여름의 교토, 13세 소녀 렌(타바타 토모코)은 아직 세상의 질서를 다 헤아리지 못하는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통보받는다. 서툰 말과 어지러운 감정 속에서 아버지는 집을 나가고, 엄마와 단둘이 남겨진 렌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다. 부모의 이혼도, 엄마 나즈나(사쿠라다 준코)와 렌의 새 출발을 위한 계약서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 렌은 부모에게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혼 서류를 숨기고, 스스로를 화장실에 가두는 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가족의 기억이 깃든 비와 호수로 떠나는 여행을 멋대로 예약해 버리기도 한다. 렌은 혼란과 상실 속에서 자기만의 성장 여정을 떠난다.

〈이사〉
〈이사〉

원작 히코 다나카의 소설 「두 개의 집」에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각본가 오쿠데라 사토코의 섬세한 각색이 더해진 영화는 세계를 깨고 나가려는 한 소녀의 성장 여정을 그려낸다. 이번 작품에서 소마이 신지의 롱테이크는 인물의 감정선을 집요하게 잡아낸다. 영화는 짧은 컷으로 감정의 순간을 분할하지 않고, 롱테이크로 집안을 배회하는 인물들의 동선을 고스란히 담아냄으로써 폐쇄적이고 불안정한 가족 공간의 압박감을 체감하게 만든다. 〈이사〉의 롱테이크는 어린 소녀가 집 안 어디에도 의지할 틈이나 탈출구가 없음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여름정원〉(1994)

〈여름정원〉 포스터
〈여름정원〉 포스터

은둔하며 조용히 죽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노인의 집이 세 명의 침입자로 인해 요란해진다. 키야마, 카와베, 야마시타 세 소년은 죽음에 대한 호기심으로 홀로 사는 노인이 죽는 순간을 관찰하기 위해 그를 감시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미쿠니 렌타로)와 세 소년은 노인의 허름한 집이 알록달록 색을 입어 갈수록 조금씩 가까워진다.

〈여름정원〉
〈여름정원〉

풀이 무성한 작은 정원을 낀 노인 키하치의 집은 자연이 순환한다. 그의 집은 사계절과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곳으로 인생을 은유한 공간이자 서로 다른 세대 간 관계의 전환과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며, 과거 세대의 트라우마를 형상화하는 곳이다. 태평양 전쟁의 참전자인 할아버지는 전쟁에 참여해 사람을 해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갖고 있다. 키하치와 세 소년의 단란한 일상에 틈입한 비행기 굉음과 폭발 소리는 키하치의 내면에 각인된 ‘기억의 환청’이다. 세 소년은 그의 트라우마를 온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헤어진 그의 가족과의 재회를 돕는 등 상처 입은 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여름정원〉
〈여름정원〉

한편, 〈여름정원〉은 〈러브 레터〉(1995), 〈릴리 슈슈의 모든 것〉(2001) 등 이와이 슌지의 많은 영화를 촬영했던 시노다 노보루의 자연광 촬영이 변하는 자연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낸다. 그의 카메라 안에서 여름의 녹음은 더 짙고 푸르게 나타나고, 세 소년은 빛나는 여름의 통과의례를 거치고 성장한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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