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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실사영화 흥행 신기록 앞둔 '국보', 이상일 감독이 전하는 예술의 정화력

재일교포 감독이 밝힌 온나가타의 신비와 혈통·외부인의 갈등 구조

이상일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이상일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영화 〈국보〉가 일본 실사영화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부키의 '온나가타'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지난 6월 일본 개봉 후 1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일본 실사영화 흥행 2위에 올랐다.

13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이상일 감독은 작품의 핵심 소재인 온나가타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전했다. '온나가타'는 여성 역을 연기하는 남성 배우를 지칭하는 용어로, 17세기 일본을 통치했던 에도 막부가 여성의 가부키 출연을 금지하면서 생겨났다.

이상일 감독은 온나가타의 매력에 대해 남성이 여성을 연기하는 것이 그로테스크(기이)하게 보일 수 있으나, 50~60년간 예술을 위해 자신을 수련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신비성이 있다며, 그런 것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아내고 싶은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2011년 영화 〈악인〉 촬영 당시 실제 온나가타를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영화 〈국보〉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 〈국보〉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요시다 슈이치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국보〉는 가부키에 인생을 바친 두 온나가타 배우의 복잡한 관계를 조명한다. 3시간에 달하는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일본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이 감독은 일본 관객들의 인상 깊었던 반응에 관해 "영상미와 음향의 박력에 매료되어 세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집에서 봤을 때 느끼지 못했던 감동이 있었다'는 반응이 기뻤다"며 "연령대가 높으신 분이 '20년 만에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봤고 보기 잘했다'는 소감도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 9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내 관객과 첫 만남을 가진 〈국보〉는 오는 19일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일본 대표로도 선정된 이 작품에 대해 이 감독은 보편적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다고 자신했다.

영화 〈국보〉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 〈국보〉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그는 배우들이 받는 빛과 함께 따라오는 짙은 그림자, 그리고 예술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어느 곳에서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 관객에게는 혈통으로 계승되는 분야에서 핏줄로 계승되는 존재와 외부에서 온 인물이 갈등하면서도 함께 발전하는 구조가 더욱 와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러한 영화의 구조가 재일교포라는 자신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혈통과 외부인이라는 영화의 구조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이 가진 요소와 겹친다며, 한국 관객들이 이 점을 더 잘 느껴주기를 희망했다.

영화에서 가부키 공연 장면은 핵심적인 하이라이트로 기능한다. 이 감독은 배우들의 클로즈업을 통해 단순한 연기 장면이 아닌, 그들의 사생활에서 품고 있는 감정과 평소 느끼는 중압감, 무대에 오른 기쁨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 위에서 그들이 어떤 풍경을 보는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도 덧붙였다.

영화 〈국보〉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영화 〈국보〉 속 장면 [미디어캐슬 제공]

눈과 피라는 상반된 이미지도 작품의 주요 시각적 장치다. 이 감독은 흰 눈이 죽음과 모든 것을 뒤덮는 무의 상태를 상징하며, 피는 생명이 깃든 색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상일 감독은 예술가로서 부정적인 감정을 정화하는 작품을 창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업계에서 일하며 질투와 악의를 품을 때도 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 감동받을 때 내면의 부정적 감정이 정화된다고 고백했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해서 이러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이상일 감독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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