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F1을 즐겨보는 팬이 아니다. 그런데 거대한 스크린에서 스포츠카에 장착된 카메라로 촬영된 〈F1 : 더 무비〉의 장면을 보면서, “이건 마치 브래드 피트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처럼 짜릿한대.” 싶은 기분을 느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러닝타임 동안 나는 꼴찌인 APXGP 팀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관중석의 팬이 되어 있었다. 155분 이라는 만만치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는 경험은 오랜 만이었다. 스릴 있고 통쾌하고 짜릿했다. 마치 실제같아 보이는 촬영이 주는 쾌감은, 요즘 말로 ‘도파민 터지는’ 체험이었다.
이게 영화지! 영화가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의 사실감을 선사하는 블록버스터와의 만남. 아마 〈F1 : 더 무비〉를 본 521만 관객 중 상당수가 나와 비슷한 만족감을 느꼈을 거다. 왕년의 스타였지만 F1 우승은 한번도 해보지 못하고 한순간에 추락한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영화는 그가 최하위팀에 합류 해 팀을 승리로 이끌기 까지의 과정을 따라간다. 지극히 예상가능한 ‘언더독’ 서사로 친숙함을, 소니와 신예 천재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겪는 갈등을 더해 긴장감을 더했다.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변주의 스토리다.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조셉 코신스키는 마치 자신의 전작 〈탑건: 매버릭〉(2022)으로 입증한 ‘체험형 블록버스터’를 이제 하늘이 아닌 땅에서 구현해 낸다. 이 영화를 처음 만든다고 했을 때 ‘자동차 경주 영화는 성공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고 한다. 〈탑건: 매버릭〉에서 이미 시도한 방식이 모두 손쉽게 적용될 수도 없었다. 일단 전투기가 버틸 수 있는 카메라의 무게를 포뮬러 1은 감당할 수 없었고, 이 영화에 맞는는 카메라 개발부터 시작해야 했다. 아이디어 착상 부터 제작까지 4년, 블록버스터의 귀재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자로, 또 실제 F1 선수들도 가세해 규모와 사실감 모두를 갖춰 나갔다. 이 모든 ‘새로운’ 기술의 시도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을 빌리지 않은 실제의 촬영, 그러니까 ‘진짜(authentic)’의 것만을 촬영하던 ‘과거’의 방식으로 진행했다.
디지털과 AI의 놀라울 만큼 빠른 발전의 한 가운데서, 〈F1 : 더 무비〉는 트렌드를 역행 해, 우리가 영화를 통해 보았던 것이 무엇인 지 새삼 상기 시켜준다. 그렇게 이 영화는 이 시대를 대표 할 블록버스터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한국 개봉 제목에는 〈F1〉에 더해 부제로로 ‘더 무비’가 따라 온다. ‘시네마적인 체험’에 목 말랐던 한국 관객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한국은 북미, 중국에 이어 흥행 성적 3위로 관객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가 무엇인 지 스코어로 확실히 표현했다.

속편에 대한 기대가 높은 지금 먼저 Apple TV 공개에 맞춰 LA에 있는 조셉 코신스키 감독을 줌으로 연결해 인터뷰 했다. “한국 관객의 호응이 이 정도일 지 예상 밖이 었다”는 감독에게 관객과 호응할 수 있는 지금 시대의 블록버스터 만들기에 대한 방향을 들어 보았다. 〈F1: 더 무비〉는 Apple TV 에서 12월 12일부터 감상할 수 있다.

각 도시와 각 트랙이 모두 고유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시간적 제약도 많고, 실제 레이스 운영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는 압박도 큰 작업이었는데요. 그럼에도 트랙 하나하나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리적 제약이 컸을 텐데, 어떤 도전이었나요.
네, 사실 그 점이 바로 F1이라는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F1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스포츠이고, 각 트랙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거든요. 오프닝 세리머니부터 음악, 주변 환경까지 전부 다릅니다. 그래서 그 차이를 최대한 담아내고 싶었어요. 실제로 모든 트랙을 직접 방문했고, F1 일정에 맞춰 전 세계를 이동하며 촬영했습니다. 영화에는 총 아홉 개의 트랙이 등장하는데, 각 트랙마다 날씨도 다르고, 그로 인한 도전 과제도 모두 달랐어요. 그중에서도 라스베이거스는 가장 어려운 촬영지였죠. 이 글로벌한 성격이야말로 F1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음악에서도 그 점을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사운드트랙을 구성했어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 어디냐”인데, 스파는 벨기에 숲속에 있어서 정말 아름답고, 베이거스는 촬영이 극도로 어려웠고, 시즌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부다비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장소였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고, 시즌의 끝을 장식하기에 완벽한 트랙이었어요.
멕시코 시티의 경기장 함성이 고스란히 전해 진 것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작년에 F1 멕시코 그랑프리를 직접 경험했는데, 그때 느낀 축제 같은 분위기와 관중들의 에너지는 지금까지 본 어떤 F1 경기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관중들이 “에이펙스!”를 외치는 함성을 직접 들었는데,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이 장면을 영화에 담을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해요.

〈F1: 더 무비〉
〈트론: 새로운 시작〉(2010) 〈탑건: 매버릭〉(2022) 으로 협업해 온 촬영감독 클라우디오 미란다와 다시 작업하셨는데요. 이번 작업이 두 분의 오랜 협업에서 온 고민과 성취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클라우디오는 무엇보다도 뛰어난 예술가입니다. 동시에 놀라운 기술자이자, 일종의 ‘미친 과학자’ 같은 사람이죠. F1을 촬영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 우리가 필요로 한 카메라 시스템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클라우디오는 소니와 애플과 협력해 그 시스템을 처음부터 새로 개발했어요. 거의 1년에 가까운 연구 끝에 완성됐죠. 기술적으로 매우 복잡했지만, 그 덕분에 F1의 속도를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를 좌우로 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현했는데, 이건 〈탑건: 매버릭〉 때도 하고 싶었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이었어요. 이번 영화에서 마침내 가능해졌고, 앞으로 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실제 F1 스타 선수인 루이스 해밀턴이 제작과 연기로 참여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루이스 해밀턴이 에이펙스 두 드라이버와 경쟁하고, 마지막 랩에서 조슈아 피어스와 충돌하는데요. 루이스 해밀턴에게 이 장면이 ‘써니가 우승하기 위한 희생’이라는 걸 설명했을 때, 그는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네, 말씀하신대로 루이스는 이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 이야기의 마지막 관문, 그러니까 최종 보스로 등장해서 조슈아와 “맞붙어 달라”고 말했을 때, 루이스가 딱 한 가지 조건을 얘기했어요. “이건 어디까지나 ‘드라이빙 인시던트’(Drivnig Incident, F1 등 모터스포츠에서 경합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고. 과실 비율이나 책임소재를 명확히 따지지 않는다)여야 한다.” 그는 조슈아를 고의로 밀어내고 싶지도 않았고, 자신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그림도 원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장면을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아주 가까이에서 경쟁하다가 접촉 사고가 나고, 결국 둘 다 쓰러집니다. 루이스는 영화이기 때문에 기꺼이 참여했지만, 실제 레이싱 드라이버로서는 절대 원하지 않을 상황이라는 것도 분명히 알고 있었죠. 그래서 이건 픽션이라는 점을 충분히 설명했고, 그가 그 점을 이해하고 정말 관대하게 참여해 줬습니다. 또 하나 마음에 들었던 점은, 조슈아 피어스가 자신의 영웅과 맞붙는 순간이라는 설정이었어요. 이야기적으로도 아주 잘 어울리는 장면이었죠.
※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의 인터뷰는 두 번째 글로 이어집니다.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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