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통역 되나요?' 김선호 ② “제 리액션이 상대 배역의 이미지를 만든다 생각하며 연기해”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김선호 배우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많았잖아요.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중에서 어느 나라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진짜 이탈리아도 좋고 다 좋았는데, 오로라를 봤던 충격이 잊히지 않아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오로라를 봤거든요. 실제로 봤어요. 해가 떠도 오로라가 보일 수 있구나. 이게 막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캐나다 벤프가 제일 좋다고 말해요. 벤프에서 봤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꼭 보셨으면 좋겠어요. 막 가슴이 일렁였어요.

작품을 보시고 설렜던 장면을 뽑아주세요.

일본에서 무희와 호진이가 기찻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장면이 있잖아요. 저는 그 장면이 그 둘의 현재 시점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 마음의 거리감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캐나다에서 새벽 시장에 간 장면이 둘의 마음이 본인들도 모르게 가까워진 걸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어요. 마지막은 아무래도 눈 오는 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요. 이탈리아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담겼더라고요. 그 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번 작품에서도 ‘멜로 눈깔’을 여과 없이 보여주셨는데, 그 눈빛 연기는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이게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얘기해 주셔서 제가 그걸 인지하게 되어 버렸는데요. 사실 처음에는 인식하고 한 건 아니고요. 지금은 앞으로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인지가 돼 있거든요.(웃음) 누군가를 바라볼 때 감정을 담고 하다 보니까 조금 그런 것 같아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제 감정이 잘못 전달될까 봐 걱정도 돼요. 지금은 감사한 일이지만 다음 작품에서는 눈을 계속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게 어렵잖아요. 멜로 연기를 하실 때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세요? 원래도 잘했지만, 이번 작품에서 더 일취월장하신 것 같아요.

이러면 이틀 기분이 좋아요.(웃음) 따로 개발했다기보다 어쨌든 제 역할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작가님과 감독님이 애초에 얘기를 해 주셨어요. 제가 단단하게 서 있어야 무희가 여러 방법으로 흔들 때 같이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인 소통에 대해서 전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로맨스나 어떤 감정적인 연기를 할 때 가장 큰 것은, 보시는 분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모두가 품고 있는 감정이잖아요. 많은 사람에게 장르적으로 호불호가 있을지언정 그 감정에 대해서는 다들 경험이 있기 때문에 너무 가짜 같은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기본 틀에서 아주 미묘하게 섬세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사람들의 과거를 불러일으켜서 상상할 수 있게끔 한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누군가가 정적으로 가만히 있다가 좋아하는 사람을 보고 눈썹을 한 번 흔들었을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의 정도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그게 사랑이라는 거는 알고 있잖아요. 그런 거를 섬세하게 표현하려고 조금 의도적으로 리액션한 것 같아요. 이런 걸 보시고 좋아졌다고 생각해 주셔서 진심으로 너무 감사하네요.

로맨스나 멜로를 찍을 때 리액션 같은 것을 계획적으로 연기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런 게 확실히 느껴졌어요. 호진이가 무희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너무 귀여워서 튀어나오는 웃음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도 사실 설렘 포인트잖아요.

호진의 대사가 특히나 정적이고 문어체로 돼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생동감까지 잃으면 호진은 정말 단단하기만 한 캐릭터가 될 것 같아서 항상 어떤 외부 자극에 열려 있고 리액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로맨스뿐만 아니라 어떤 장르에서도 저의 리액션이 상대 배역의 이미지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누군가를 무섭게 바라볼 때 그냥 무서운 반응을 낳을 수도 있지만, 제가 너무 가슴 떨리게 바라보면 그 사람이 더 거대해 보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리액션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사실 도라미가 나오면서 극의 변주를 주게 되는데,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초반에는 대본을 보고 이 인물과 어떤 관계이고, 왜 필요한지 작가님들과 얘기했어요. 듣고 충분했던 게 호진과 무희의 통역사는 없잖아요. 둘은 대화가 잘 안되고 있는데 중간에서 둘을 통역하는 역할이 도라미가 아닌가 싶어요. 어쨌든 이 작품이 각자의 언어, 말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에 주제가 있으니 두 인물은 도라미가 도와주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작품에 임했어요.

차무희와 도라미는 상반된 캐릭터잖아요. 그 각각의 매력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무희는 적극적이지만 사랑에 있어서 솔직하지는 않잖아요. 그냥 툭 직설적으로 던지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거에 대해서 굉장히 돌려서 말하는 타입이라면, 도라미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 아주 명확하게 얘기하는 사람이에요. 그게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든 혹은 자기를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든 신경 쓰지 않아요. 근데 저는 그 둘의 차이가 그렇게 크다고 보지 않아요. 왜냐하면 한 사람한테서 나온 거고, 자기의 결핍에서 나온 거기 때문에 결핍만을 온전히 갖고 있는 게 도라미라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저는 무희를 바라볼 때 얘는 도라미고, 얘는 차무희라고 딱 잘라서 보기보다는 조금 아픈 부분을 봤던 것 같아요. 호진으로서 이 사람의 결핍을 보고 이걸 내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그런 걸 고민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나 호진으로서나.

김선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김선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지난해에 〈폭싹 속았수다〉에 특별 출연하셔서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요. 아이유 배우의 남편이 되시면서 국민 사위로 급부상하셨어요. 충섭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은 소감도 궁금합니다.

제가 나오는 회의 대본만 볼 수 있었어요. 근데 대본을 읽자마자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게 영광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대본 보고 울었거든요. 제가 대본 보고는 잘 안 우는데 너무 많이 울고 웃어서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게 행복했어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의 반응을 잘 몰랐어요. 그때 다른 촬영도 하고 있었거든요. 갑자기 챌린지 돌았다고 하니까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싶었어요. 저를 〈폭싹 속았수다〉의 충섭이로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럴 때 배우로서의 뿌듯함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생각보다 많은 배우들이 저를 부러워했어요. (웃음)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모르는 배우들까지 박충섭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많이들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엄청난 행운의 기회를 얻었던 거구나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SNS를 통해서 많은 해외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이런 게 사실 어안이 벙벙할 때가 많아요. 아직도 기억하는데 태국에 제 팬들이 많다고 들었었는데, 별로 체감이 안 됐었어요. 근데 〈귀공자〉 촬영하러 태국에 갔는데, 팬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더라고요. 그때의 생생함과 충격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너무 감사하고 아직 꿈 같아요. 연달아서 넷플릭스에 나올 수 있어서 배우로서 진짜 행복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보통 연극은 주로 대학로에서 하는 규모가 작은 연극에 많이 출연하시네요.

아무래도 제가 거기서 시작했고 좋아하는 배우나 존경하는 배우들,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배우들이 다 거기에 계셔서요. 저도 모르게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웠던 동경 같은 게 있나 봐요. 대학로에 있을 때 정말 많이 배워서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왜냐하면 저는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배우는 아니었거든요. 그나마 지금 이렇게라도 할 수 있는 건 많은 선배들의 조언과 앞서 나간 발걸음이 있어서 따라갈 수 있는 거니까요. 이건 진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연기라는 건 가장 첫 시도가 어렵거든요. 두렵기도 하고 그 첫 발이 대중에게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데 그걸 과감하게 시도한다는 것 선배님들께 정말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래서 대중에게 검증받고 좋은 연기라는 반응이 나왔을 때 누군가는 그걸 레퍼런스로 삼아서 따라갈 수 있잖아요. 근데 그런 레퍼런스들이 저에게는 그곳에 있어요.

그리고 연극을 할 때, 트리플로 캐스팅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충격을 받을 때가 있어요. 같은 역에 캐스팅된 다른 배우분이 내가 본 대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표현을 하실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너무 좋아요. 그런 순간을 겪으면서 제 안에 무언가 쌓아가는 것 같아요. 그렇게 소소하지만 제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그곳에 계속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시청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다들 언어에 대해서 더 여유를 갖고 누군가가 다를 수 있다는 기준점을 열어두면 우리가 생각하거나 어떤 일을 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우리 작품을 보시면 소통에 대해서 고민해 볼 수 있으니까, 또 동화 같은 얘기니까 예쁘게 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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