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통역 되나요?' 김선호 ① “‘사람은 각자의 언어가 있다’는 대사에 꽂혀 통역사 연기 도전”

김선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김선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극 중 영환(김원해)은 다중언어 통역사인 호진에게 묻는다. 세상에 다른 언어가 몇 개인 줄 아냐고. 호진은 7,100개가 넘는다고 답한다. 아마 그가 말한 것은 사실일 테지만, 영환이 말하려는 답은 아니다. “땡! 아니야.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있지. 사람들은 각자 다 자기 말을 해. 그러니까 서로 못 알아먹고 거꾸로 듣고 막말을 하지”. 주호진은 단단하고 반듯하지만 뾰족한 언어를 가진 사람이다.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걱정이 날 서고 뾰족한 말로 나오는 사람. 그런 호진은 사랑을 에둘러 표현하는 무희를 만나 서로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하기까지 나아가는 지난한 여정을 거친다. 이번 작품에서 김선호는 무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특유의 눈빛으로, 말과 행동에 세심하게 담아낸 뉘앙스로 호진의 마음속 진짜 감정을 꺼내 보인다. 그러한 그의 연기 디테일 하나하나가 쌓여 상대와 자신의 결핍을 모두 받아들이는 호진의 캐릭터 아크를 완성했다. 단막극 〈미치겠다, 너땜에!〉(2018), 〈스타트업〉(2020), 〈갯마을 차차차〉(2021)에 이어 더 성숙해진 멜로 연기로 돌아온 김선호를 만나 작품과 인물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공개 이후 글로벌 TOP 10 비영어 쇼 2위에 등극하는 등 글로벌 성적이 좋은데요. 작품 공개한 소감 한 번 말씀해 주세요.

배우, 스태프 모두가 작품이 공개되기만을 기다렸어요. 그전에 배우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모여서 감독님과 밥을 같이 먹었어요. 그때도 얘기했던 게 빨리 공개해서 다 같이 모니터링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 이날을 마주하게 돼서 되게 두근거립니다. 유튜브와 SNS로 반응을 좀 봤는데요. 근데 제가 요즘 공연 준비랑 촬영도 같이하느라 사실 잠을 거의 못 자거든요. 연습에 열심히 임해야 하니까 반응은 조금밖에 못 봤어요. 그럼에도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진짜 좋아요. 행복하죠. 제가 찍은 작품이 응원받으니까요.

전작 〈귀공자〉(2023)에서 영어 연기를 조금 보여주셨는데요. 그 경험 덕분에 자신감 있게 이번 작품에 임하셨을까요?

일단 그 작품으로 자신감보다는 가능성은 좀 봤습니다. 나도 할 수는 있겠구나. 근데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힘들었어요. 이게 한 언어만 구사하는 게 아니라 이탈리아어, 일본어, 한국어를 동시에 쓰는데요. 제가 어디서 봤는데, 머릿속에서 여러 개의 언어를 통역할 때 한 언어의 구조를 닫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닫지 않으면 같이 튀어나와서 둘 다 말을 할 수 없대요. 다중 언어 통역사들이 실제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대사를 할 때 정말 너무 긴장했던 것 같아요. 일본 라멘집에서 아이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하는 장면을 길게 연습했는데, 끝나자마자 한국말을 2시간 동안 계속 틀리는 거예요. 내가 왜 이러지? 별 대사가 아닌데 왜 이러지? 이러면서 홍삼을 싫어하는데도 급히 챙겨 먹었어요. 근데 그날이 (고)윤정 씨를 처음 봤던 날이에요. 첫 촬영 날인데 제가 그랬으니… 나중에 윤정 씨한테 들었는데, 저 선배는 진짜 힘들겠다고 생각했대요.(웃음)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차무희 역의 고윤정 배우와 함께 호흡을 맞춰 본 소감도 궁금해요.

윤정 씨는 너무 좋은 동료이고요. 일단 엄청 고마웠던 게 윤정 씨가 마음이 너무 열려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를 챙겼어요. 첫날 일본 촬영장에서 기념품을 사서 돌리고, 처음 보는 스태프한테도 어제 뭐 먹었냐고 물어보고 얘기하는 거예요. 저도 작품을 할 때 마음의 벽을 절대 두지 않거든요. 그래야만 상대와 잘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합이 맞다 보니까 작품을 잘 만드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서 시너지가 나더라고요. 여러 부분에서 상의하면서 서로 닫혀 있지 않고 명확하게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빨리 가까워지고 연기도 금방 호흡이 맞춰졌던 것 같아요.

김선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김선호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다중언어 통역사라는 배역이 어려울 거라는 걸 알면서도 이 작품에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대본을 봤을 때 “사람은 각자의 언어가 있다”라는 그 대사에 꽂혀서 글을 쭉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 한마디 한마디가 저에게 호감으로 다가왔어요. 작품을 보다 보면 저의 눈을 확 열어주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 작품이 저에게는 사랑에만 국한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통하지 않는, 그러니까 말뿐만 아니라 행동의 언어라든지 여러 다른 언어들이 부딪히는 모든 상황에 대입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였어요. 이 작품이 누군가에게 뭉클함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외국어 연기가 많이 어려웠다고 하셨는데, 공부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어요? 만약에 언어를 더 배운다고 한다면 어떤 언어를 배워보고 싶으세요?

제가 이번에 이탈리아어를 진짜 새롭게 접했는데 생각보다 재밌었거든요. 이탈리아어를 조금 알게 됐는데요. 지금은 까먹었습니다. 절대 시키지 말아 주세요. 이런 얘기만 하면 자꾸 아는 단어 하나만 말해달라고 하시니까.(웃음) 정말 조금 알아듣는데요. 이탈리아어의 템포가 되게 재밌어요. 말이 생각보다 빠르고 에너지가 좀 있어요. 그래서 이탈리아어에 관심이 생겨서 더 배워보고 싶어요.

외국어는 4개월 정도 공부했는데요. 어쩔 수 없이 대본을 받아서 그 부분만 연습했죠. 제일 힘들었던 건 호진의 분위기와 다른 언어 템포의 싱크를 맞추는 게 좀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보통 영어로 말할 때도 자신의 목소리가 변하지 않으면 좋다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호진의 목소리, 억양 같은 것과 다른 언어의 싱크를 어떻게 맞출지, 호흡, 템포, 속도 등을 고민했어요. 한 사람이 너무 다양한 소리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런 지점을 오랫동안 공부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왜 갑자기 아프죠”라는 대사를 하고 싶다고 선생님한테 말하면, 선생님은 이탈리아 본토 발음으로 굉장히 빠르고 열정적으로 연기를 보여주시는 거예요. 근데 그 지점은 제가 할 수 없고, 격앙된 톤을 조금 더 낮춰서 ‘이 정도로 가는 건 어떨까요? 이것도 좀 사실적인가요?’ 이런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어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극 중에서 차무희의 과거사나 그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서사는 많이 나오는데, 주호진이라는 사람에 대한 설명은 별로 없어요. 유추해 보자면, 호진의 주변 사람들이 다 감정적인 성향이어서 그 반대로 호진의 성격이 이성적인 성향으로 구축된 건가요?

대본을 보고 처음부터 작가님께 물어봤어요. 호진의 어머니, 아버지가 정확하게 어떻게 된 거고, 이 캐릭터는 어떤 결핍이 형성된 거냐고요. 호진은 부유하게 자랐지만 어머니와 관련된 사정도 있고 이런 것들이 작가님 선에서 정확하게 서 있었어요. 물론 극에서는 호진의 서사를 완벽하게 풀었다고 할 수 없지만, 두 인물 다 결핍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저는 작가님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인물을 만들었어요.

상처받지 않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죠. 방어 기제로. 호진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는 쪽을 택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죠. 그래서 호진이가 무희에게 어떻게 서서히 물들어 가게 할지, 어느 시점부터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지를 감독님과 많이 의논했어요. 대본을 같이 펴서 이 장면에서 한번 우리가 호진의 마음을 누그러뜨려 볼까요? 이런 식으로 조율을 해 나갔어요. 계속 단단한 인물이면 나중에 도라미가 튀어나왔을 때 절대 감싸주지 않을 것 같은 거예요. 이 사람의 아픔을 같이 공감해야 도라미를 없앨 수 있으니 중간중간에 흔들리는 지점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주호진은 자기의 기준이나 틀이 명확하게 있고, 감정을 많이 감추는 사람이잖아요. 선호 씨의 실제 성격과 비슷한지 아니면 너무 달라서 인물을 이해하는데 힘드셨는지 궁금해요.

대본을 보면서 재밌었어요. 이 인물의 대사를 보면서 ‘이걸 이렇게 얘기하네’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전 F거든요. 윤정 씨가 T예요. 그래서 윤정 씨와 대본을 바꿔서 이거 이해되냐고 물어봤더니 이해된다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무희가 이해되거든요. 그럼 우리 바꿔서 해보자고 하고, 진짜 수많은 현장에서 역할을 바꿔서 대본을 읽었어요. 그게 윤정 씨에게 도움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큰 도움이 됐거든요. 이런 거 있잖아요. 저 말을 들으면 상처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 사람은 의도한 게 아니고, 그냥 사실만 보고 말한 거죠. 또 윤정 씨한테 물어봤어요. 상대가 상처받으면 어떡하냐고요. 그럼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고 명쾌하게 정리를 해주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조율하고, 대본을 바꿔 읽기도 하면서 나중에는 호진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김선호 배우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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