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앳킨스 '원 데이 인 스페이스'… 1분마다 포착한 4만 장의 기록
영국의 독보적 현대미술가 에드 앳킨스(44)가 국내 첫 개인전 '원 데이 인 스페이스'(One Day in Space)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존재의 소멸을 묵직하게 던진다. 전시는 서울 한남동 '글래드스톤'에서 막을 올렸다.
![에드 앳킨스 '원 데이 인 스페이스'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01/2f85a2ab-a34c-4009-981d-5c24f750b2ad.jpg)
시간의 지층을 뚫고 나온 4만 번의 찰나
이번 전시의 척추 역할을 하는 '패시브 메크'(Passive Mech)는 작가의 치열한 관찰이 빚어낸 타임랩스 영상이다. 여름 별장 밖에 손수 지은 골판지 무대를 세운 뒤, 딸의 방 창가에 카메라를 고정해 '1분' 단위로 무려 '4만여 장'의 풍경을 기록했다.
영상 속 임시 구조물은 겨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계절의 섭리 속에서 조용히 허물어진다. 특별한 극적 사건 없이도 붕괴하는 이 무대는 생성과 소멸, 성장과 죽음이라는 자연의 거대한 순환 고리를 시각적으로 증명한다.
![에드 앳킨스 '원 데이 인 스페이스'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01/9ef6d5e4-8846-4830-bf20-a1c9a3e1db72.jpg)
미술관으로 들어온 일상, 기억을 만지다
앳킨스가 수만 장의 기록 중 엄선한 컷들은 다채로운 인화와 출력 방식을 거쳐 전시장에 내걸렸다. 가정에서 빚어낸 듯한 투박한 질감의 오브제와 미술관 특유의 정교한 프레임이 빚어내는 이질적 대비가 압권이다.
작가는 "기술이란 과학적 영역을 넘어 언어와 문명이 잉태한 다양한 표현의 총체"라며 "이러한 기술이 우리가 전하려는 바를 어떻게 변주하는지 추적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사진이 영상으로 진화하는 궤적과 역사를 담아내고자 했다"며 "사진은 감정을 복원하고 '기억'을 촉각화하는 강력한 매체"라고 강조했다.
![에드 앳킨스 '원 데이 인 스페이스'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01/8b6a2292-d545-4059-8b1d-4b2b4e26172a.jpg)
사라진 신체가 남긴 묵직한 부재의 흔적
전시장 한편을 채운 '프로타주'(frottage) 연작은 존재의 빈자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이들이 등교한 뒤 남겨진 침대 시트 위에 종이를 얹고 흑연으로 문질러 주름의 형태를 고스란히 탁본했다.
시트의 구김살은 선명하지만, 그곳에 머물던 온기와 신체는 증발하고 없다. 남겨진 흔적만으로 사라진 대상을 역설적으로 환기시키는 방식이다. 앳킨스는 "사진이 빛으로 찰나를 새긴다면, 프로타주는 손의 '압력과 마찰'로 표면을 증명하는 행위"라며 손이 빛을 대체하는 철학적 사유를 덧붙였다.
![에드 앳킨스 '원 데이 인 스페이스' 전시 전경 [글래드스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9-01/ba7b5988-76c0-4cce-b6c4-3959c8dd18ac.jpg)
파편화된 일상을 직조한 기억의 에세이
시리얼 상자와 동물 플래시 카드 등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부산물들을 재조합한 '아상블라주'(assemblage) 작업도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소비되던 유희의 파편들은 미술관이라는 공적 공간으로 이식되며 묵직한 기억의 지층으로 격상된다. 앳킨스는 이번 전시를 두고 "시간의 본질을 반추하고 '사진'이라는 매체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한 편의 에세이"라고 정의했다.

글로벌 거장의 시선, 10월의 끝자락까지
영국 옥스퍼드 출신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활동 중인 에드 앳킨스는 뉴욕 뉴뮤지엄, MoMA PS1,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등 세계적 미술관이 앞다퉈 주목하는 작가다. 베네치아비엔날레 등 굵직한 국제 예술제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시간과 기억의 경계를 허무는 이번 전시는 10월 31일까지 이어지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담론을 직접 목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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