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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사자 아니어도 충분" 이창동, 24년 만에 베네치아 심사위원대상

대기업 정리해고 사태 다룬 '가능한 사랑'… 23일 극장 개봉·11월 6일 넷플릭스 공개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 '이창동' 감독이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2등 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거머쥐었다. 이는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품에 안은 이후 무려 24년 만에 전해진 베네치아의 값진 낭보다. 이 감독은 "황금사자상이 아니어 실망하는 시선도 존재하나, 내게는 이 트로피만으로도 그 의미가 충분하다"며 묵직한 수상의 기쁨을 갈음했다.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창동 감독, '가능한 사랑'으로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인의 고통을 직시한 거장의 시선, 24년의 침묵을 깨다

현지시간 12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진행된 수상자 기자회견 및 '넷플릭스' 일문일답에서 이 감독은 특유의 철학적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트로피의 무게보다 "베네치아에서 처음 마주한 관객들의 생생한 표정과 감정의 교류가 가장 거대한 동력으로 다가왔다"고 역설했다. 이번 '심사위원대상' 수상은 단순한 영예를 넘어, 영화 창작자들의 고뇌가 깊어지는 현시대에 관객과 더 치열하게 질문을 나누라는 세계 영화계의 격려로 풀이된다.

화제작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옥('전도연'), 그리고 이들의 신산한 삶을 렌즈에 담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와 남편 상우('조인성')의 엇갈린 궤적을 좇는다. 철저히 다른 계층에 속한 두 부부의 서사를 통해 현대 사회의 서늘한 단면을 해부한다.

작품의 뼈대는 10여 년 전 대한민국 사회를 강타했던 대기업 정리해고 사태에서 기원했다. 이 감독은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를 강제 진압하는 일련의 과정이 남긴 사회적 파장, 그리고 창작자로서 느낀 참담한 충격"이 연출의 출발점이었음을 고백했다. 특히 "현대 영화가 타인의 고통을 단순 소비하는 경향성에 대해 스스로 매서운 질문을 던졌다"며, 영화를 빚어내는 행위 자체가 그 고통을 분담하고 치유의 실마리를 모색하는 숭고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초청작 '가능한 사랑' 레드카펫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제83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초청작 '가능한 사랑' 레드카펫 [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스크린 밖으로 이어진 앙상블…23일 극장·11월 글로벌 출격

시상식 무대 뒤편의 흥미로운 비화도 이목을 끈다. 이 감독은 주연을 맡은 '조여정'이 길몽을 꾸었다며 자신에게 꿈을 팔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그 꿈이 베네치아의 행운으로 치환된 것 같다"는 유쾌한 해석을 덧붙였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일정으로 인해 베네치아의 영광을 함께 누리지 못한 '전도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 등과는 원격으로 환희를 나누었다. 이 감독은 "배우들이 빚어낸 압도적인 앙상블이 현지에서 극찬을 이끌어냈다"며 주연진을 향한 각별한 찬사와 감사를 잊지 않았다.

타인의 상흔을 기록하는 윤리적 화두를 밀도 있게 던진 '가능한 사랑'은 오는 23일 국내 일부 극장에서 선공개되며, 11월 6일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난다.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가능한 사랑'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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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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