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더독의 반란’이란 말은 스포츠에서만 통하지 않는다. 2023 서울독립영화제 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무려 꼴찌를 차지한 배우 박완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금토 드라마 〈사마귀 : 살인자의 외출〉의 주요 배역을 거머쥐었다. 긴장감으로 얼어붙은 경쟁 상황 속에서도 그의 독특한 보이스와 그가 갖고 있는 가능성은 누군가의 눈에 띄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아마 그가 시간 나는 틈틈이 여러 작품들을 보고, 사람들을 관찰해온 공력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작품에서 박완형은 수사팀의 막내이자 사이버 수사 담당 손지안 역을 맡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 박완형을 만나 작품과 인물 손지안, 신인 배우로서의 포부에 대해 들어 보았다.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첫인상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읽고 나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오디션을 한 다음에 각본을 받게 됐어요. 오디션을 보기 전에 시나리오의 일부 대사들을 보게 됐는데요. 그 대사들의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너무 붙고 싶었어요. 감사하게도 붙고 나서 대본집을 받는 순간은 너무 감사하고 정말 잘해야 겠다고 마음먹었죠.
박완형 배우님은 연극 ‘남겨진 사람들’, ‘팩트 FACT’ 등 무대 연기를 주로 했어요. 영상 미디어 작업은 이번 작품이 처음인데 드라마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원래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어렸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요. 일하고 집에 와서 영화, 드라마, 만화책을 보고, 일하는 틈틈이 조조 아니면 심야로 영화를 챙겨 보기도 했는데요. 그게 저에게는 쉼이자 제 욕망이 다 표출되는 곳이었는데, 어느 순간 제가 가고 싶은 곳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늦게나마 연기를 시작했어요. 우선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건 보려고 했고, 기회가 닿아서 연극부터 시작하게 됐지만, 영화와 드라마 연기도 하고 싶었어요.

박완형 배우님이 맡은 손지안은 수사팀의 사이버 수사를 담당하는 인물인데요. 이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었을까요?
일단 형사물이나 범죄 누아르 장르를 애초부터 좋아했어요. 외국 영화에서 지안이라는 친구와 비슷한 캐릭터들을 많이 보려고 했어요.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참고했고요, 한국 영화도 〈걸캅스〉를 보면 여자 형사들이 여러 명 나오는데 사이버 수사를 담당하는 인물이 있죠. 그렇게 레퍼런스로 삼아서 봤어요. 근데 일단 지안이 자체가 좀 눈치도 없고, 변요한 배우 좋아하고 (웃음) 어딘가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너드’인 친구예요. 사실 저랑 좀 많이 비슷해서 제 안의 어떤 면들을 끌어내서 연기했었어요.
현장에서 변영주 감독님은 주로 어떤 디렉션을 주셨는지, 또 현장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궁금해요.
변영주 감독님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강렬한 사람이에요. TV 드라마 작업이 처음이라 촬영 초반에는 카메라를 잘 몰랐는데, 시선이나 자세도 꼼꼼히 알려주시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지안이와 방향이 다른 연기를 보이면 바로 얘기해주시고 그랬어요. 그냥 멀리서 모니터만 보고 얘기해 주시는 게 아니라 직접 와서 하나하나 다 잡아 주셨어요.

서울독립영화제 60초 독백 페스티벌에도 참가하셨잖아요. 근데 변영주 감독님의 인터뷰에 따르면 거기서 꼴찌를 하셨다고 하는데, 괜찮으시면 이 일화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영화제 끝난 후에 뒤풀이 자리에서 말씀을 다 해 주셨어요. 그때 감독님이 꼴찌라고 얘기해주셔서 알고 있었는데요. 예선 영상을 제출했을 때도 제가 1분을 살짝 넘겼는데, 본선에서도 시간을 넘겨 버렸거든요. 꼭 시간 때문에 제가 꼴찌가 된 건 아닌 것 같고요. (웃음) 나중에 본선 영상을 보내 주셔서 봤거든요. 근데 저도 정말 눈 뜨고 못 보겠는 거예요. 누가 봐도 몸 쓸 줄 모르고,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거죠. 공연도 많이 안 해보고, 전공도 하지 않은 친구가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연극 연기처럼 하려고 하는 그런 어설픈 느낌이 보였어요. 그래서 이건 누가 봐도 꼴찌라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그 뒤풀이 자리에서 변영주 감독님과 류현경 배우님이 “너 꼴찌야 근데 우린 너 뽑았어”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그때 제 심경은 정말 울컥했어요. 서독제 그 영상 보시면 다들 너무 잘하시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정말 못했는데 뽑아줬다는 말이 괜히 울컥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누군가의 눈에 들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보니 그냥 잘하고 싶더라고요.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도 그런 마음으로 했고, 앞으로 계속 더 잘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배우님의 보이스가 굉장히 독특한데, 그 부분이 연기할 때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시는지, 앞으로 배우님의 독특한 보이스를 더 돋보이게 한다면 어떻게 활용하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사실 무서움이 많았어요. 특이하고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고, 지금도 제 목소리에 대한 반응이 있는데요. 제 목소리의 특이함이 불편함으로 다가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히려 제 목소리를 듣고 좋게 반응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서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영향을 준다기 보다는 응원해 주시는 말들 덕분에 좋은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요. 작품속에 잘 녹여서 보시는 분들이 불편하지 않고,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근데 제 목소리가 특이한 만큼 어떻게 보면 웃기기도 하고, 무섭기도, 슬프기도 한데요. 그래서 제 목소리로 더 많은 장르와 많은 역할들을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뻔할 수도 있지만 장르물에서 강렬한 느낌을 주는 걸로도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연기하는 시간이 아닌 여가 시간에는 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연기에 필요한 자양분을 쌓기 위해 하는 일들을 말씀해 주셔도 좋고요.
여가 시간에는 사실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계속 일을 하고 있죠. 그러다 시간이 생기면 헬스장에 가거나 마포 평생학습관을 자주 가는 편이에요. 거기에 서적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남으면 버스를 타고 한 바퀴를 쭉 돌아보곤 해요. 버스를 타고 노선 한 바퀴 돌면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곤 해요. 그런 것 자체가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저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사람들을 보고, 영화나 드라마, 책을 보는 모든 것들이요.
그럼 주로 어떤 작품을 좋아하세요?
장르를 안 가려요. 스릴러, 로맨스, 코미디, 다큐멘터리 다 봐요. 다양성 영화도 좋아하고요.근데 더 많이 시선이 가는 건 스릴러나 범죄물, 공포 이런 거를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은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힘든 역할은 다 해보고 싶어요. 힘들고 남들 안 하는 그런 역할들을 진짜로 다 해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보는 사람들이 그냥 울고, 웃고, 욕하는 그런 걸 다양하게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도 마음이 공감되고, 힐링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저의 연기를 보고, 그리고 이 작품을 봤을 때 온전히 빠져들어서 잠깐이나마 현실의 힘듦을 잊고 쉼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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