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누구를 위하여 건물을 올리나?”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임필성 감독 ①

지난 주말 8회까지 방영하면서, 12부작의 중반을 넘어섰다.

임필성 감독 (사진=이화정)
임필성 감독 (사진=이화정)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을 재밌게 보고 있다. 지난 주말 8회까지 방영하면서, 12부작의 중반을 넘어섰는데도 도무지 예측이 힘든 드라마다. 도무지 예측이 힘든 드라마다. 하이라이트를 말하라고 해도 어느 한 점을 찍기 어렵다. 1회부터 매 회차가 오직 굵직한 사건의 연속으로 이어진다. 사건을 파던 형사가 죽고, 부동산 큰손이 죽는다. 매 회차 죽이고 보니 이제는 죽일 인물도 몇 안 남았다. 아, 이제 공인중개사까지 죽어 퇴장했다. 이 정도로 과감하게 캐릭터를 죽이는 건 스티븐 소더버그의 〈컨테이젼〉이 준 충격 이후 처음이다. 거긴 바이러스라는 불가항력이었다면, 여긴 인물들의 자체 판단으로 하는 살인이다. 그러니 또 다르게 무섭다.

어디 죽이기만 할까. 범죄와 스릴러 한가운데 막장도 가지를 친다. 기수종(하정우)의 아내, 김선(임수정)은 자신의 절친인 민활성(김준한)과 외도 중이다. 민활성은 장모의 돈을 탐해 아내를 납치했고, 그 가짜 납치극에 친구인 기수종의 손을 빌린다. 민활성은 납치극 소동 중 다쳐 의식불명이 되는데, 이 와중에 기수종은 절친이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걸 알게 된다. 거의 죽다 살아나서도 또 친구를 속일 꿍꿍이다. 김선은 ‘외도는 했으나’ 일단은 사건 수습이 먼저라고 자신의 부도덕을 뒷전으로 제쳐두고, 범죄를 저지른 남편에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동조한다. 인물들이 다 이지경이니 대체 누구를 믿을 수 있을까.

차라리 기존 누아르라면 가장 나빴을 캐릭터, 재개발, 땅투기 하는 한국인을 ‘삥 뜯는’ 글로벌 대부업 리얼캐피탈의 직원 요나(심은경)가 뒷끝없이 투명한 범죄자로 보일 지경이다. 평범한 서울 한복판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파행과 뒤통수 때리기! 누구든 돈과 윤리를 바꿔치기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세상,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서울에서 건물 하나 가지고 있으면 성공’이라는 요즘 방식의 성공신화를 잘게 깨부수는 드라마다.

 

영끌해서 산 건물 한채를 가진 건물주 기수종의 애환을 그린다 싶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쯤을 기대했던 것 같다. 막상 까고 보니 완전히 다른 전개다. 김부장이 물론 대기업 간부지만, 영원한 직장인의 비애를 그려 공감을 얻었다면 기수종은 그렇지 못하다. 어쨌든 건물주라는 데서 오는 거리감이 하나. 활성의 납치극에 선뜻 가담하고, 그렇게 시작된 악행을 막으려 세입자를 감금하고 딸의 유학자금을 마련할 요량에 범죄를 멈추지 않는 기수종의 행각까지 더해지면 공감은 요원해진다. 그는 김부장의 리얼리티가 담보된 드라마의 세상이 아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같은 한국형 범죄 누아르의 범죄자들의 세계로 걸어 들어간 듯 하다.

 

〈인간만세〉 〈나는 자급자족한다〉 등을 통해 리얼한 소재와 상상, 웃음을 가미한 작품을 만들어 온 소설가 오한기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남극일기〉 〈헨젤과 그레텔〉 등을 연출해 온 임필성 감독의 장르적 색깔이 만났다.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은 어쩌면 만날 법하지 않은 두 세계를 하나의 드라마로 이어 붙인 장르의 교배, 이종의 특이한 드라마다. 선과 악 어디든 비범한 캐릭터들을 영화적인 장치 안에서 움직이게 했던 임필성 감독은 익숙한 장르적 셋팅을 고스란히 한국사회의 리얼한 인물들로 옮겨 온다. 등장인물 모두가 악인인 무시무시한 드라마는, 어서와 처음이지.

 

빠른 호흡, 파격적인 전개, 액션과 범죄, 막장을 오가는, 이건 분명 장르의 플렉스다. 임필성 감독은 전에 보지 못한 캐릭터 구성과 스토리 전개로 매 회차를, 마치 장르영화 같은 작법으로 보여준다. 현실에서 길어올린 소재를 가지고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장르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는 구조다 보니 익숙한 전개를 기대했던 드라마의 ‘배신’에 시청자의 호불호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호흡을 다르게 보면 이 작품의 묘미가 흥미롭게 읽힌다.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믿는 46세 건물주, 그의 ‘최선’이 결국 가족의 욕망으로만 채워져 파국을 부르는 과정은 어떤 공포 보다 섬찟하다. 서울 한복판에서 왜 1987년 욕망에 눈이 멀어 폭망하는 미국 노스 다코타주의 남자 제리의 파국을 그린 코엔 형제의 〈파고〉의 주제의식을 자꾸만 곱씹어 보게 만드는지. 임필성 감독을 만나 드라마를 연출하기 까지 임필성 감독의 선택과 고민, 최선은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총 12회 차 중 이제 반환점을 돌았는데요. 매 회차 인물들을 살려두지 않는데요. 충격이 꽤 큽니다.

전개도 빠르고 인물도 많이 나오고요. 끝까지 그렇게 갑니다. 그리고 더 큰 파국이 옵니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쏟아낸 게 끝은 아닙니다. 

남은 인물 중 유력한 반전 캐릭터로 기수종의 딸 다래(박서경)를 예상하는 시청자도 많아요. 절대 악의 각축전 사이, 절대 선이 등장할 때가 됐는데요.(웃음)

생각하시는 그 방향은 아닐 거예요. (웃음)

어쩔 수 없이 이 시점에서는 시청률이 관심사죠. 시청자들과의 간극이 수치로 환산될 수 밖에 없게 되는데요. 어떤 지점에서 간극이 있다고 보시나요.

7% 정도는 되어야 안정권이고 호응을 얻었다 할 수 있는데. 지금보다 두 배는 되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시청률이 아쉽긴 해요. 스튜디오에서 작품에 대한 반응 자체는 굉장히 좋았어요. 드라마에서는 쉽게 시도 하지 않는 신선하고 개성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도 많았고요. 다들 기대를 많이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장르 팬들의 기호에 맞는 약간 매니아틱한 드라마가 된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채널 드라마는 중간 광고가 들어가면서 흐름이 끊기고, 다음 회차를 일주일 기다려야 하잖아요. 스릴러 같은 장르물은 흐름이 중요한데 그 부분을 풀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이런 점 때문에 본방을 보지 않고 티빙이나 웨이브 같은 OTT에서 몰아서 보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개연성 문제도 지적되는 부분인데요. 예를 들어 6부에서 형사가 수종을 쫓아가다가 다른 사건으로 바로 넘어가는 부분 같은 경우도 설명이 필요한 장면인데요. 이렇게 전개상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은데요.

고민한 부분입니다. 한 편으로 “이걸 다 설명하려고 하면 흐름이 죽는다”는 생각 사이에서 계속 줄타기를 해야 했어요. 현장에서 계속 고민했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 장면을 통해 보완하려고 했고요. 그 장면도 “왜 그렇게 행동하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은 후반부에라도 보완하려고, 장면을 추가로 찍거나 대본을 고쳐서 최소한의 개연성을 보강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모든 걸 그 자리에서 다 설명하려고 하면 흐름이 깨지기 때문에, 일부는 관객의 의문으로 남기고 후반부에서 정리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끝까지 보면 떡밥은 회수해 준다는 마음으로 작업한 것 같아요.

토일 드라마라 주말 프라임 시간대에 편성 됐는데요. 다수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드라마 보다 장르성이 강조된 작품으로 안착하기는 쉽지 않은 시간대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 부분에 고민이 많았어요. 토일 밤 9시 10분이라는 시간대가 장르 드라마를 소화하기에는 쉽지 않은 시간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다크한 장르 드라마를 TV에서 어떻게 편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제작진 내부에서 많이 나오기도 했고요.

애플 TV+ 시리즈 〈Dr.브레인〉(2021)의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하신 적 있지만,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연출하신 건 처음인데요. 영화 작업 때와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다른 체감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호흡이었어요. 저는 이 작품을 12시간짜리 장편 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시리즈는 매주 1시간씩 나뉘어 소비되는 구조잖아요. 그 차이가 시청자 반응과도 연결된 것 같더라고요. 의문을 바로 해소하지 않고 후반부에서 정리하는 구조를 가져간 부분이 있는데, 그게 너무 영화적인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걸 기다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 지점에서 시청자와의 간극이 생긴 게 아닐까 싶었어요.

임필성 감독 (사진=이화정)
임필성 감독 (사진=이화정)

이번 작품은 드라마, 범죄, 느와르, 공포, 블랙코미디 까지 거의 장르의 ‘플렉스’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요소가 섞여 있는데요. 특히 범죄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기수종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몇몇 장면에서는 감독님의 호러적인 감각이 보여 흥미로웠습니다.

물론 제 안에 있는 장르적인 취향, 예를 들어 호러적인 감각이나 80~90년대 액션 스타일 같은 것들은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걸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어요. 촬영 환경 자체가 워낙 빠듯하다 보니, 제 안에 있는 것들을 그냥 직관적으로 끌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하루에 많게는 8페이지씩 찍는 날도 있었는데, 이 정도면 다른 시리즈, 드라마 기준으로도 상당히 많은 분량이었어요. 연출자로서 내 색깔을 드러내야지 하는 욕심 보다는 이번엔 직업 감독으로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집중했던 작업이었습니다. 딴 생각할 여유도, 한눈 팔 시간도 없었어요.

웹툰이나 소설 원작이 아닌 오한기 작가의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작가님과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했나요.

이 작품을 제안 받았을 때 그 부분이 굉장히 신선했어요. 요즘은 웹툰 원작이 많잖아요. 대본을 받았을 때 이미 7부까지 나와 있었는데, 몇 년 동안 받아본 대본 중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이 대본이면 좋은 배우들이 캐스팅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고, 모든 인물이 주인공처럼 보이는 구조라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다른 감독님한테 가기 전에 빨리 해야겠다’ 했죠. (웃음)

▶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 임필성 감독과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씨네플레이 이화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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