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아영의 오르골] 장대한 여정 '유레카'의 시작점, 짐 오루크의 ‘유레카’

나는 영화 속 음악에 꽂힌다. 음악은 때때로 보이는 이미지와 들리는 대사만으로는 다 전할 수 없는 인물의 내밀한 감정을 들려준다. 창작자의 숨은 의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 내게 영화 음악을 이해하는 것은 영화에 가닿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추아영의 오르골’은 음악을 경유해 영화의 목소리를 더 가까이에서 들어본다. (P.S. 음악을 들으며, 글을 읽어 주기를 바란다.)

〈유레카〉
〈유레카〉

아오야마 신지 감독의 영화 〈유레카〉는 상처 입은 이들이 끊임없이 이어진 길 위에서 치유와 재생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로드 무비다. 평범한 일상을 깨뜨린 테러의 생존자인 영화 속 인물들은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아오야마 신지는 “이 영화는 계속 살아갈 용기를 찾고 있는 현대인을 위한 일종의 기도다… 그들이 절망의 가장자리에서 부활을 위한 항해를 떠나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 항해의 시작점에는 짐 오루크(Jim O'Rourke)의 음악 ‘유레카’(Eureka)가 자리한다. 감독은 영화의 각본을 집필하는 동안, 짐 오루크의 명반 '유레카'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반복해서 들으며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주제 의식을 완성했다. 영화의 제목 역시 이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의 이름을 가져온 것으로, 그에게 이 음악이 얼마나 절대적인 영감의 원천이었는지 증명한다. 짐 오루크의 ‘유레카’는 극 중에서도 삽입되어 영화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현대 음악계의 혁신적인 아티스트 짐 오루크

짐 오루크
짐 오루크

1969년 미국 출생의 음악가 짐 오루크는 인디 음악과 아방가르드 음악의 혁신적인 아티스트다. 작곡가와 프로듀서, 믹싱 및 마스터링 엔지니어 등 여러 파트에서 전방위적으로 활약해 온 그는 아방가르드, 록, 재즈, 앰비언트 음악 등 특정 장르에 국한하지 않는 광범위한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시카고 씬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그는 ‘가스트르 델 솔’(Gastr del Sol)의 멤버로 활동할 당시 선보인 포스트 록과 실험 음악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실험 음악의 경계를 넓혀 온 그는 대중적인 감각이 두드러진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그 일환으로 전설적인 록 밴드 소닉 유스(Sonic Youth, 1999~2005)의 공식 멤버로 활동하며 앨범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지휘했다. 또 서정적인 멜로디를 통해 비교적 대중적인 감성을 녹여낸 인디 록으로도 인정받았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실험적인 접근과 대중적인 요소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었다.

〈유레카〉
〈유레카〉

짐 오루크는 영화 음악 작업을 통해 여러 영화감독과 협업하기도 했다. 그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 〈데몬 러버〉(2002)의 음악을 소닉 유스와 함께 작곡했고, 일본의 괴짜 감독 와카마츠 코지의 영화 〈실록 연합적군〉(2007)의 음악을 작곡했다. 또 〈스쿨 오브 락〉(2003)의 음악 자문으로도 참여했다. 그리고 오루크는 니콜라스 뢰그의 영화 이름을 딴 솔로 앨범 시리즈 '배드 타이밍’(Bad Timing, '유레카’(Eureka), '무의미함’(Insignificance)으로 찬사를 받았는데, 그 중 아오야마 신지에게 영감을 준 앨범 ‘유레카’는 짐 오루크의 가장 칭송받는 기록으로 남는다.


절망의 가장자리에서 건져 올린

작은 발견

〈유레카〉
〈유레카〉

짐 오루크는 곡 ‘유레카’로 과거의 실험 음악적 뿌리를 유지하면서도 팝 감수성을 적극적으로 펼쳐 보인다. 오르간과 같은 아날로그 악기와 어쿠스틱 기타 연주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그 위에 얹혀 곡 전반에 흐르는 미니멀하고 사이키델릭한 앰비언트 사운드는 소리를 해체하고 분석하는 오루크의 전위적인 기법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청자에게 최면을 거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러한 이질적인 것들의 조화는 폭력성이 짙게 깔린 사회의 어둠과 소통으로 인한 치유의 희망을 말하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 형성에 기여한다. 또 장르적으로 챔버 팝(대중음악의 친숙한 멜로디에 클래식 실내악을 결합한 음악 장르)인 ‘유레카’는 다양한 악기의 오케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다양한 악기 소리는 곡에서 풍성하면서도 정교한 사운드 층을 쌓아가며 음악의 깊이를 더한다. 이러한 오케스트레이션은 소리의 어쿠스틱한 질감으로 그려지는 빛바랜 풍경이 점차 다채로운 색감으로 물들어가는 듯한 시청각적 경험을 선사하며, 세피아 톤을 걷어내고 컬러로 변하는 영화의 결말부와 이어진다.

〈유레카〉
〈유레카〉

곡 ‘유레카’는 영화에 삽입되어 정서적 전환점으로 존재한다. 곡은 여행에서 단둘만 남은 마코토(야쿠쇼 코지)와 코즈에(미야자키 아오이)가 바닷가로 향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바닷가에 도착한 코즈에는 바다로 걸어 들어가고, 오빠 나오키(미야자키 마사루)를 불러서 바다를 보여준다. 나오키와 코즈에는 영화의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서로의 감각을 공유하고, 멀리 있어도 내면을 통해 말한다. 살인의 대가를 치르게 된 나오키는 코즈에와 떨어진 후, 그녀의 눈이자 자신의 눈으로 바다를 보여달라고 말한다. 폭력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스스로 살인이라는 죄악에 빠져버린 나오키는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코즈에를 통해 정화와 구원을 얻기를 갈망한다. 코즈에가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은 폭력으로 인해 상처 입은 그들의 정화 의식과 같다. 짐 오루크의 ‘유레카’는 따뜻하면서도 빛나는 앰비언트 소리의 조각들로 폭력의 굴레를 끊고 다시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그들을 따스하게 감싼다. 또 단순한 멜로디를 반복하다가 점점 고조에 달하며 변형되는 음악은 웅장한 느낌마저 자아내며 이 장대한 여정의 끝을 예고한다. 정화의 과정을 거친 코즈에는 비로소 영화의 마지막에서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기억의 조각들을 놓아준다. 아오야마 신지의 〈유레카〉와 짐 오루크의 ‘유레카’는 아르키메데스의 거대한 발견이 아닌, 상처 입은 이들이 절망의 가장자리에서 건져 올린 미세한 빛을 발견한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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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로버트 패틴슨도 감탄한 올여름 최고 기대작! ‘온 더 세트’ 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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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4.

‘오디세이’ 로버트 패틴슨도 감탄한 올여름 최고 기대작! ‘온 더 세트’ 영상 공개!

8월 5일 국내 개봉을 확정하며 올여름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오디세이〉가 촬영 현장의 생생한 모습과 감독 및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온 더 세트’ 영상을 공개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먼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오디세이〉는 거대한 이야기이고, 정말 흥미로운 도전”​이라며 인류 최초의 대서사시로 불리는 ‘오디세이아’를 스크린 위에 구현하게 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번 작품을 위해 모로코, 그리스, 스코틀랜드, 이탈리아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연이 지닌 경이로운 풍광을 스크린에 담아내 신화 속 장대한 여정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이를 통해 오직 스크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압도적 비주얼을 다시 한번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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