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앤디만의, 보니만의 장난감이 아니다. 시리즈를 30년째 이어가는 〈토이 스토리〉는 그야말로 우리와 미래 세대의 친구라 해도 다름없다. 6월 17일 개봉하는 〈토이 스토리 5〉는 그렇게 이별하고 만 우디와 버즈의 재회이자 리더가 된 제시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매 편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이야기로 찾아오는 〈토이 스토리〉가 이번에 내세운 이야기는 ‘릴리패드’ 같은 스마트 기기로 위기를 겪는 장난감들의 이야기다. 비록 장난감들에겐 생사가 걸린 변화의 바람이지만, 관객들은 덕분에 우디-버즈-제시 일행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게 됐으니 기쁨의 변화라고 할까. 〈토이 스토리 5〉를 앞두고 씨네플레이 기자들이 기억하는 최애 캐릭터, 최애 장면을 소개한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시리즈에 대한 기억을 함께 떠올려주시길.
니가 좋아, 니가 불량품이라서 좋아
〈토이 스토리 4〉 개비개비 - 주성철

〈토이 스토리 4〉(2019)는 개성 넘치는 친구들이 많았다. 3편 이후 4편이 만들어지기까지 9년이 걸렸다는 걸 만회하려는 것이었을까, 지난 시리즈의 기억이 한꺼번에 모두 불려나올 정도로 좋았다. 운명을 거부하고 쓰레기통을 향해 탈출을 감행하는 핸드메이드 장난감 ‘포키’부터 키아누 리브스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허세충만 라이더 ‘듀크 카붐’까지, 거의 모두 신 스틸러라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중에서, 물론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최애 캐릭터를 꼽으라면 60년 동안 세컨드 찬스 골동품 상점에서 지내 온 터줏대감이자 ‘우디’에게 집착하는 불량소녀 ‘개비개비’다. 미드 〈굿 걸스〉 시리즈로 유명한, 심지어 개비개비 캐릭터와 은근히 닮아 보이는 크리스티나 헨드릭스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공장에서부터 결함 있는 장난감으로 태어난 개비개비는 무서운 소유욕과 집착으로 우디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특별한 계획을 위해 자신의 오른팔과도 같은 복화술 인형 ‘벤슨’을 시켜 우디를 감시하게 이른다. 〈토이 스토리 3〉(2010)의 ‘랏소 베어’를 잇는 빌런이자, 〈토이 스토리〉 시리즈 사상 최초의 여성 빌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개비개비는 생산된 시점부터 소리 장치가 망가진 불량품이었기 때문에, 우디의 소리 장치에 관심을 보이며 잡으려 했던 것.

개비개비는 우디처럼 1950년대에 만들어진 인형이라는 설정인데, 실제로 개비개비의 모델이 된 인형 ‘채티 캐시’(Chatty Cathy)도 1959년부터 생산됐다. 당기는 끈으로 말하는 인형의 원조라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도 꽤 인기가 높았고 나 또한 신기하게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 워낙 신기하기도 했고, 마치 안광이 삭제된 것 같은 그 표정이 무섭기도 했다. 〈사탄의 인형〉 시리즈의 ‘처키’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인형도 바로 채티 캐시였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 4〉에서는 소리 장치가 망가져 태어난 자신에 대한 원망과 주인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여 빌런인 듯 빌런 아닌 복잡한 감정이 들게 했다. 결핍으로 인한 비뚤어진 마음에 공감이 갔다고 해야 하나. 실제로 작품에서 가게 주인 할머니의 손녀와 함께 하리라 생각했지만, 소리가 안 나오는 불량품인 자신으로 인해 늘 머뭇거리기만 해야 했던 과거가 무척 슬프게 다가온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다른 장난감들과 달리 인간 친구에게 행복한 기억을 줄 수 없을 거라는 슬픔 말이다.
“이건 나는 게 아니야, 멋있게 추락하는 거지”
버즈 라이트이어 - 김지연

뻔하지만, 〈토이 스토리〉 프랜차이즈를 말할 때 ‘버즈 라이트이어’를 빼놓고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비주얼로만 따지자면 알린(피자플래닛 외계인)이나 불스아이가 제일 좋다. 그러나, ‘버즈 라이트이어’가 좋은 이유와 〈토이 스토리〉 프랜차이즈가 좋은 이유가 정확히 겹치기에, 꼭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버즈는 픽사가 재탄생시킨 돈키호테다. 픽사가 부활시킨 이 돈키호테는, 원작의 비극적 결말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픽사는 익숙한 이야기에 새로운 상상력을 불어넣었다. “만약, 돈키호테가 현실을 직시하고도 무모함을 잃지 않았다면?” 픽사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버즈라는 캐릭터를 통해 풀어낸다.
자신이 우주 특공대원인줄로만 알았던 버즈는 자신이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돈 키호테」에서는 여기서 이야기가 끝나지만, 버즈에게는 자신에 대한 자각이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다. 버즈는 “To infinity, and beyond”를 줄곧 외치지만 무한의 세계, 그 너머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모함과 용기를 버리지 않는다. 그는 장난감이라는 현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우주 특공대원처럼 행동한다. 버즈는 우디에게 말한다. “옛날에 어떤 장난감이 가르쳐줬어. 중요한 건 어린이의 사랑을 받는 거라고. 그 말을 믿고 장난감을 구하러 여기까지 왔어”라고.
버즈가 새롭게 정립한 장난감으로서의 그의 사명은 우주를 구하는 일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하다. 하지만 〈토이 스토리〉는 그 사소함을 누구보다 진지하게 바라보는 영화다. 〈토이 스토리〉는 이상과 동심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영화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영화다. 버려진 것들, 더 이상 쓸모없어 보이는 것들, 실용적이지 않은 것들, 시대에 뒤처진 것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여전히 가치가 있는가?
우리는 자라면서 조금씩 덜 무모해진다. 나이가 들면 무모함이 점점 웃음거리가 되고, 모든 것에 효율과 현실성을 따지게 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원래 무모한 존재다. 날 수 있다고 믿고,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믿고, 눈앞의 작은 일을 우주적 사명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마치 버즈처럼 말이다. 그 무모함이야말로 가장 아이다운 것이고, 어른이 되어 현실을 직시하더라도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장난감의 사명이자, 〈토이 스토리〉 프랜차이즈의 사명이다. 그래서 버즈가 좋다.
미친 존재감과 구애의 춤!
〈토이 스토리 3〉의 ‘에스파뇰 버즈’ - 성찬얼


개인적으로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우디의 연대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토이 스토리’라고 생각하거나 입 밖에 낼 때 내 머릿속엔 솔직히 우디보다 버즈가 먼저 떠오른다. 시리즈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스핀오프 극장판이 있는(성적은 별로였지만) 캐릭터답게 여러 분야에서 패러디도 많이 되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 최고의 캐릭터이다. 특히 개그맨 이선민의 ‘동심 파괴’ 버즈 라이트이어를 본 후로 그 강렬한 인상에 더욱 빨리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버즈 라이트이어가 대표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그 다재다능함 때문이리라. 우디가 중심 서사를 꽉 잡고 가는 와중에 버즈는 로맨스도 하고 코미디도 하고 리더 역할도 한다. 우디가 우리 기억 속 장난감과의 미싱 링크라면, 버즈는 장난감이 움직인다는 〈토이 스토리〉 세계의 상상력을 대변한다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활약은 시리즈 최고 걸작으로 뽑히는 〈토이 스토리 3〉에서 빛난다.
여기서 버즈는 랏소의 꾀임에 넘어가 ‘시범 모드’가 되고 거기서 또 그걸 되돌리려는 친구들의 실수로 ‘스페인어 버즈’가 된다. 버즈 특유의 자기주장 강한 이목구비에 에스파뇰이 되자 카사노바가 따로 없다. 그러다 제시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열정적인 춤사위를 선보이는데, 처음 볼 때 이 장면에 얼마나 웃었는지 지금도 ‘토이 스토리’ 하면 그 수많은 명장면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런 장면을 최애로 뽑는 것이 참 웃긴 일일 수 있지만, 내겐 〈토이 스토리〉 시리즈 전부 가슴 절절한 순간이기에 오히려 이렇게 코믹한 장면이야말로 딱 특정하게 뽑을 수 있는 장면인 듯하다. 아무튼 그 용감한 구애의 춤은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그래도 4편과 5편에서 버즈와 제시의 서사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언젠가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 춤으로 구애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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