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연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11-01/8a6c6eef-9a13-422e-a6a9-2a7ab681ce2e.jpg)
인간의 욕망과 역사를 꿰뚫어 본 50년 집필 여정
'왕과 비', '명성황후' 등 한국 방송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정하연' 작가가 1일 향년 82세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방송작가협회와 유족 측은 고인이 이날 오후 영면에 들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1944년 황해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연세대학교 연희극예술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극작의 기초를 다졌다. 1968년 신춘문예 단막희곡 부문에서 '산울림'이 당선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같은 해 '무지개 쓰러지다'가 신인희곡상 공모에, 이듬해 '환상살인'이 장막희곡 공모에 연이어 당선되며 연극계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1970년대에는 스크린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배우 신성일이 주연과 연출을 맡은 '어느 사랑의 이야기'(1971), '그건 너'(1974)를 비롯해 '목마와 숙녀'(1976) 등 다수의 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탁월한 감각을 입증했다.
고인의 진가가 가장 빛난 분야는 단연 '사극 드라마'다. 1995년 '장녹수'를 필두로 '조광조'(1996), '왕과 비'(1998∼2000), '명성황후'(2001∼2002), '신돈'(2005∼2006), '인수대비'(2011∼2012) 등 방대한 스케일과 치밀한 서사를 갖춘 대하사극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사극의 대가'라는 확고한 입지를 구축했다.
시대극뿐만 아니라 현대극에서도 인간 내면을 파고드는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욕망의 바다'(1997), '욕망의 불꽃'(2010) 등 통속극을 통해 인간의 파멸과 탐욕을 적나라하게 그려냈으며, '아내'(2003), '달콤한 인생'(2008) 등에서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선과 삶의 본질적 가치를 짚어내며 시청자와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는 EBS 문화사 시리즈 '명동백작'과 '지금도 마로니에는'을 통해 1960년대 청년들의 고뇌와 시대상을 생생하게 복원해 냈다. 고인의 유작은 2018년 방영된 MBC 드라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로 기록됐다.
반세기 넘는 헌신적인 집필 활동은 다수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1979년 '마로니에의 길'로 동아연극상 특별상과 백상예술대상 희곡상을 거머쥐었으며, '왕과 비'를 통해 1999년 KBS 연기대상 작가상, 2000년 한국방송프로듀서상 작가상을 품에 안았다.
고인의 빈소는 2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순천향대학교병원 장례식장 5호실에 마련되며, 발인은 오는 4일 엄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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