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칸 폐막식 현장'] 박찬욱 칸 심사위원장 "황금종려상 주기 싫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유쾌한 심사평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박찬욱'의 품격과 유머가 지배한 폐막식. 크리스티안 문주 황금종려상 수상 및 화기애애한 심사 비하인드 공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EPA=연합뉴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EPA=연합뉴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박찬욱'의 품격과 유머가 지배한 폐막식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실 '황금종려상'은 누구에게도 시상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상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박찬욱' 감독.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폐막식 기자회견장을 단숨에 무장해제 시켰다.

그는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줘야만 했고, 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훌륭한 영화가 있었기에 할 수 없었다"며 특유의 지적인 유머를 구사했다. 이는 지난해 개봉한 자신의 역작 '어쩔수가없다(No Other Choice)'의 제목을 절묘하게 차용한 촌철살인이었다. 동석한 심사위원 '클로이 자오' 감독 역시 "노 아더 초이스(No other choice)!"를 연발하며 위원장의 재치에 완벽한 앙상블을 이뤘다.

이날 회견장에는 '데미 무어', '스텔란 스카스가드', '이삭 드 방콜레', '루스 네가', '클로이 자오', '라우라 완델', '디에고 세스페데스', '폴 래버티' 등 세계구급 영화인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전원이 참석해 '박찬욱' 호의 굳건한 결속력을 증명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과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REUTERS=연합뉴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과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REUTERS=연합뉴스]

거장들의 각축전, '크리스티안 문주'의 두 번째 '황금종려상' 제패

올해 칸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루마니아의 거장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에게 돌아갔다. 이로써 그는 2007년 '4개월, 2주, 그리고 2일'에 이어 두 번째로 칸의 정상에 오르는 기념비적인 업적을 달성했다.

심사위원대상은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미노타우로스'가 차지했으며, 감독상은 '하비에르 암브로시''하비에르 칼보''라 볼라 네그라',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파더랜드'가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찬욱' 위원장은 감독상 공동 수상에 대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두 작품 모두 압도적이라 어느 하나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며 심사의 당위성을 명확히 역설했다.

남녀 주연상 역시 이례적인 동반 수상을 기록했다. 남우주연상은 '카워드''에마뉘엘 마키아''발렌틴 캉파뉴', 여우주연상은 '올 오브 어 서든''비르지니 에피라''오카모토 다오'가 거머쥐었다. '박찬욱'은 "단언컨대 두 편의 영화를 관람한다면 심사위원단의 결정에 완벽히 수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과에 대한 흔들림 없는 확신을 표명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과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REUTERS=연합뉴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자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과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REUTERS=연합뉴스]

논쟁 대신 화합으로, '칸'의 역사를 새로 쓴 완벽한 심사 여정

통상적으로 '칸영화제'의 심사 과정은 날 선 토론과 격렬한 논쟁의 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박찬욱'이 이끈 올해의 심사위원단은 시종일관 긍정적이고 화합하는 분위기로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그는 "작품이 서너 편 상영될 때마다 수시로 모여 밀도 높은 토론을 진행했다"며, "공식 회의가 아니더라도 마주칠 때마다 영화적 교감을 나눴다"고 화기애애했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모든 경쟁부문 초청작 상영이 종료된 당일 오전, 전자기기를 반납한 채 돌입한 최종 심사조차 지연 없이 매끄럽게 마무리되었다. '박찬욱'은 "전화기를 빨리 돌려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행히도 심사위원 간의 이견이 놀라울 정도로 없었기 때문"이라는 재치 있는 덧붙임으로 다시 한번 장내의 폭소를 유발했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AFP=연합뉴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AFP=연합뉴스]

예술적 교감의 절정, 거장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칸'의 마법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배우 '데미 무어'는 "매일 위대한 예술에 몰입하며 동료들과 심도 깊은 철학을 나눌 수 있어 경이로웠다. 이전보다 더 진일보한 인간이 되어 돌아가는 기분"이라며 벅찬 소회를 남겼다.

이에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는 "내 경우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데 큰 도움은 안 됐다"고 특유의 냉소적 농담을 던지면서도, "동료들의 통찰을 듣는 과정은 황홀했고 우리는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고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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