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에서도, 뒤에서도 ‘열일’하는 배우다. 그의 이름이 ‘이준혁’이라는 것을 몰랐어도, 얼굴을 보면 누구나 반드시 안다. 〈스토브리그〉 속 비리 스카우트 팀장 고세혁, 〈육룡이 나르샤〉 속 무휼의 무술 스승 홍대홍, 〈구르미 그린 달빛〉 속 박보검을 지키는 내관 등. 우리가 ‘반드시’ 그의 얼굴을 알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준혁은 영화와 드라마를 합쳐 약 160편의 작품에 출연한 ‘다작’ 배우이기 때문이다. 반드시 한 번은 스친 배우, 그러나 잠깐 스치더라도 도무지 잊을 수 없는 이 배우는 4일 개봉하는 〈왕과 사는 남자〉에서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공교롭게도, 이준혁은 동명이인 배우 이준혁과 함께 〈왕과 사는 남자〉에 출연했다. 1984년생 배우 이준혁은 금성대군 역으로, 그리고 1972년생 배우 이준혁은 막동아재 역으로 말이다.
이준혁이 〈왕과 사는 남자〉에서 맡은 역할인 막동아재는 어린 선왕 이홍위(박지훈)의 유배지 광천골 마을 사람이다. 그는 구수한 말투에 유쾌함을 한 스푼 더하며 존재감을 드러내는 인물로, 순수한 사람 냄새가 나는 정겨운 인물이다. 이준혁의 막동아재는 광천골에 온 이홍위를 살뜰히 모시는 것은 물론 그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울고 웃으며, 정과 온기가 가득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분위기를 견인한다.
더불어, 이준혁의 막동아재는 광천골 마을 사람들과 환상의 티키타카를 펼치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엄흥도(유해진)는 물론, 엄흥도의 아들 엄태산(김민), 막동어멈(김수진) 등, 광천골 사람들의 티키타카는 극이 강조하는 인간성과 유대의 가치를 유쾌하게 전했다.
사실 이준혁은 ‘장항준의 남자’이기도 하다. 〈리바운드〉(2023)에서 이준혁은 농구팀 코치를 연기했고, 이어 〈더 킬러스〉(2024) 속 ‘모두가 그를 기다린다’ 에서도 장항준의 연출 아래 카리스마와 개성으로 무장한 캐릭터를 소화해냈다. 장항준 감독이 그를 연속으로 캐스팅할 수밖에 없었던 건, 분량에 관계없이 장면에 무게를 싣고, 극을 환기하는 데에 탁월함을 지닌 배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준혁의 활약은 스크린 뒤에서도 빛난다. 이준혁은 우리나라의 ‘모션 캡처’ 1인자다. 모션 캡처란, 몸에 센서를 부착하거나, 적외선을 이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인체의 움직임을 디지털 형태로 기록하는 작업인데, 이준혁은 모션 캡처가 우리나라에 도입됐을 때부터 모션 캡처 배우로 활동했다. 이준혁은 ‘리니지’ 등의 게임 모션 캡처부터, 〈미스터 고〉(2013)의 고릴라까지, 다양한 몸의 표현을 구사해왔다. 〈미스터 고〉 촬영 당시에는 고릴라 역할을 너무나 잘 해낸 덕분에 할리우드에서 연락이 올 정도였다.
이준혁은 고졸 출신으로는 최초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강단에 서기도 했다. 그는 한예종에서 마임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움직임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했다. 또한 이준혁은 프랑스의 유명 거리예술단에서도 활동한 적 있으며, 영화 〈선물〉 (2001) 속 이정재와 공형진의 마임 동작을 직접 짜기도 했다. 〈늑대소년〉(2012) 촬영 당시에 이준혁은 극 중 경찰로 출연하면서, 동시에 주연 배우 송중기에게 늑대의 움직임을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얼굴이 스크린에 나오건, 나오지 않건 간에, 이준혁이라는 배우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1991년 데뷔 이후 약 35년간, 어떤 자리에서도 그 자리를 허투루 채운 적 없는 이준혁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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