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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런 '오디세이' 흥행 서점가 강타… 스크린에서 깨어난 기원전 8세기의 텍스트

교보문고 7월 판매량 전년비 595.5%↑… 완역본부터 만화·해설서까지 잇따라 출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극장가를 넘어 서점가까지 집어삼켰다. 스크린에 구현된 장엄한 서사가 활자를 향한 지적 갈증으로 번지며, 원작인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 관련 도서 판매량이 전년 대비 600%에 육박하는 폭발적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일리아스·오디세이아 [더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일리아스·오디세이아 [더숲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스크린에서 깨어난 기원전 8세기의 텍스트

영화 '오디세이'는 기원전 8세기 무렵 '호메로스'가 집필한 서양 문학의 최고(最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영상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제목 자체가 기나긴 모험과 여정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통용될 만큼, 이 고전이 품은 원형적 서사의 힘은 강력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이를 그리스어 원음과 가까운 '오뒷세이아'로 병기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이 제목은 주인공 이름에서 파생된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라는 명징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 [이화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 [이화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분노의 '일리아스', 귀환의 '오디세이아'

이 방대한 서사를 관통하려면 '호메로스'의 또 다른 축인 '일리아스'와의 궤적 비교가 필수적이다. '트로이 전쟁'이라는 동일한 시공간을 공유하지만, 두 작품이 겨냥하는 철학적 지향점은 판이하다.

'일리아스'가 아킬레우스의 맹렬한 분노와 전쟁이 잉태한 파멸적 비극을 조명했다면, '오디세이아'는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향하는 '오디세우스'의 처절한 귀환에 방점을 찍는다. 세이렌의 유혹이나 마녀 키르케의 마법 등 판타지적 모험담으로 포장되어 있으나, 그 심연에는 '귀향'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갈망이 자리한다.

10년간의 표류 끝에 영웅의 오만을 벗어던지고 필멸의 인간으로 회귀하는 이 서사는, 훗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비롯한 현대 예술의 무수한 변주를 탄생시킨 자양분이 되었다.

오뒷세이아 [을유문화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뒷세이아 [을유문화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만 행의 빗장을 푸는 출판계의 영리한 변주

그러나 1만 행을 상회하는 고대 그리스어 원전의 무게감은 현대 독자들에게 결코 가볍지 않다. 이에 출판계는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다채로운 판본을 쏟아내며 '고전 읽기 열풍'에 화답하고 있다.

더숲 출판사가 선보인 판본은 질리언 크로스의 유려한 각색과 닐 패커의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교차시키며, 원전의 중압감을 덜어내는 탁월한 길잡이 역할을 수행한다.

이우일의 그리스 로마 신화 [비채]
이우일의 그리스 로마 신화 [비채]

만화부터 간결한 번역까지, 독자 맞춤형 스펙트럼

시각적 직관성을 원한다면 비채의 '이우일의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가 제격이다. 만화가 이우일의 3년여에 걸친 작화와 고전학자 이준석의 엄밀한 감수가 결합해, 신화 시대부터 인간 시대로 이어지는 거대한 계보를 매끄럽게 직조해냈다. 이화북스의 '한권으로 읽는 오디세이아'는 번역가 육혜원의 정제된 문장으로 서사의 속도감을 끌어올렸다.

반면, 학술적 잣대와 고증에 목마른 독자에게는 을유문화사의 완역본이 해답이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김헌 교수가 직접 번역을 맡아, 고대 서사시 특유의 비장미와 운율을 학자적 양심으로 복원해냈다.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명화로 읽는 고전, 식지 않는 신드롬

텍스트를 넘어 예술사적 지평으로 시야를 확장하고 싶다면 민음사의 '오뒷세이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유효한 선택지다. 김태진 작가는 '오디세우스'의 궤적 위에 서양 미술사의 명화와 인문학적 통찰을 덧입혀 입체적인 독법을 제안한다.

이 같은 출판계의 기민한 대응은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된다. 교보문고 집계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오디세이' 관련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5.5%라는 경이로운 폭등세를 보였다. 교보문고 측은 "정통 완역본과 친절한 입문서가 동반 상승효과를 내며, 고전 텍스트 자체를 향한 대중의 지적 호기심이 만개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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